가문시리즈, 사부시리즈. 마치 하나의 브랜드가 되어버린 조폭물 희극시리즈들 가운데서 이 영화역시 하나의 나와바리를 차지하고 있는 시리즈물임에 틀림없다. 다만 가문시리즈나 사부시리즈와 다른 조폭마누라 시리즈만의 특성은 조직의 보스를 연기하는 여성원톱이라는 성향 그 자체로 여성상위시대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액션의 강도가 다른 시리즈에 비해 강하다는 것.
사실 이 작품은 속편이라는 모양새를 지니지만 실상 속편이라기보다는 시리즈의 전작들과 다른 하나의 출발점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전작에서 등장했던 인물들은 전혀 보이지 않고 이야기는 국내를 넘어 홍콩으로 확장되었다. 물론 전편에서 장쯔이가 특별출연하기도 했지만 그것이 어디까지나 까메오에 가까운 이벤트같은 성격이었음을 기억한다면 서기를 주인공으로 캐스팅해버린 이 영화는 마치 나와바리의 국제화를 선언한것만 같다.
어쨌든 조폭마누라라는 브랜드 명칭을 빌려 새로 선보인 배다른 후속작은 전작과는 전혀 다른 인물들을 기용한만큼 전작과의 연관성은 일체 배제되었다. 영화는 아령(서기 역)의 줄충한 무예실력을 통해 액션의 강도를 높이고 그 주변에 입담이 걸출한 기철(이범수 역) 등의 조연들을 배치시켜 웃음을 배후에서 조장한다.
조폭이라는 캐릭터가 희극적 요소에 적극적으로 이용되는 것은 그들의 간지가 어리숙함으로 돌변하면서 만들어지는 웃음을 이용하기 위해서다. 어쩌면 그것은 조폭이라는 하나의 악덕이 희롱의 대상이 되는것에 대한 보복심리일지도 모른다. 이 영화 역시 다를바없다. 조폭이라는 간지는 잔뜩 세우지만 실상 어리숙하고 별볼일 없는 영화속 인물들의 모양새 역시 그런 의도와 다를바없다.
한가지 확실한 건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노골적인 의도만 확인된다는 것이다. 이 영화는 조폭마누라라는 이야기 자체의 기반을 완결단계에서 드러내는데 그것은 전작들이 상황 그 자체를 캐릭터로 연결시켰던 것이라면 이 작품은 상황이 형성되고 그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로맨스가 제목의 성립을 지지하는 형세다. 말 그대로 '조폭마누라'였던 전작과는 달리 '조폭마누라'가 되는 후속작이라는 것이다. 이는 새술을 새부대에 담기보다는 애초에 안전성이 확보된 이름안에서 상품성을 높이고자 하는 짜맞추기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와이어를 적극 이용한 영화의 액션은 전작과 수위는 비슷하지만 그 활용도는 빈번해졌다. 서기라는 배우를 적극 활용하여 만들어낸 액션의 감도는 분명 이영화의 내세울만한 쾌감적 요소이지만 그것이 크게 감흥을 주지 못하는 것은 비장감이 삽입되기에는 근거리적인 정서를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홍콩 조직의 스케일에 비해 열악하고 졸속해 보이는 국내 폭력 조직의 묘사만큼이나 홍콩과 한국을 왔다갔다하는 영화의 모습은 이 영화의 국적을 의심케한다. 마치 홍콩영화의 스타일을 모방하고 볼거리와 웃음을 나열하여 관객을 현혹시키려는 의도가 다분하다. 결과적으로는 산만함을 감출 수 없고 널뛰기하듯 들쑥날쑥한 플롯의 무심함은 단지 어떤 방식으로든 이야기를 귀결시키기만 하면 된다는 것만 같다. '조폭마누라'라는 백드라운드를 업고 제작된 제품의 근거만 그럴듯하게 끼어넣으면 된다는 식이다. 결국 이는 썡뚱맞은 로맨스를 만들어내고 결과적으로 그 로맨스의 완성이 영화의 중심으로 난입한다. 이야기의 잣대가 되는 기준도 무색하고 그럴싸한 포장에만 치중한 모양새다.
다만 한가지 영화를 통해 모색되는 것은 국내 여배우의 공백이 확인된다는 것이다. 사실 강도높은 액션을 소화할 수 있는 국내 여배우는 떠올리기 힘들다. 연기력과는 별도로 전문성있는 역할 안에서 제한되는 것은 분명 전문적인 영화의 제작이 힘겨워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최근 중천의 사례를 보더라도- 이는 서기가 캐스팅된것이 단지 영화의 의도이전에 그럴만한 역할을 소화할만한 배우가 부재했기 때문이라는 추측도 가능하다. 물론 원톱의 역할을 충분히 커버할 수 있는 배우의 역량안에서 말이다.
어쨌든 경쟁하듯 후속작들을 뱉어내는 몇몇 영화들의 대열에 함께 서는 이 작품 역시 회를 거듭할수록 발견되는 이야기적인 헛점을 의도적으로 제작된 상황으로부터 빠져나가는 웃음과 시각을 자극하는 비쥬얼로 눈가림을 하려는 것만 같다. 상품화되어가는 브랜드처럼 변질되어가는 속성은 그나마 원작들이 지녔던 모티브의 일회적인 특성이 길게 지속될 수 없다는 역량의 한계를 무리하게 끌고 가는 것만 같다. 이영화 역시 마찬가지다. 조폭마누라라는 브랜드는 영화의 선전성을 도울지 몰라도 전혀 무관한 개별적인 이야기를 하나의 조직군으로 끌고 가기 위해 버거운 무리수를 둔다. 단기적인 효과를 노리고자 하는 의도는 분명하지만 장기적으로는 한계가 분명한 기획적인 시리즈물의 비속함이 반영되듯 영화의 모양새는 기획적인 의도로 가득차있다. 관객의 소비성향을 이용하려는 듯 하지만 그건 결국 제살깎아먹는 근시안적인 방편일 뿐이다. 한두번은 속아도 세번부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written by kharisman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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