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7 제21편 : 카지노 로얄] 아직은 낯선 돌쇠형 제임스 본드...
지금까지 몇 차례 제임스 본드 스타일에 변화가 있었지만, 지금처럼 말이 많지는 않았던 것 같다.(순전히 개인적 기억에 의존) 그만큼 기존 제임스 본드와 새로운 007, 다이엘 크레이그는 외형부터 많은 변화가 있다. 팬클럽을 중심으로 한 다이엘 크레이그 반대 움직임은 반대 사이트까지 구축해 집요하게 공격했지만, 어쨌든 계획대로 새로운 007은 만들어졌고, 세계적 흥행을 기록하고 있다.
기존의 제임스 본드와 새로운 제임스 본드는 무엇이 달라졌는가?
우선 눈에 가장 먼저 띄는 건 새로운 제임스 본드의 금발머리다. 지금까지 눈여겨 보지는 않았는데, 다니엘 크레이그 캐스팅이 논란이 되면서 기억을 더듬어보니, 그 동안 봐왔던 많은 서구 영화들 중 금발이 악역이 아닌 우리 편(?)인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래서 한 인터뷰에서 다니엘 크레이그에게 염색할 생각은 없냐고 물었던 것으로 기억난다.
그리고 또 다른 외모의 변화를 보면, 기존의 제임스 본드는 전체적으로 매끈한 몸매의 소유자였던 반면, 다니엘 크레이그는 우직스러워 보인다는 점이다. 외국 팬들은 키가 작다는 점도 지직했다고 하는데(너무 심하다.. -,-;;) 우직해 보이는 외모 만큼이나 실제 화면에서의 액션신도 우직하다.
영화의 앞 부분, 무기 중개업자의 똘마니를 추적하는 제임스 본드는 우직스러움을 여실히 보여준다. 도망자는 마치 [13구역]에 출연한 다비르 벨이 창안했다는 '피쿠르'를 하듯이 날렵하게 건물 창문 등을 잽싸게 빠져나가는데, 제임스 본드는 벽을 부수면서 그냥 통과한다. -,-;; 무슨 터미네이터도 아닌데. 기존 제임스 본드(피어스 브로스넌)였다면 슬쩍 한 번 쳐다보고 옆으로 돌아가지 않았을까 싶다.
게다가 타국의 대사관을 무작정 침입하고 폭탄을 던지고, 사람을 죽인다. 단순무식지랄발광.. 과거엔 이런 사람을 줄여 '단무지'라고 별명을 붙여주기도 했는데, 전형적인 단무지과다. 그러다보니, 같은 조직 내에서도 골칫거리다. 이렇게 투박하고 무식했던 제임스 본드가 어떤 과정을 거쳐 그토록 뺀질뺀질 미끈남이 됐을까???
이 외에도 007 시리즈의 특징인 첨단 무기 사용의 자제, 유머의 부족(기존 시리즈는 오히려 유머의 과잉이라고도 볼 수 있었는데) 등도 변화된 모습이랄 수 있다.
이번 영화는 007 시리즈의 첫번째 이야기다. 어떤 과정을 거쳐 제임스 본드가 007이라는 살인 면허를 획득했는지, 제임스 본드를 불신하는 M(주디 덴치)과의 초기 관계, 그리고 결정적으로는 왜 제임스 본드가 어떤 여성에게도 안착하지 못하고 플레이 보이가 됐는지를 보여준다.(제임스 본드가 에바 그린 때문에 첩보원을 아예 포기하기로 결심하는 과정은 감정의 과잉으로 느껴진다. 한 마디로 좀 생뚱 맞다)
이런 여러가지 볼거리와 돌쇠형 제임스 본드가 그 자체로 충분히 매력적임에도 불구하고, 제임스 본드 스타일의 변화는 007 이라는 특화된 이미지 대신에 다른 액션 블록버스터와 비슷해진 감을 준다. 아무래도 아직은 낯설은 돌쇠형 제임스 본드. 다음 시리즈 정도는 나와야 좀 익숙해 질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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