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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폭 영화로서의 노력 조폭 마누라 3
jimmani 2006-12-29 오후 1:58:59 12945   [8]

흔히 속편이 만들어진다 하면, 일반적으로 전편의 출연진과 제작진이 모두 참여하기를 바라는 것이 보통이다. 그만큼 전편이 대중적인 인기와 더불어 이 사람들이 나와야 진짜 이 영화일 것만 같은 친밀감을 형성시키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리 "전편만한 속편은 없다"고 하지만, 그래도 전편을 만들어 본 배우와 스탭들이 모인다면 그나마 전편에 가장 가까운 재미를 줄 수 있을 것이라는 대중의 기대도 한 몫 하기도 하고 말이다.

그러나 전편의 완성도가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을 때, 그러니까 완성도는 둘째치고 순전히 전편의 흥행성적만을 등에 없고 속편이 만들어질 경우에는 전편보다 속편이 좀 더 나아지기를 하는 기대를 갖는 경우도 적지 않다. <조폭 마누라> 시리즈가 그랬을 것이다. 1편이 흥행성적은 좋았으나 완성도가 영 아니였던지라 많은 이들이 2편은 그래도 좀 더 나아지겠지 했는데 아니나다를까 2편은 그런 기대를 보기 좋게 배신하며 더 나락으로 떨어졌다. 그리하여 이번 3편에선 결국 1편의 감독이 돌아오되, 출연진들은 모두 시리즈에서 처음 보는 인물들로 바꿔버렸다. 일반적으로 시리즈라 하면 같은 출연진들이 계속 나와야 진품이지 않겠느냐 하지만, 이번에 나온 <조폭 마누라 3>를 보면 꼭 그렇지도 않은가보다. 전편들에 비해 많이 바꼈는데, 더 좋아졌다.

홍콩 최대 조직인 화백련 보스 임회장(적룡)의 딸이자 후계자인 아령(서기)은 조직을 이끌어 갈 책임이 막중한 탓인지 대단히 터프하고 인정사정없다. 때문에 어느날 아령은 큰 사건을 저지르게 되고 결국 그런 아령의 행동은 조직들 간의 심각한 충돌을 불러온다. 상황이 위험해졌음을 파악한 임회장은 딸 아령에게 잠시 몸을 피해있을 것을 권하고, 이에 아령은 한국으로 날아온다. 한편, 외국에서 손님이 왔다는 연락에 아령을 맞이한 동방파 넘버3 기철(이범수)은 영문도 모른 채 아령과 경력이 길지 않아 보이는 통역사 연희(현영)를 새식구로 맞아들여 아그들 꽁치(오지호)와 도미(조희봉)과 함께 있는 아지트에서 살게 된다. 아령이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는 기철과 일행은 남자로서의 위신 세우기가 바쁜 가운데, 기철이 조직 생활 중 겪는 위기 상황마다 아령이 기철을 구해주면서 기철은 아령의 위력을 조금씩 깨달아 가며 묘한 감정을 느끼기 시작한다. 그런 가운데 아령의 행방을 알게 된 화백련의 상대파 보스인 좌국충(노혜광)은 아령을 제거하기 위해 한국에 킬러들을 보내고, 이에 아령과 기철 일행은 점차 위기에 빠지게 되는데.

<조폭 마누라> 시리즈의 3번째 편인 이 영화는 특히나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타이틀롤"을 맡게 될 여주인공을 다른 배우로 바꾸는 과정에서, 국내 배우로도 모자라 아예 외국 배우를 캐스팅함으로써 심기일전한 듯 보인다. 영화를 보고 나서 생각해 보니, 홍콩영화에서 낯이 익었던 대만 출신의 서기를 캐스팅한 것은 꽤나 잘 한 일인 것 같다. 그녀가 합류함으로써 이 영화가 단지 우리가 흔히 보아 온 한국식 조폭 영화 안에서만 놀지 않고, 홍콩 액션 영화의 면모까지 살짝 반영된 묘한 구석을 가지게 됐기 때문이다.

우선 배우들의 연기는 모두 만족스럽다. 예고편에서는 마냥 무게만 잡으며 잘 섞이지 못할 줄 알았던 서기는 예상외로 다양한 감정연기를 선보이며 극을 무리없이 잘 이끌어나갔다. 액션신에서의 몸동작은 오버스럽지 않게 날렵하고 부드러우면서도 절도 있으며, 감정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의 슬픈 분위기나 카리스마같은 면도 잘 소화한 것 같았다. 다만, 다른 캐릭터들도 죄다 코믹 컨셉으로 가는 만큼, 다소 진지한 역할이었더라도 약간 코믹한 구석을 첨가했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이범수는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연기를 보여주었다. 말은 누구못지 않게 살벌하게 하지만 정작 실전에선 쟤가 어떻게 넘버3가 됐는가 의심스러울만큼 허접스런 실력을 보여주는 캐릭터로서, 조폭이긴 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코믹한 성격을 살려내는 데에 이번에도 멋진 재능을 발휘했다. 또한 외국배우인 서기를 상대함에 있어서도 물과 기름처럼 따로 놀지 않고 특유의 넉살좋고 능청스런 연기로 잘 어우러진 것 같아 보기 좋았다.

현영은 이 영화에서 가장 웃기는 캐릭터다. 길림성 출신의 아마추어 통역사로서 나중엔 아령의 카리스마에 의지해 자신도 아령 못지 않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푼수 처녀로서 감초 연기를 제대로 보여주었다. 연변 사투리도 내가 연변 사람이 아니라 날카롭게 판단하진 못하겠지만 꽤 자연스럽게 잘 소화한 듯 했고, 때론 소심하면서도 때론 호가호위하며 촐랑거리는 구석을 보여주는 등 코미디 배우로서 상당한 능력을 보여주지 않았나 싶다.

안일하게 만들어졌던 2편이 수렁에 빠지면서 이번 3편에서는 감독이 안주하지 않고 정신차려야 겠다고 다짐한 듯한 흔적이 확실히 보였다. 앞서 얘기했듯, 이 영화는 다른 속편들과는 달리 주연배우를 국내 배우가 아닌 다른 문화를 지닌 다른 나라의 배우로 결정함으로써 기존의 전작들과 비교했을 때 확실히 눈에 띄는 변화를 가져왔다. 이야기 구조는 물론 유머의 방식이나 액션의 비중, 극의 분위기 등 많은 면에서 변화의 기미가 보였다. 적어도 전편의 인기에 기대어 똑같은 인기 요인과 똑같은 형식의 유머감각으로 데자뷰 현상을 마구 불러오는 것보다는 훨씬 나은 시도임에는 분명하다.

한국식 조폭 영화와 홍콩 느와르식 액션의 만남이 대표적인 변화다. 아령이 사는 곳이기도 한 홍콩 쪽 상황을 살펴보면 영락 없는 홍콩 느와르식 조직의 모습이다. 이들의 모습에선 농담 따먹기나 조직원들의 희화화같은 건 찾아볼 수 없다. 늘 핏기 어린 대결이 펼쳐지고 권력을 둘러싼 목숨을 건 암투가 수시로 펼쳐진다. 우리가 흔히 홍콩영화에서 보아 온, 비장한 음악 아래에서 우정과 배신 따위를 살벌하게 논할 것만 같은 홍콩 조폭의 분위기가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는 것이다.

반면에 한국의 조폭들은 여전히 여느 조폭 영화들처럼 무식하고 무감각하다. 사나이라는 이름표에 대한 허세가 가득 차 있고, "남자답게 사는 것"에 대한 환상으로 가득 차 있다. 물론 세력다툼같은 것도 하지만 무식함과 무감각함으로 잔뜩 희화화된 이들의 모습이 더욱 강렬해 전혀 진지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이러한 한국 조폭과 홍콩 조폭들의 대비가 영화가 주는 재미 면에서도 서로 다른 면모로 충돌하면서 색다른 맛을 준다. 한국 쪽에선 여전한 무식 유머, 화장실 유머같은 것으로 웃기는 데에 치중하는 반면, 홍콩 쪽에선 진지하고 날렵하고 화려한 액션을 수놓음으로써 시각적인 볼거리에 치중한다. 이런 식으로 액션과 유머 양쪽을 적절히 보강하려 한 노력이 보인 듯해 한결 재미가 살아났다.

이 영화는 코미디 측면에서도 흔히 조폭 영화에서 보아 온 언어유희, 화장실 유머 등과 더불어 또 하나의 새로운 시도를 한다. 바로 "통역개그"다. 서로 다른 두 나라의 사람이 대화를 하는 과정에서 그 뜻을 왜곡되게 전해줌으로써 묘하게 오해하게 만드는 상황을 발생시키며 웃음을 자극하는데, 이렇게 국적의 차이, 언어의 차이를 절묘하게 이용한 개그 덕분에 외국 배우의 한국 영화 출연이 그다지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영문도 모른 채 질겁하고 의아해 하는 인물들의 모습에 웃게 만드는 이 통역 개그는, 조폭 영화에서 화장실 유머나 성적 암시와 같이 웃으면서도 눈치 봐야 하는 유머가 아니라도 또 다른 면을 지닌 신선한 유머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영화에서 나타나는 한국과 홍콩의 "조폭 문화"의 차이는 남녀 캐릭터의 대립에도 눈에 띄는 특징을 불러오며 꽤 흥미로운 구석을 보여준다. 그것은 바로 홍콩에서 온 진지한 여성 캐릭터와 허허실실 한국 조폭 남성 캐릭터의 대립이다. 살벌하기 짝이 없는 홍콩 조직 세계에서 자란 아령은 매사에 진지하고 필사적이다. 뭐만 시켰다 하면 "안하면 죽는다"는 얘기를 입에 달고 살 만큼 인정사정없기도 하다. 상대를 처리하는 데 있어서도 일말의 동정이나 나약함을 보이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무서움을 쉽사리 드러내지도 않은 채 과묵함을 유지한다. 반면에 한국의 기철 일행은 가볍기 그지없다. 말만 번지르르하게 잘하지 실천은 할 줄 아는 게 없으며, 그러면서도 남자다운 "가오"에는 무척이나 신경쓰는지라 여자 알기를 뭐같이 안다. 밥 좀 하라 하면 알레르기 걸린 듯 몸서리치고, 그러면서 자신의 무능력함을 "남자다움"이라는 명목으로 포장하기 바쁘다. 이렇게 할 줄 아는 건 없으면서 자기보다 약한 사람이다 싶으면 금세 자기 실력을 과시하며 겁주느라 바쁘고.

이렇게 조용하지만 강한 여성과 시끄럽지만 약한 남성의 대립은 어느 쪽이 더 강한지 이미 알고 있는 관객의 입장으로서 우스꽝스러운 웃음을 유발한다. 가볍고 덜렁대면서도 과시욕만 잔뜩 있는 남자들과는 달리 조용히 자신의 막강한 파워를 발휘하는 아령의 모습에서 일반적으로 조폭 영화에서 적용되는 남녀의 힘의 관계를 뒤집는 독특한 매력을 불러오는 것이다. 이런 남녀 힘의 관계의 전복은 중간에 통역사 연희가 끼어듦으로써 더욱 명확해진다. 부탁도 명령으로 바꿔버리는 등, 남녀 사이에 놓인 묘한 긴장관계를 절묘하게 이용하며 권력 관계를 조종하는 그녀의 모습은 마냥 가벼운 감초같으면서도 상당한 영향력을 지닌 인물임을 실감케 한다.

이처럼 이 영화는 한국식 조폭 유머와 홍콩식 조폭 액션의 나쁘지 않은 조합, 그리고 강한 여성 캐릭터와 촐싹대는 남성 캐릭터의 대립과 관계의 전복에서 오는 웃음을 보여주면서, "조폭 영화"라는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면서도 그 안에서 안주하지 않고 뭔가 변화의 기미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한 흔적을 보여주고 있다. 두 주인공의 로맨스도 어느 정도 적절한 비중으로 집어넣어 결말에 가서는 조폭 영화에서 보기 쉽지 않은 깔끔하면서도 기분좋게 웃을 수 있는 로맨스의 결말을 보여준다. 물론 여전히 눈에 띄는 단점들도 있다. 조폭 영화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화장실 유머, 성적 암시가 있는 유머들은 때때로 "저게 저 상황에서 꼭 들어갔어야 했나", "이제 그쳐도 좋을 것을 쬐끔 더 나가네" 하는 생각이 들게 하기도 한다. 또한 기대했던 액션의 비중도 생각보다 풍부하진 않은 것 같아 좀 아쉬웠다.

"조폭 영화"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오는 영화들은 어떤 영화든 어쩔 수 없이 일정량의 매는 맞고 들어가지 않나 싶다. 특히나 오락성을 담보로 할 경우에는 더욱 더. 물론 늘 조폭이라는 소재에만 안주해 똑같은 형식, 똑같은 수준의 내용만을 보여주는 게으른 태도를 보여준다면 이는 꾸짖어 마땅하다. 그러나 이런 조폭 영화의 굴레 속에서도 어느 정도 변화를 꾀하기 위한 노력의 흔적이 있다면 이 또한 칭찬받아 마땅하다. 이 영화 <조폭 마누라 3>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싶다. 더 다듬어진 유머와 볼거리, 꽤 흥미로운 캐릭터들 간의 대립을 집어넣음으로써 조폭 영화의 안일함에서 벗어나려 노력한 점이 눈에 보이고, 그 결과 또한 나쁘지 않은 조폭 코믹액션 영화로서 보여진 것 같다. 한창 바쁜 연말, 연초 극장가에서 이 영화가 시큰둥한 결과를 얻는다고 해도 굳이 콕 집어서 편들어 줄 수는 없겠지만(더 좋은 영화들도 많기 때문에), 그렇다고 이 영화가 확 성공한다고 해도 눈살 찌푸릴 마음은 전혀 없다.


(총 2명 참여)
egg0930
그냥 편하게 볼만해요   
2007-01-10 14:42
irim0077
웃기긴 웃김   
2007-01-08 22:34
snowdrowp
본거중에 최악이던데 이게 잼있나 -_- 난 젤루 잼없었어   
2007-01-08 10:31
szin68
조폭 마구로...   
2007-01-08 01:24
hyuna1026
재밌나? 한번도 본 적 없는데..   
2007-01-07 03:12
jswlove1020
그냥 웃으면서 볼 수 있다 ~   
2007-01-06 10:22
everydayfun
괴물보다 훨신 낫다 연말ㅇ연초 가장 재밌는 영화다. 3번봤는데도 질리지 않을 정도. 이런 영화의 감칠 맛이란 진짜 대단하다. 이게 대박나길 바라지만 대부분은 옛 조폭 떠올리며 이걸 안보다니 아쉽다.   
2007-01-05 15:22
1


조폭 마누라 3(2006, My Wife is a Gangster 3)
제작사 : 현진 씨네마 / 배급사 : 쇼박스(주)미디어플렉스
공식홈페이지 : http://gwife3.showbox.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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