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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장같은 이야기 에라곤
kharismania 2006-12-29 오후 5:15:38 1414   [0]
환타지를 지탱하는 기둥은 전설 혹은 환상에 대한 경외감이다. 오늘날의 인간들이 접할 수 없는 먼 옛날 이야기 같은 전설. 그안에서는 용이 날아다니고 마법사들이 주문을 외우며 악의 화신이 눈을 번뜩이고 그 화신을 막는 용사들이 검을 거머쥔다. 요정이 날개를 펼치고 난장이들이 도끼를 휘두른다. 그리고 현실안에 존재하는 우리는 현실에서 탐닉할 수 없는 세계에 대한 이루어질 수 없는 동경의 대리만족을 꾀한다.

 

 사실 이런 식의 환타지의 정체성을 확고히 다진것은 C.S 루이스다. 그와 막역지간이자 환타지 장르문학에서 라이벌이었던 J.R.R 톨킨이 스스로도 그에게 자극을 받았고 영향을 얻었다고 할만큼 루이스가 세운 환타지 세계에 대한 기본 설계도는 오늘날의 환타지 문학들이 기본적으로 벗어날 수 없는 구조인 것이다. 물론 그가 쓴 '나니아 연대기'가 아동들을 위한 것이었고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서 순수한 환타지가 아닌 기독교적 알레고리를 섞어넣었다는 점은 순수환타지로서의 자격에 불순물이 뒤섞인 듯한 인상을 주지만 완전치 못한 환타지의 대륙을 발견한 그의 업적은 무시될 수 없다. 그리고 그 발견에 완성적인 건축물을 세운 것은 톨킨이다. 그는 '호빗', '반지의 제왕', '실마릴리온' 등의 작품을 통해 중간계라는 영역안에 스펙타클의 이미지를 각인시키고 그 세계에 대한 이미지를 확고히 다졌다. 루이스와 톨킨이라는 환타지계의 두 거장이 정착시킨 미지의 대륙은 그들 뒤에 서 있던 환타지 계열의 문학도들에게 커다란 영감을 주고 그 영역안에 발을 들이게 했다.

 

 이 작품은 그 영향력안에서 완성된 작품임에 틀림없다. 원작자인 크리스토퍼 파울리니가 15세에 쓰기 시작했고 전세계적으로 1백만부가 넘게 팔렸다는 그의 '유산(Inheritance)'3부작 중 첫작품인 '에라곤(eragon)'을 동명원작 그대로 영화화한 이 작품은 톨킨의 세계를 반영하고 드래곤(dragon)이라는 상징적 피조물을 통해 그 허구적 세계를 명확하게 어필한다. -동양의 용(龍)과는 다른- 하지만 그 깊이적인 측면에서 톨킨과 루이스와의 비교는 부적절하다. 작가가 저서를 집필하기 시작했다는 15세의 나이가 작품을 폄하하게 하는 요인이 되지는 않겠지만 원작소설은 분명 조숙하지만 세계관이 미약한 청년기의 미숙함이 배어있다. 환타지라는 장르에 대한 외피적인 수용이상의 깊이가 없다는 것은 이 작품이 수용하고 있는 이야기가 하나의 세계의 본질에 다다르지 못한다는 것이다.

 

 반지의 제왕의 장대하고 근엄한 세계관과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원작이라는 점에서 일단 이 작품을 감상하기 전에 기대치의 끈을 느슨하게 해둘 필요는 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보다도 더욱 현명하지 못한 화법으로 그 완전치 못한 원작의 세계를 간과하게 만들려는 것만 같다.

 

 이 영화가 들먹이는 사유의 일관성은 운명이다. 영웅에 대한 일방적인 강압. 마치 운명이라는 물살안에서 휩쓸려야만 하는 인물에 대한 묘사는 환타지 문학이 지니는 신비성 안에서 차용되는 구조적 성향이기도 하다. 프로도가 반지를 가지고 힘겨운 여정을 감당해야 했던 것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그 운명을 감당하는 캐릭터가 보여주는 내면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가다.

 

 물론 이 영화가 어필하는 그럴듯한 장기는 특수효과의 기술력을 통한 시각적 효과에 있다. 드래곤의 움직임과 그를 통해 표현되는 비행씬들과 전투씬은 할리웃의 기술력이 언제나 완성시키곤 했던 거짓말같은 리얼리티의 방편이 된다. 다만 리얼한 것만이 대세는 아니다. 이 영화는 그 기술력의 입증외에 별도의 문제에 봉착하는 것만 같다. 그것은 이 영화가 자신만의 무언가를 어필할 수 있는가라는 의구심이다.

 

 영화에서 드러나는 전체적인 스토리텔링이나 시각적으로 구현되는 컷의 묘사로부터 발견되는 것은 우리가 이미 보았던 것들의 재탕효과다. 사실 반지의 제왕이 그 환타지의 경계에 발을 들임과 동시에 뛰어넘기 힘든 완성도로 무장된 세계를 관객에게 노출시켜버린 것은 그 후대에 나오게 될 동류의 영화들에 대한 재앙과도 같았다. '나니아 연대기'가 영화화되어 관객들로부터 큰 반응을 끌어내지 못했던 것도 성향이 다른 원작에 대한 무지 탓이기도 하지만 이런 전례가 이미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라는 점도 간과될 수 없다. 장르안에서 기대감의 눈높이가 치솟아버린 관객들의 입맛을 맞추기가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이는 분명 '피터잭슨'의 탁월한 재능이 비의도적으로 발생시킨 아이러니한 문제이다.

 

 이 영화는 그런 기대감의 수치 어느 한곳에도 만족감을 주기에는 버거워보인다. 중간계의 환타지 세계를 답습하는 영화의 시공간과 그 공간에서 보여지는 전설적인 운명론. 그리고 그 운명론에 부합되는 캐릭터와 그에 맞서는 악의 존재. 그 어느것 하나도 신선함을 주기에는 진부하고 영화는 그 진부한 소재에 일말의 생명력도 얹지 못한다. 특히나 운명을 받아들이는 드래곤 라이더인 에라곤(에드워드 스펠리어스 역)은 자신의 운명에 대한 거부감조차도 없어보인다. 롤러코스터를 타는 어린아이처럼 가벼워보이는 캐릭터는 극중의 긴장감이나 비장감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하다. 운명을 받아들이는 에라곤은 그 순응안에서 개인적인 성장담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 과정마저도 너무나도 간단하다. 마법의 주문을 외우는 것만으로 경지에 올라가 버리는 것은 '해리포터'조차도 그것이 쉽지 않았다는 것을 떠올리게 한다. 인물의 타고난 자질을 칭찬하는 것조차도 영화의 궁색한 변명같이 무색해보인다. 또한 그의 주변부에 자리한 캐릭터들에 대한 설명이 부족한 것 역시 영화를 지루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물론 이는 후속편이 해결해주는 문제일지도 모르겠지만-

 

 이야기의 전개 역시 마찬가지다. 플롯의 흐름안에서 세세한 내러티브가 살아나지 못하는 이야기는 하나의 결과를 바라보고 냅다 달리기만 하는 졸속적인 형태를 띤다. 이는 결국 중심은 존재하나 주변부가 미약한 이야기가 지니는 불친절함이다. 구멍이 뚫린듯 허전한 이야기는 캐릭터가 지녀야 할 근원적인 물음조차도 간과하게 만든다. 모든 상황은 쉽게 해결되고 뻔한 구조를 애써 눈가림하려 들지도 않는 것만 같은 무성의함으로 여겨진다.

 

 이 영화는 무엇보다도 후속작이 나올것임을 노골적으로 암시한다. 물론 유산 3부작 중 첫번째 작품이라는 점을 떠올린다면 그 두번째 작품은 분명 두번째 시리즈인 '엘디스트(eldist)'가 제작될 것임은 예상할 수 있는 순차이다. 하지만 전작의 어정쩡한 이야기가 과연 후속작에서 만회될 수 있을까라는 의심의 여지는 분명하다. 이 영화는 마치 한때 환타지 문학이 붐을 일으켜 너나 할 것 없이 쏟아져 나온 환타지 문학의 탈을 쓴 아류작들을 연상시킨다. 하나의 세계를 구축하기 보다는 남이 세운 세계를 곁눈질로 훔쳐 낸 모양새는 어느 정도 그럴 듯 해보일 수는 있으나 숨을 쉬고 있는 것 같지 않은 송장같은 이야기에 깊은 호감을 부여하기는 어렵다. 반지의 제왕이 얼마나 대단한 영화였는지 다시 한번 감탄하게 될 따름이다.

                          -written by kharisman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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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라곤(2006, Eragon)
제작사 : 20th Century Fox, Fox 2000 Pictures / 배급사 : 20세기 폭스
수입사 : 20세기 폭스 / 공식홈페이지 : http://www.foxkorea.co.kr/erag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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