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속에서 함박만하게 커지는 스테판의 손, 그리고 그 손을 첨단의 기술이 아닌 그냥
커다란 소품으로 무작정 대체해버리기. 서투른 애니메이션적 요소들, 조악해 보이지만
그래서 그 빈틈으로 상상력을 초대하기. 1초 타임머신 기계와 독심술 기계 등 말도
안 되는 장난감들의 등장, 그러나 그것들의 기능이 발휘되면서 실제의 숏을 지배해버리는
그 영화적 뚝심. 공간 전환에 사용되는 재치있는 연극적 무대의 운용, 그리고 무엇보다
인물의 상황과 동작에 조화를 이루는 음악의 기가 막힌 개입의 템포. 그것들이 합해져
현실과 환상을 등치로 놓고 제멋대로의 방식으로 나아가는 편집. 그 점들을 보면 이
영화는 자유롭다. 그걸 산만함과 무질서에 대한 유아적 욕망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산만함은 생산성을 저해한다”는 영화 속 동료의 말에 스테판도, 그리고 그 인물이
자기의 분신이라고 말한 바 있는 감독 공드리도 끝내 그 말의 뜻을 반대로 읽으려 들
것이다. 혹은 유치하다고 평해도 이렇게 말할 것이다. 이것은 유아적 꿈의 세계이니
어쩔 수 없다고. <수면의 과학>은 유아적이기 짝이 없는 스테판이 어머니를 떠나 다른
여자를 찾는 이야기를 다룬 것이기도 하다. 그러니 만약 이것이 꿈이라면 이건 아이의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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