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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 따스한 재미있는 눈물겨운 빌리 엘리어트
killdr 2001-01-23 오후 5:26:49 2036   [5]
남자 발레 댄서. 그것은 아주 재능있는 몇몇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인것 같다. 이 영화 "빌리 엘리어트"에서도 그렇지만, 보수적인 서구쪽에서는 남자 댄서를 "호모" 정도로 생각하고 있고, 우리 나라같은 경우도 아마 많은 사람들이 색안경을 끼고 볼 그런 일이다. 그렇게 흔치않은 길을 가려고 하는 11살이나 먹은 남자아이의 이야기. 아마도 보지 않아도 짐작하겠지만, 뻔한 성장영화 혹은 감동적인 성장영화쯤으로 치부해놓고 그렇고 그런 이야기겠지라고 해버림직한 소재로 만들어진 이야기이다.
그러나, 함께 이 영화를 보고나온 20명이나 되는 많은 사람들이 재미도 있고 눈물도 찔끔 나왔다고 하는 이야기는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이 영화는 영국의 경제가 위기를 맞고, 광산 폐업문제로 영국 전체가 파업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던, 그리고 대처 총리가 그들에게 일관된 강경책을 통해 영국경제를 회복시키던 그 시기를 배경으로 한다.

영국의 어느 바닷가를 낀 마을. 마을 사람들은 대부분이 광부일을 하는 곳으로, 가난하게 사는 사람들이다. 이곳 광산도 다른 곳과 다르지 않아 대부분의 사람들이 파업을 하고 있고, 매일같이 경찰과 대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권투 도장에서 한 소년이 권투 시합을 하고있다. 공이 울리고 아이는 갑자기 이상한 춤을 추기 시작한다. 코치의 야유가 들려오고....결과는 한방에 KO이다. 폐업때문에 소년은 아랫층에서 연습하던 발레 학교 여학생들과 함께 체육관을 쓰게 된다.

어쩔수 없이 끌리는 춤. 그것은 돌아가신 엄마의 영향이기도 할 것이다. 피아노를 잘 치셨던 어머니. 그렇게 자연스럽게 발레에 이끌리지만, 광부인 아버지와 형의 완강한 반대로 발레를 포기한다. 하지만, 소년 빌리 엘리엇의 재능을 알아본 선생님 윌킨스 부인과의 연습을 몰래 계속하고 로얄발레학교에 입학하기 위한 오디션을 준비한다.

가망없는 광산촌의 삶을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기회임을 인정한 빌리의 아버지는 아내의 유품을 팔아 오디션을 보러 가고.....결과는 아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영화는 이렇게 간단히 줄거리를 정리하다보면, 다른 여느 성장 영화와의 차별점이 없어 보인다. 그렇지만, 이 영화는 그렇게 뻔한 스토리의 영화와는 많이 다르다.

첫째로, 이 영화는 거칠다. 이 영화 시작부터, 대사가 영어로 진행됨에도 불구하고, 난 거의 독일어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외국인인 내게 영어의 사투리가 어떤것인지, 혹은 영국식 영어가 그런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내게 거칠게 들리는 대사들. 그리고, 세련됨이라는 말을 도저히 가져다 붙일수 없는 화면. 화면 전개, 편집. 그런 거칠음이 이 영화의 내용과 잘 어울린다.
거친 광부들의 시위, 그 속에서 몰래 발레를 배우는 빌리. 엄마가 돌아가시고 치매에 걸린 할머니를 돌보는 빌리의 삶 자체는 거칠음, 그 자체일 것이다. 가장 섬세하고, 가장 여리며 또한 가장 강한 사람이어야만 하는 발레 댄서로서 성장할 빌리의 환경은 이미 아닌것임을 영화의 대사, 화면, 편집부터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둘째로, 이 영화의 음악이다. 이 영화는 발레 댄서로 자라는 소년의 이야기이다. 발레는 분명히 음악과 떨어질 수 없는 이야기이다. 아마도 보통의 발레영화라고 하면 호두까기 인형, 백조의 호수같은 클래식 음악이 전부를 차지할 것 같지만 이 여화에서는 부기 투나잇등의 옛 디스코부터 클래식까지의 음악이 나온다. 그 음악속에서 빌리는 정통 발레뿐 아니라, 탭댄스까지 배운다. 그렇게 많은 음악이 110분이라는 상영시간동안 우리의 귀를 즐겁게 해주는 아주 좋은 영화음악이 인상적인 영화다.

세번째로, 거친 화면속에서의 영상미이다. 오디션을 볼 춤을 구상하기 위해, 가장 소중한 물건들을 챙겨오라고 한 윌킨스 부인이 받아든 것은, 돌아가신 엄마의 편지이다. 햇살이 부서지는 체육관의 창문너머로 얼마나 그 편지를 많이 읽었을까...그 편지를 그대로 외우고 있는 빌리의 저 마음 깊은 곳의 그리움....그 장면의 뭉클함이란.
커다란 차를 옮기는 트레일러가 빌리와 윌킨스 부인을 태운 차를 싣고서 바다위를 지나가는, 그 장면을 기억할 분이 계실지 모르겠다. 아주 조용히 지나가는 그 장면. 힘들게 아버지 몰래 발레를 배우는 소년의 마음. 그렇게 조용한 바다를 건너가는 트레일러처럼, 그 소년은 힘든 '바다'를 건너 광부의 삶이 아닌 새로운 삶을 살아가게 되는 것을 암시하는 그 장면의 인상이 강하게 남는다.
그리고, 어머니의 무덤을 찾는 장면. 치매에 걸린 할머니와 어머니의 무덤을 찾아가지만, 어머니의 비석은 검게 그을린 자국이 남아있고, 그런 비석을 소년은 옷 소매로 닦아 보지만, 지워지질 않는다. 할머니는 다른 무덤가에 구부정한 자세로 서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고. 롱샷으로 찍어 공동묘지에 저만치서 떨어져서 서있는 할머니와 손자의 모습은 무엇을 이야기하는 것일까.
아들의 오디션을 위해 돈을 마련하려했던 아버지. 결국, 배신자 소리를 들을 각오를 하고 광산에 일을 하러 가는데. 그 모습을 본 빌리의 형이 쫓아와서 아버지를 말린다. 그렇지만, 아들에게 단 한번밖에 없는 기회를 주기 위해 돈을 만들어야만 했던 아버지의 마음. 그리고, 인정하기 싫었지만, 그 기회를 동생에게 주고 싶지만, 돈이 없다는 것을 알고있는 형. 그들은 부둥켜안고 울 수 밖에 없었다. 먼지 가득한 광산에서 부둥켜 울고있는 아버지와 형의 모습속의 그들 삶의 고난함. 그렇게 거친 화면속에서도 눈물이 나와도 아깝지 않을 만큼 아름다운 장면이었다.
합격통지서를 받고 들판의 벤치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빌리와 아버지.
"힘들면 다시 돌아와도 되죠?"
" 농담하냐? 니 방 벌써 세줬어"
이것이 이들의 삶이다. 그렇게 자신이 하고싶어 하는 일을 찾아 떠나는 빌리는 아직도 11살밖에 되지않은 소년일뿐이며, 그래서 아버지에게 투정을 부리지만, 아버지는 아들에게 주어진 그 마지막 기회를 절대로 포기시키지 않으려 한다. 그렇게 농담처럼 지나가면서 우리에게 웃음을 주었던 장면이지만, 그런 이야기를 나누는 부자의 모습은 눈물이 날만큼 아름다운 모습이다.

네번째. 빌리의 춤을 추는 모습이다. 빌리가 아버지를 설득하기 위해 보여주는 춤. 그리고 오디션에서 긴장해있다가 감독관들에게 보여주는 춤. 그 춤은 탭댄스부터 시작을 한다. 탭댄스를 추는 영화배우를 좋아했던 어머니의 영향일까? 긴장해서 몸이 얼어붙고 도저히 춤을 출 수 없을 것 같던 빌리. 그러나, 편지에 썼던 것처럼 엄마가 늘 옆에 있기 때문일까? 그렇게 엄마가 좋아하던 탭댄스를 시작으로 빌리는 아주 역동적이고, 어떻게 보면 발레라고 할 수 없는 춤을 보여준다. 그러나, 그 춤이 발레가 아니더라도, 엄마에 대한 추억, 그리고 춤이 몸으로 들어와 그 기쁨과 엄마에 대한 슬픔, 그리고 아버지와 형의 기대, 그리고 춤 자체에 대한 열정.....그 모든 것들이 단 1분도 안되는 시간동안 펼쳐진다. 그리고 이어지는 빌리의 말. "춤을 추기 시작하면 나 자신을 잊어요. 마치 전기가 되는 것 같아요........."

다섯번째. 결말 부분이다. 가족들이 공연장에 온다. 아버지는 지하철에서 내려 길고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가면서 아주 신기한 것을 보는 듯한 표정이다. 그리고 긴장된 표정으로 공연을 기다린다. 아들에게 가족이 왔다고 전하면서. 빌리는 백조의 호수의 주인공같다. 몸을 풀고 그는 깃털같은 옷을 입고 공중으로 도약한다. 그 도약. 광부의 아들로 태어나, 11살이란 늦은 나이에 춤을 시작했고, 그리고 춤으로 자신의 삶을 개척한 사람.

같은 소재임에도 이 영화에는 다른 여러 영화와 다른점이 많다. 영화는 많은 웃음을 준다. 그리고 눈물도 준다. 그렇지만, 신파조의 눈물이 아니다. 너무나 덤덤하게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말하는 11살 소년의 모습, 그 자체가 눈물겹다. 어쩌면 죽음이란 것을 잘 모르는 소년에게 엄마의 부재는 그런 느낌일 수 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이야기엔 감동도 있다.
뻔한 이야기를 영국 북부 지방의 거친 탄광촌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영화. 그 거칠고 힘든 삶속에서 보여지는 사람들의 삶은, 다른 곳과 다르지 않다. 다만, 그들의 생각과 삶의 방식의 차이일뿐. 그런 모습을 광부라는 가장 거친일을 하는 사람들속에서 발레라는 가장 아름답고 섬세한 것을 추구하는 소년의 고집과 의지, 그리고 그 아름다운 마음을 표현했다는 것. 그렇게 어려운 작업을 많은 소도구들과 많은 웃음과 아름다운 음악에 함께 버무려 우리앞에 내놓은 이 영화의 감독 스테판 달드리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정도면 내가 꼽는 명화 10편안에 들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여러분들에게 강력히 추천한다.

(총 0명 참여)
pecker119
감사해요.   
2010-07-03 08:2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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