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영화를 보고 나서. 크레딧이 끝나고 나서도 같이 본 친구와 '할 말 없다'란 말을 수없이 반복했다. 딱 그렇게 할 말 없게 만드는 영화, 신기했다. 충격적이었는데. 그게 '와아 신선해 신선해! 폭탄 같은 충격!' 이런 건 절대 아니고. '어쩜 이럴 수 있어 초 허접이야 충격' 이런 것도 아니다. 애매모호한, 할 말 없는 충격.
영화 끝나고 콩다방에서 이것저것을 얘기했지만 말이다. 아직 단 한번 본 나로서는 뭐라고 딱히 말을 하기도 힘들지만. 우리나라에서 커밍아웃한 감독이 그 정도 수위의 작품을 메이져 배급사로부터 배급받으며 개봉했다는 점엔 박수를.
하지만 단언하건데 내 취향은 아니었다. 난 두 사람의 관계를 치밀하고 리얼하게 다룰 줄 알았는데 정말 극적이고 암울한 현실과 상황이 벅찼다. 그런 거에 비해서 장면들이 인색하기도 했고. 뭔가 이것저것 따지는 기숙사 사감 같아서 좀 그렇지만, 수민이란 캐릭터는 괜찮았지만 재민(캐릭터도 연기도)은 정말 마음에 안 들었고. 극적인 스토리에 비해 전체적으로 단조로왔다. 전형적이거나 매끄럽지 않은 부분도 많았고. 무엇보다 스토리는 정말 아니고 아니고. 아우 어려워. 그러나 감독이 그걸 표현하고자 했다면, 그런 스토리를 통해 이들을 보여주고자 했다면 그건 감독의 의도이고. 난 그걸 느꼈을 뿐- 이러면 너무 허무해지려나. 아는 분의 말씀처럼 봐도 신경쓰이고 안 봐도 신경쓰이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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