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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임상수감독을 좋아하는건 아니고
황석영님의 원작을 보지도 않았지만 이 둘의 조합만으로도
내 나름대로는 2007년 초 기대작중 하나였던 <오래된 정원>이 개봉했다.
생각보다 너무나 조용히 개봉하였으며 벌써부터 cgv같은 멀티플렉스에서는
왠지 모르게 천대받는 분위기인데다 예매율도 너무나 낮았다.
예고편을 봐도 그렇고 포스터를 봐도 그렇고
역시 멜로영화로 포장하려고 하는 마케팅의 속셈이 눈에 보였지만
임상수감독의 따뜻한 멜로영화는 상상도 할수 없기에
어느정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역시..
심금을 울리는 BGM으로 예고편만으로도 눈물을 글썽이게 만든
둘의 애틋하고 가슴 미어지는 러브스토리는 보이지 않았다.(적어도 나에겐)
둘이 어떻게 사랑에 빠지는가는 보여주지 않고
어느새 갑자기 키스를 하고 같이 잠을 자는 둘의 모습은 조금 당황스러울 정도였으며
보통의 멜로영화처럼(물론 꽤 잘만든 영화) 점차 감정이 몰입된다기 보다는
둘의 감정에 따라간다는 느낌이랄까?
포스터랑 예고편만 보고 보러온 연인들이 있다면
그닥 좋은 경험이 될거 같지는 않았다.
이 영화는 <꽃잎>처럼 피해자(이 표현도 사실 웃기지만)관점으로
'지옥'에서 살아남은 소녀에게 남겨진것이 어떠한 것인가를 끈질기게,
선정적인 방식으로 보여주는것과는 다르게
이 영화는 적어도 내가 보기엔 어느편도 들고 있지 않은것처럼 보였다.
대를 위해선 소를 희생해야된다며 인민재판하듯이 이젠 이용가치가 떨어졌다며
한사람에게 총대를 매게해서 일방적으로 결정해버리는 운동권의 청년들을 보여줄때는
'니네도 똑같은 놈들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저 16년간의 복역뒤에 다시 돌아온 한 남자가
너무도 변해버린 사회속에서 덤덤하게 적응하는 모습을 보여준달까?
영화를 보고 난 뒤 이런생각이 들었다.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사랑하는 연인을 버리고 나만 어떻게 살아남느냐며 그 지옥으로 다시 돌아갈수 있었을까?'
섣불리 대답할수 없게 만드는것이 이 영화의 미덕이라면 미덕이라고 생각한다.
감독은 그저 '오래된 정원'에 앉아 시대와의 대화를 하고싶었던게 아닐까싶다.
신나게 사랑하는게 미안했던 시대,
나만 행복하려고 하면 나쁜놈이되는 바보같은 세상,
난 이것을 겪어보지 못하였다.
하지만, 왜일까..?
영화를 보고난뒤 원인 모를 먹먹함과 함께
담배 한개피와 소주한잔이 미친듯이 떠오르는 것은..
고작 교과서로, [그것이 알고싶다]따위로 그 시대를 간접체험한,
86년생의 새파란 녀석이 이런소리를 하면
"니 까짓게 뭘 아느냐, 고작 탁상공론이나 했던 주제에.."
라며 볼멘소리를 들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사실이다.
영화의 힘인지,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내 가족이 최고라고 생각하고, 나만 행복하면 괜찮다는 '똑똑한' 내가
원인 모를 먹먹함을 느꼈다.
만약 친구녀석이 "영화보려고 하는데 어떤영화볼까?" 라고
내게 물어온다면 난 주저없이 이 영화를 추천할 것이다.
또한 영화가 끝난 뒤 절대 바로 나가지 말고
세상에서 제일 서글픈 [사노라면]을 듣고 나오라고 덧붙일것이다.
후에 녀석과 소주나 한잔 기울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것이다.
P.S 1
영화를 보고나니 문득 오래전에 봤던 이 만화가 떠오르더라구요.
우리들이 겪어야 할 이 시대의 비극, 어렵습니다.
P.S 2
한창 영화의 여운에 잠겨 [사노라면]을 듣고 있는데 CGV직원이 서있더라구요.
알바하는 친구녀석에게 들은게 있어서
"저 신경쓰지말고 그냥 치우세요"
라고 말은 했지만 역시나 방해가 되는게 멀티플렉스는 이래서 짜증이 난다는..-_-
P.S 3
마지막에 나오는 딸내미가 누군지 열심히 크레딧을 쳐다보니
다세포 소녀에서 두눈박이 역할로 나왔던 이은성 양(ㅎ;;)이더라구요.ㅎㅎ
왠지 싱크로가 잘 안된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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