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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스러운 콜라주 한편 수면의 과학
tadzio 2007-01-07 오후 9:49:50 980   [4]
 

 

요즘 들어 뭐라고 설명하기 힘든 영화를 많이 만난다. 그래도 떠오르는 뜬구름 같은 이야기들을 조금은 풀

어놓고 싶게 만드는 작품들. 영화 광고지에도 나와 있듯이 이 영화는 한 가지 수식어로 절대 표현하기 힘든

영화다.


나에게 이 영화는, 하나의 콜라주 같았다(단순히 모자이크라든가, 비디오아트가 아닌 유독 콜라주인 이유

는 공드리 감독이 만들어낸 빈티지하면서도 감각적인 애니메이션이 영화 전반에 등장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수많은 아이디어 - 단순히 반짝이는 새로운 아이디어라는 뜻 뿐 아니라 개념들- 들로 가득 찬 현실

과 꿈의 콜라주, 사랑과 우정이 뒤섞인 관계의 콜라주, 영상미와 폴락을 떠올리게 하는 페인팅에 영어, 프

랑스어, 에스빠뇰까지 아우르는 미와 언어의 콜라주. 많은 것들이 뒤섞여 붙여져 있지만 작가만은 뚜렷이

기억하게 되는 그런 콜라주였다.  이 영화가 갖고 있는 수많은 아이디어들은 이성적으로, 혹은 논리적으로

연결고리를 찾기 힘들 수도 있고, 모든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설명되기 역시 불가능하리라.

 


 

그러나 그 속에서 공통적으로 인상에 남았던 것은 자연스러움(naturalness)과 수공(manual)이라는 것이었

다. 주인공인 스테판과 스테파니는 공통적으로 손으로 무언가를 잘 만들어내고, 그 수공예품들은 객관적

인 정확성이 아닌 자연스러움을 추구해내기 때문이다. 영화 속에서 스테판과 스테파니의 대사 중 “자연스

러움은 얻기 힘들어.”(스테파니)/“모든 질서(organization)에 죽음을!”(스테판)이라는 구절이 인상 깊게 남

아서기도 했고. 이 둘의 집 역시 손떼 묻은 컬러풀한, 개성 있는 수공예 품들로 꾸며져 있을 뿐 아니라, 스

테판의 꿈 속 거의 모든 것들이 수공이기 때문. 영화 첫 부분에서 스테판의 꿈속에서 ‘꿈’을 재조해내는 것

처럼, 스테판은 엉뚱하기도 신기하기도 한 그의 상상력이 manually 발현된 수공예품들로 자신만의 세계를

구현해나간다. 그러나 재미있는 건, 이들은 자신들의 손으로 자연스러움을 만들어내려고 하지만 정작 그

들 사이에서 생겨난 자연스러운 감정인 애정은, 손으로 조물락거려서 잘 해결되지 않더라. 이 감정이라는

 것은 역시 Parallel Synchronized Randomness인 걸까?

 

스테판과 스테파니의 이야기, 아니 영상이 놀라운 이유는 우리네가 느끼는 감성을 공감하게끔 나타내면서

도 솔직함이 묻어나는 아이의 상상 같은 면을 동시에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상상을 나타내는 데 기발한 애

니메이션이 쓰였다면 감성을 전달하는 데 도운 역할에 음악의 자리를 무시할 수 없다. 놀랍고 사랑스러운

서프라이즈로 가득했던 영화에는 사실 조금은 우울한 음악이 흐른다. 마구 웃게 만드는 귀여운 유머가 자

주 등장하는 알록달록한 영상에서도 소름이 돋고 눈물이 찔끔 나오기도 했는데, 이들 장면에는 여김 없이,

멋진 영상과 어울리는 음악이 있었다. 마음을 꿰뚫는 사랑과 기억에 대한 자국을 남기며 우리 맘을 꿰뚫는

음악. 엔딩 크레딧에 흐르던 음악 -아마도 주연배우 둘이 부른 것 같은- 역시 조금은 다운된 느낌. 무지 맘

에 들었다.

 


영화가 끝나고, 나는 꿈같았던 은막 앞에서 영원히 떠나고 싶지 않은 마음이 들었다. 어쩌면 이 영화는 105

분짜리의 판타지이며 하나의 꿈일지도 모르고, 어떤 게 진짜냐 마냐를 따지는 건 무모할지도 모른다. 하지

만 영화 내내, 그리고 그 이후로도 내가 느끼던 무수한 느낌들의 콜라주는 찬바람을 훅 느끼게 한 극장 밖

세계만큼이나 진실했고 영화 속 세계만큼이나 생생했다.

 

나는 공드리 감독에 대해 모른다고 하는 편이 더 가깝겠지만서도, 그가 그리고자 하는 세계가 내 앞에, 마

치 쩍 벌어지는 대형 입체카드같이 펼쳐져서 나는 감사히 즐겼다고 말하고 싶어졌다. Loved it.

 

. 아. 스테판의 꿈 덕에 온갖 역할을 하던 스테판 직장 사람들 역시 너무나 사랑스러운 캐릭터들. 특히 상사 ‘기’씨. 그 때문에 정말 많이 웃었다. 지금도 생각만 하면 웃음이.


덧2. 요즘은 참 국제적인 합작이 많이 이루어지나보다. 와아. 가엘 가르시아 바르넬은 에스파뇰로 말하던 <이투마마>에서 봤고 샬롯 갱스부르그는 영어로 말하던 <제인에서>에서 봤는데 여기선 둘이 또 불어로도 말하네. 갱스부르그씨 참 예쁘더라. 느낌이 좋던.

 

*이미지는 무비스트 스틸컷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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