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란다스의 개] 일상적 삶에서 코미디 요소를 잘 뽑아낸 면발....
이제는 엄청난 흥행 감독이 된 봉준호 감독의 첫 장편 영화. 시놉시스를 보면 알겠지만, 이 영화의 중심 스토리는 강아지의 실종이다. 강아지의 실종은 할머니에게는 자신의 생명을 담보로 할 만큼 중요한 문제이고, 어린 꼬마에게는 곧 다른 강아지로 교체될 일시적 아픔에 불과하다. 백수로 온갖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윤주에게는 없애도 상관없는 동물(!)에 불과하고 경비원과 노숙자에게는 뜻하지 않는 영양 보충의 기회이며, 매일 매일이 지겨운 아파트 관리실 직원 현남에게는 일상에서 탈출할 절호의 기회를 제공한 사건이다.
이 영화는 장편이지만 이야기의 흐름이나 영상은 단편 영화 또는 독립 영화의 맛이 느껴진다. 이는 새로움이라는 장점이자 아마추어적으로 비춰지는 단점으로 동시에 작용하는 기제라고 할 수 있다. 어쩌면 이는 한국 영화라기보다는일본 영화의 느낌으로 다가오기도 했는데, 약간은 오버된 연기라든가 소소한 일상에서 뽑아내는 사건을 다룬다는 점에서도 그렇다.(확실히 한국 영화는 소시민들의 일상을 다루는데는 약점을 보이고 있다)
이 영화가 끝날 때, 정의 실현을 위해 몸바쳐 뛴 현남 만이 불행해졌다는 사실은 어쩌면 이 영화가 대단히 강도 높은 블랙 코미디일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강아지를 죽이고 뇌물로 교수가 된 윤주는 번지르르한 교수 생활을 시작했고(뇌물을 받친 만큼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노력하겠지), 경비원은 그대로 경비원이며, 모든 강아지 실종의 죄를 뒤집어 쓰고 감옥에 간 노숙자는 밥을 주는 감옥이 더 행복한 환경일 것이다.
오로지 현남 만이 직장에서 잘려 무직자의 신세로 전락한 것이다. 이것이 우리 사회를 비꼬는 봉준호의 유머라고 해도 그리 무리는 아닐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