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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혹은 세월 디 아워스
tadzio 2007-01-09 오후 10:45:46 1816   [0]
      

The Hours(2002)

A Stephen Daldry Film

Cast : Nicole Kidman, Julian Moore, Meryl Streep, Ed Harris

Genre : Drama


<빌리 엘리어트>로 화려한 신고식을 치른 감독 스티븐 달드리의 두 번째 작품으로 아카데미, 베를린(무려 세 주연배우가 공동 수상을 하기까지), 골든 글러브에서 상을 휩쓴 작품, 이라고만 소개하기엔 이 작품의 안에 든 것이 너무 많다. 무엇보다 편집이 매우 훌륭한 이 영화는 하루라는 시간을 통해 세 여성의 인생과 괴로움, 가치관을 모두 알게 해주는 신기한 작품이다. 사랑과 부족함, 욕망과 그 시대적인 타협이 너무나 설득력 있게 그려져 있고, 작품 속의 또 다른 작품인 버지니아 울프의 <델러웨이 부인>이 얼마나 힘 있게, 절실하게 여러 사람을 엮고 연결되어 있는지를 드러낸다.

 

     

 

이 작품속의 인물들은 상처를 정말 잘 입고, 잘 입히며 잘 괴로워한다. 언제까지나 잊지 못하는 것으로 끊임없이 괴로워하고 누군가를 묶어두고, 그러는 동안 다른 것들은 각자 나름대로 살아간다. 이들은 서로를 갈구하고, 외로워하며, 자신을 찾기 위해 고통스러워한다. 그리고 자신을 찾은 그 단 하루, 싱싱한 꽃으로 시작했던 하루는 자살로 끝이 난다. 워낙 자살이라는 걸 이해하지 못하는 나이지만 묘하게 이해가 갔던 자살. 이 영화의 최대의 아름다움이자 아이러니는 단 하루라는 시간을 통해 작품의 제목처럼 세월을 나타내고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 장면, 그 ‘하루’가 끝났을 때- 세 사람 분의 인생이 큰 파도처럼 내 정신을 휩쓸고 간 게 아닐까 생각할 정도로 얼얼하게 눈물을 흘리고 있었던 기억이 있다. 보면 볼수록 장면의 의미를 알게 되는 듯하고, 이 작품 역시 세월이 갈수록 빛을 발하게 될 작품이 아닌가 생각한다. 독문 교수님이 ‘문학은 글로써 표현할 수 없는 것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말씀하셨던 것처럼 예술은 우리가 나타내지 못하는 것을 우리가 쉽게 생각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드러내기에 경이로운 게 아닐까 생각한다.


또한 워낙 예술작품에 의해 잘 휘둘리는(;) 나에게는 영화 내용에서 한 작품(델러웨이 부인)이 인물들에게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어 더 반갑기도 했다. 작품의 미적인 면에서 보자면 불안하고 아슬아슬한 세 여성의 하루를 다루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20세기 초의 영국 시골은 한없이 아늑하고 아름답고, 50년대의 미국 서부는 한가롭다. 21세기의 뉴욕은 뉴욕 특유의 복잡함에도 불구하고 원색의 꽃으로 화사해진다. 이런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세 여성들이 절박함을 한껏 담은 눈빛을 할 수 있는 건 그들 자신의 내면의 문제 때문이겠지, 싶다.

 

 

이 영화는 나에게 세 여성들의 자신을 찾아가는 길이자 선택이다. 겉잡을 수 없이 흐르는 세월 속에서 자신을 겨우 이해한 순간 자살을 택해야하거나, 가족을 버리고 떠나거나, 이웃집 부인에게 키스를 하거나, 혹은 삶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을 잃고도 살아가야 하거나. 세련된 편집으로 이들 여인들에게의 충만한 공감과 납득을 남기고 엔딩 크레딧은 술술, 세월이 가 듯 올라가더라. 

마지막에 버지니아가 그 우아하면서도 서글픈 영국 악센트로 말하길.


"I don't think two people could have been happier than we have been.

Always the hours,... always the love."


덧. 거의 모든 영화를 통틀어 가장 좋아하는 대사가 너무도 매끄럽게 흐르는 마지막에 이르르기 까지 그 모든 것들이 어울리게끔 해주는 건 역시 음악이다. 불온하고 실존적인 음악의 느낌을 너무나 잘 나타나낸 Philip Glass는 천재가 아닐까? OST 역시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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