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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복이 아닌 창조이기에 아름다운 삶 미스 포터
kharismania 2007-01-12 오전 3:21:27 2937   [4]
사실 '피터 래빗'이라는 캐릭터를 미키마우스만큼 잘 알진 못해도 한번쯤은 본적이 있을 것이다. 점잖게 옷을 입고 있는 이 토끼들은 미키 마우스처럼 정체모를 웃음을 날리지도 않고 앙증을 떨지도 않는다. 지극히 토끼스러운 녀석들은 그래서 왠지 정감이 간다. 인공적이지 않은 동물 그 자체가 존중된 모양새에서 캐릭터의 순수성이 보존되고 있는 것이다. 마치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듯.

 

 19세기 영국에서 탄생한 피터 래빗의 창조자이자 극 중 표현에 따르면 그들의 절친한 친구인 베아트릭스 포터는 동시대의 여성들과는 어딘가 다른 구석이 있는 여인이다. 사실 그녀의 특별한 재능은 그녀의 유년시절의 생활모습에서 기인한 것일지도 모른다. 다른 상류층 자녀들과 마찬가지로 학교를 가지 않고 가정교사로부터 교육을 받은 그녀는 극중 그녀가 친구라고 부르는 자신의 그림속 동물들과 홀로 소통하며 자라왔을 것이다. 물론 그녀의 그림 솜씨는 그림에 흥미를 느끼던 아버지의 후원덕분에 발견되고 고취된 성과였다. 극 중에서도 보여지듯 그녀는 유년시절 가족의 휴양지인 레이크 디스트릭(Lake District)에서 자연속의 동물들을 관찰하고 좇으며 부재하는 벗들의 공백을 메웠을테다. 결국 피터 래빗은 그녀의 유년시절 외로움이 만들어 낸 대리만족의 실체라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19세기 고전적인 사회에서 보여지는 여성들의 안위적인 삶의 방식에서 역류하는 여인들의 삶을 페미니즘으로 승화시키는 다른 영화들과 이 영화는 차별화된 경향을 보이는 것이다. 베아트릭스 포터가 실제 어떤 인물이었는가에 대해서 상세히 아는 관객은 별로 없을 것이다. 이 영화는 아마 그런 점에서 스크린을 통해 베아트릭스 포터라는 인물에 대해 소개하는 공식석상이 될 수 있다. 물론 영화가 그를 지나치게 순수한 여인상으로 부추기는 경향도 있지만 이는 오히려 진보적인 성향의 인물로 미화하지 않았다는 측면에서 다행스러울 수도 있다.

 

 극에서 등장하는 밀리(에밀리 왓슨 역)는 그런 포터(르네 젤위거 역)의 성향을 확실히 부각시켜주는 인물이다. 밀리는 확실히 당시의 시대라는 측면에서 보았을 때 입체적인 성향의 인물이다. 시대의 관념에 노골적으로 반발하고 역행하는 그녀는 전형적인 페미니즘의 진보성향을 띠고 있다. 그에 반해 포터가 지닌 페미니즘적인 행위는 노골적이지도 않고 시대에 대한 반항적 의도도 없다. 단지 자신이 지닌 재능에 애착을 지니고 그것에 순수한 열정과 애정을 지녔을 뿐이다. 시대에 반항하기에 그녀는 지독하게 순수했기 때문이고 그녀가 사랑을 택하는 방식 역시 그의 맥락에서 해석된다. 그녀가 지닌 자신의 그림에 대한 병적인 소통 역시 심각하지 않은 것은 그것이 타인에게 경악스러운 불편함을 주기보다는 그녀의 투명한 성향에 대한 호감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일단 이 영화는 그녀의 순수한 사랑으로 감성을 끌어내고 이야기를 고조시킨다. 문제는 이 영화가 보여주고자 하는 이야기적인 방점인데 전체적으로 이야기가 지니는 포인트가 부재한다는 것은 극의 전개안에서는 다소 부족함이 느껴지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이 어떤 전기적인 성격을 띠고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해보면 영화가 지니고 있는 관조적인 통과적 진행은 나쁘지 않은 국면이다. 사실 극에서 가장 감정적인 클라이막스를 이끌어내는 부분은 포터와 노먼(이완 맥그리거 역)의 로맨스가 진행되는 부분이다. 극은 마치 불살라버리듯 그 감정의 고조를 급상승시켰다가 순간 하강시켜버린다. 희극적이던 영화의 분위기는 비극의 일변도로 변환된다. 하지만 그 순간에 필자가 생각했던 것은 극의 중심에 놓여있을법한, 즉 이 영화가 가장 애지중지해야 할 로맨스가 어찌하여 이렇게 순간적인가라는 궁금증이었다. 그것은 결국 이 영화가 지향하는 것은 로맨스라는 삶의 일부 조각이 아닌 베아트릭스 포터라는 여인의 삶이라는 몸체였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물론 그 로맨스가 이 영화에서 가장 극적인 감정을 끌어내는 순간이라는 점에서 그 부분이 예상치 못하게 급작스러웠음은 후에 끌어내지는 이야기를 밋밋하게 짓눌러버릴 수도 있음을 간과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이 영화가 지향하는 베아트릭스 포터라는 인물이 지니는 순수한 성향 그 자체다. 영화는 그녀의 작가적 성공과 로맨스를 통해 극적인 감흥을 끌어낸 뒤 그녀의 평화롭고 정적인 세계에서 빚어지는 행동방식으로 나머지를 메운다.

 

 무엇보다도 극에서 보여지듯 자신의 친구들, 즉 피터 래빗을 통해 거둔 성공이 어떤 방식으로 사회에 증여되었는가를 통해 인간과 자연의 순수한 소통을 꿈꾸던 그녀의 순수한 인간성을 묘사하고 있다. 출판인세를 통해 대부호가 되었지만 자신의 유년시절의 추억이 자라나는 레이크 디스트릭으로 돌아간 그녀는 그 지역의 농장들이 건축가들에게 팔려 자연이 훼손되는 것을 막기 위해 그 지역의 농장들을 사들이고 자연보호단체에 기증한다. 어쩌면 이 영화는 그녀의 행위에 덕을 본 하나의 사례일지도 모르는데 만약 그녀가 그렇게 레이크 디스트릭을 보호하지 않았다면 이 영화가 실제 포터의 거주지였던 레이크 디스트릭의 경관을 고스란히 스크린으로 옮길 수 없었을 것이다.

 

 감정의 곡선이 극적으로 출렁이는 카타르시스에 닿지는 못해도 이 영화의 순백같은 평온함은 그와 다른 방식의 감동을 부른다. 결국 그녀의 삶이 열정적이었던 것은 그녀의 유년시절부터 보존된 순수함 그 자체 덕분이었고 그녀의 순수함은 피터 래빗으로 보존되어 지금도 전세계의 어린이들에게 소개되고 있다. 진보적 페미니즘으로 무장되는 요즘의 여성 캐릭터가 점차 지루해져가는 세태에서 오히려 순수함으로 세상을 역류한 순백같은 감성의 소유자가 지닌 평온한 감수성은 비범해보인다. 무엇보다도 극의 첫줄은 자신이 쓰지만 어떤 이야기가 될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는 그녀의 대사처럼 극복이 아닌 창조로 꾸며낸 그 삶이 어찌 아름답게 여겨지지 않으랴.

                 -written by kharisman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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