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웃기고 보는 것이 코믹이라는 장르가 지닌 존재의 이유라면 그에 합당한 평가는 관객이 내릴 것이다. 최근 코믹이라는 장르를 전면에 내건 작품들은 장르를 무기로 이야기의 전개나 소재가 취하는 본질적인 묘사보다는 단지 웃음의 코드를 나열하는 방법론을 취하고 있는 것 같다. 장르의 소비적 목적이 노골적으로 활용되는 것이다.
이 영화 역시 마찬가지다. 극 중 주인공들을 통해 보여지는 기자나 형사의 삶은 현실과 완전 무관하진 않지만 다소 과장되거나 엉뚱하다. 이 작품은 운동권이라는 정치적 진지함도 희화의 대상으로 끌어내릴만큼 백치미스럽다. 그리고 이 영화가 이런 합당한 절차를 무시하며 애지중지한다는 웃음을 만들어내는 공정의 주무기는 캐릭터다.
전작 '구세주'에서 최성국과 신이라는 개인기가 강한 두 배우를 통해 열악한 이야기에도 불구하고 지나칠 정도로 부풀려진 웃음을 끌어냈던 김정우 감독의 새 작품은 전작보다는 약간 진지해진 경향은 있지만 여전히 캐릭터를 통해 웃음을 빚어내는 방법론은 그 계보를 잇는다.
이 영화의 일등공신은 아무래도 현영이다. 마치 그녀를 본뜬 것만 같은 영화속의 최수진은 배우가 지닌 이미지를 장기로 활용한다. 독특한 톤의 목소리부터 백치미의 성향까지 빼닮은 최수진은 현영이 캐릭터를 잘 소화해낸 것인지 애초에 현영을 위한 캐릭터였던 것인지 분간을 할 수 없을 정도의 싱크로율을 보인다. 또한 모서리 공포증이라는 희귀한 장애때문에 경찰로써의 자질적 위기를 극복해야하는 형사 강재혁 역을 소화하는 이동욱의 연기도 캐릭터에 잘 부합되는 꼴이다.
구세주가 두 캐릭터의 장황한 개인기를 경쟁하듯 드러내며 웃음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시켰다면 이 작품은 웃음을 자아내는 대사빨로 희극적 요소를 극대화한다. 마치 버디무비처럼 두 인물을 통해 극을 몰아가는 상황의 심화는 플롯의 구멍과 무관하게 웃음을 자아내는 것은 확실하다. 장르적인 목적안에서 작품이 지닌 가치적 소견과는 무관하게 어느 정도의 성과를 보여주는 셈이다. 그리고 두 인물의 주변에 존재하는 조연들의 적절한 보좌는 영화의 감질나는 입담을 풍요롭게 드리우며 웃음의 범위를 확장한다.
결국 이 작품은 관람의 기준을 어느 부분에 두느냐에 따라 결과적으로 그 만족의 축이 기울어지는 방향이 결정될 것 같다. 이야기와 캐릭터가 지닌 현실력이 종종 빈틈을 보이지만 그 틈새를 메우는 희극적인 요소들, 캐릭터와 상황이 빚어내는 엉뚱하고 기발한 상황 도출은 웃음을 자아내기에는 나쁘지 않다. 다만 그 장르적인 목적이 영화의 열악함을 모두 가려주는 것은 아니다. 결국 관건은 모든것을 용서하고 웃어넘기느냐 혹은 웃음으로 가리려는 열악한 자질에 돌팔매질을 날리느냐다.
-written by kharisman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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