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有>
실질적으로 프랑스 현지인의 발음을 참조하면 데자 '뷰'가 아닌 데자 '부'라고 읽음이 적절하겠으나.. '부'는 좀 덜 외국어스럽고 좀 더 싸보이는 관계로 마케팅 팀에서 '뷰'라고 정한 것이 아닌가 싶다. 실제로 데자뷰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기도 하고.
어쨌든 당 영화 역시 마이더스의 손이라고 불리며 자타가 공인하는 흥행력을 보유한 제리 브룩하이머 아찌가 제작자로 나선 작품이니, 대중적인(?) 인기를 끔에 있어서 한치의 오차도 없으리라고 대충 짐작을 했었다......만
장난하냐!!!!
아무리 대중을 바보로 알아도 그렇지, 이건 좀 지나치지 않나? 견적이 안나올 정도의 어이없음에 실로 감탄을 연발했다.
첫째. 설득력 제로의 과학적(?) 설정
전단지 등의 광고를 인용하자면, 당 작품은 '심리학적인 주제로만 다뤄져 오던 기시감 현상을 최신 물리학을 이용해 다룬 파격적인' 영화에 틀림없다.
그래. 평행우주론이니, 웜홀이니 갖다 붙인 건 좋다 이거다. 근데 왜 난 도무지 설득이 안되는 거냐 이 말이다. 처음에는 그런 거 아니고 위성촬영이라고 설명하더니만 느닷없이 '사실은 웜홀을 이용했다우' 라는 말만으로 음모론물에서 엽기 과학물로 급선회하는 이 작태는 무엇이며, 기계 앞에 앉아있는 과학자, 그 중에서도 특히 흑인 여성은 최신 물리학을 연구하는 과학자보다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 출연해야 할 것 같은 뷰티센스와 두꺼운 화장으로 보는 사람을 당황하게 한다. 사실 A4용지에 악필로 이것저것 물리학 개념을 써대니까 그나마 과학자인줄 알았지, 처음에는 그냥 이런 영화에 하나쯤 있을만한 낭랑한 목소리의 시간제 피고용자(미사일 발사라든가 이런거 하면 꼭 옆에서 성실하게 몇초 남았다고 세주곤 하는..)로 생각했다.
이는 적절하고 치밀한 설정이 없어도 '있어보이는 물리학 주제'만 끌어오면 해결될 것이라 생각했던 철없는 제작팀의 실수라고 판단되며, 당 영화의 수준을 떨어트리는데 상당량 일조하고 있으니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둘째. 어설픈 이야기와 클리셰의 연속
이 영화가 그렇다고 데자뷰 현상과 관련해 기억과 시간을 넘나들며 치밀한 두뇌싸움을 벌이는 짜릿한 플롯을 가지고 있느냐- 하면 또 그렇지도 않다.
영화 전체의 플롯구조를 잘게 쪼개보면 사실 다 어디서 봤던 것들[클리셰; Cliché] 뿐이다. 초반부에 나왔던 자잘한 설정들이 후반부에서 그 의미를 갖게 되는 구조는 이미 옛날 옛적의 소설부터 죽어라 써먹었던 것이며, 자동차 추격씬도 대충 어디서 본듯한 화면 뿐이다. 차이점이 있다면 당 영화에서는 추격하는 주인공이 그로테스크한 기계(심지어 70년대 전대물에나 나왔을 LED까지 달려서는 번쩍거리며 멋스러움을 한껏 뽐낸다)를 온몸에 두른 채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용쓴다는 것 정도일까? 게다가 범인은 TV물보다도 재미없게, 너무나 쉽게 그 모습을 드러내서 맥이 탁 풀리고... 그 흔한 반전조차 없기에 영화는 더욱 값싸고 저렴한 블록버스터로 변질해간다.
셋째. 불쾌한 주인공
위에서 밝힌 두가지 정도로도 당 영화는 이미 치명타를 입었을 테지만, 관객의 심사에 화룡점정(?)을 덧붙이는 숨은 복병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주인공의 '불쾌한 성격' 이다!
이 안하무인 격의 주인공이 성격파탄에 이기주의로 강무장한 기인(奇人)임을 눈치챌 수 있는 장면은 한두군데가 아니지만, 우선 미리 언급했던 자동차 씬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자동차 씬에서 그는, 마찬가지로 미리 언급했던 그로테스크한 장비(...)를 몸에 장착한 채 그 기계를 통해 보이는 4일 전의 범인의 행적을 뒤쫓으며 도로를 질주한다. 헌데 지금 이사람이 쫓고 있는 것이 '현재' 물리적으로 실체가 있는 것이 아니다보니 주인공 외에는 아무에게도 보이 않음이 당연하다.
그러나 그는 마치 그런 것 따위는 신경도 안쓴다는 듯한 강렬한 눈빛을 내뿜어주시며 무려 붐비는 다리 한가운데에서 역주행을 해주시는 기염을 토한다. 당황한 다른 차주들은 연이어 핸들을 꺾고, 주인공이 지나간 자리에는 5중, 6중, 7중.... 아무튼 셀수 없을 정도의 연쇄추돌이 일어나는 비극이 일어나고... 심지어 충격을 제대로 감소시키지 못한 몇몇 차들이 공중에서 몇바퀴씩 회전을 하며 대폭발을 하는 장면도 보인다. 이렇게 피와 살점으로 얼룩진 대참사를 벌이고 난 뒤 주인공은 후까시 제대로 잡고는 전화기에 대고 '앰뷸런스 요청해' 라고 뒷북을 치며 피해자들의 마음에 제대로 대못을 박고 만다.
또, 그는 사실 본부에 있는 기계가 위성장치가 아닌 웜홀 어쩌구를 이용했다는 사실을 알고, 자신을 속여왔던 대원들(...)에게 분노한다. 그래 화날 수 있다. 그건 이해한다. 근데 왜 그 화를 멀쩡한 모니터를 몇대씩이나 부수며 푸냔 말이다! 파괴된 모니터들에서는 온 사방으로 불꽃이 튀고 일시적인 합선때문인지 본부 전체의 불이 점멸한다. 저게 총기를 비롯한 각종 위험무기를 다루는 ATF국 요원의 성질머리로 적합한 모습인가? 온누리의 평화를 위해서라도 미국 정부는 그를 미리 해고했어야 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그는 친구의 죽음을 막기 위해 과거로 메모 한장을 보내려 한다. 너무 많은 전력이 소비된다고 앞에서 다른 대원들이 경고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지맘대로 전송을 강행하며, 이 과정에서 막대한 전력이 소비되어 근지역 전체가 정전이 되고 만다. 한 번의 실수다. 그런데 그는 아직도 제정신을 못차리고는 이번에는 메모보다 최소 몇만배는 무거울 자기 몸뚱아리를 과거로 보내려 한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이야기가 이어지기 위해서 그는 살아남았다. 근데 전력은? 영화에서 자세히 표현되진 않았지만 단순한 산술계산만 해봐도 분명 근지역에서 그치지 않았을 거라고 본다. 주인공을 연기한 덴젤 워싱턴이 54년생이니 주인공의 원래 나이가 대충 50세라고 치자. 50세면 예로부터 지천명(知天名)이라 했다. 미국인이니 천명은 모른다 쳐도, 저 나이면 실수에서 뭔가를 배워서 그걸 반복하지 않을 정도의 지능은 갖춰야 하는 것 아닌가?
더욱 압권인 것은 이 모든 미친짓의 원인이 뭔가 범우주적인 정의가 아닌, 주인공 자신의 개인적 욕망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런 황당한 주인공의 성격이 '나는 항상 범인의 꽁무니만 쫓아다녔소. 이번에는 꼭 미리 잡고 싶어염' 이라는 말 한마디로 합리화된다. 발 킬머 아저씨는 심지어 공감하는듯 엄숙하게 시선을 내리기까지 한다. 그러지 마!!!!
이렇게 지구에 서식하는 온 인류의 복리후생에 큰 누를 끼치던 그는 결국 후반부에 죽고 만다. 일견 감동을 느껴야 할 법 하나, 사실 본인은 이 장면에서 크게 안도했음(?)을 이 자리에서 고백한다.
그러나 웬걸, 설정상 과거에서 미래인이 죽은 것이다 보니 '과거의' 주인공은 아직 살아있음을 알리며 영화는 끝나는데... 글쎄, 둘이나 되던 거 하나로 줄었으니 만족해야 하는것일지?
어쨌든 이 정도로 당 영화에 대한 뒷담화를 마무리할까 한다.
영화는 본디 사람의 지성과 감성을 '시각을 이용해서' 가장 효과적으로 자극하는 매체 중 하나라는 점을 전제한다면 한 영화에 대해서도 여러가지 의견이 나오기 마련이다. 개인적으로 단점이 장점보다 많이 보이는 영화였기에 다소 격하게 비하한(?) 점에 대해서는 유감으로 생각하나, 그 점 때문에 본인의 리뷰가 평가절하당하는 일이 없기를 빌며 이만 마치겠다. (리플이고 뭐고간에 묻히지나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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