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이 너무나 작고 작은 두 배우가 주인공인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워낙에 원작이 그 유명한 공지영씨의 작품인지라 원작을 읽고 봐 볼까 했지만 책을 읽은 뒤에 봤던 영화는 대부분 책을 읽었을 때의 감동이 없었던지라 그저 영화 먼저 보게 되었다.
여러 매체에서 영화에 대한 영상이 흘러나올 때, 관객석에서 눈물을 한없이 훔치는 관객들의 모습이 참 대두되었던 기억이 난다. 우선 결말부터 말하자면 그렇게 펑펑 우는 감정은 정말 아니었다. 눈물이 적은 편은 아닌데 펑펑 쏟아지는 눈물 대신 울컥하는 정도가 굉장히 심하게 아픈 영화였다.
죽음을 둘러싸고 여러 사람들이 존재하는데 아니 물론 우리들 모두 결국은 죽음과 연결되어 있지만 당장 그 두 사람은 분명 일반적이지 못한 삶을 산다고 볼 수 있다. 그들의 삶엔 억울함과 울분이 존재한다. 각자가 겪은 상처에 그리고 그 상처로 인해 심하게 곪아버린 아픔이 결국엔 주인공들 스스로 뭔가 털어버리고 그렇게 진심을 트게끔 이끌어 주지 않았을까 싶다. 그 상황에 딱 들어맞지는 않아도 ‘홀아비 심정은 과부가 안다’는 말이 생각날 정도였다.
영화는 제목과는 참 다르게 상당히 조용하고 어두침침한 느낌을 준다. 더군다나 베토벤의 월광이란 곡은 개인적으로도 정말 좋아하는 곡이지만 그 영화의 분위기에 100% 들어맞을 정도였다. 물론 그들이 만났던 시간은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며 약간은 초연한 마음까지 들게 했을 진정 그들의 행복한 시간이었을 것이다. 그들이 웃고 말없이 응시하고 눈물을 뽑고 시선을 돌리고 그러다가도 무엇인가 털어놓고 ‘살려고’ 하는 그 순간들이 행복한 시간이었다.
개개인의 아픔을 보고 있자니 너무나 아픈지라 슬프기 보다는 내 마음이 참 아픈 영화였고 별다른 말없이, 그저 앉아서 서로 눈싸움을 하는 것 같은, 그 행복한 시간 속에 그들의 모습은 갑자기 유리구슬이 생각이 났다. 뭔가 속이 비치는 것도 같고 순수하기도 하고 그리고 쉽게 깨질 것 같은 아찔함과 날카로움이 있었다. 그들을 잡는 카메라는 색감도 또 그 시간도 굉장히 조화롭게 느껴졌다.
당장 주인공들 말고도 주인공들과 엮인 사람들에게 있어서의 죽음은 여러 가지 상황으로 펼쳐졌는데 그 부분이 한 두컷이라도 잘 나타나 있어서 좋았다. 끝으로 가면 갈수록 괜시리 희망적인 엔딩을 보여주길 바랐는데 영화는 그렇진 않았다. 어찌됐건 죽음이란 갑자기 무서운 것이구나 싶은 기분이 들었으며 용서라는 단어에 덧붙여 그것은 정말 대단한 용기라는 생각도 했다.
아쉬운 점은 딱히 찝을 수는 없는데 뭔가 시원한 점이 없었다면 없었던 것 같다. 눈싸움을 하며 해맑게 웃는 강동원의 그 모습이 계속 유지되길 바랐던 것 같다. 그리고 그들의 사랑도 꼭 당장 이성적인 것을 떠나서 인간 사이의 더 무한한 사랑이라고 할까? 그런 것들이 정말 어떻게 해 볼 수 없는 그 속에서 좀 더 절절하길 바랐던 것 같다. 그러나 죽음 앞에 서서 한순간에 숨진 그 사람을 생각하면 그저 나는 감상적이고 어두침침하고 한치 앞이 안 보이는 어둠 속에 있는 것 같다. 그런 부분은 그저 안타깝고 슬프다.
우울한 소재라서 공감을 하긴 힘들지만 분명 느낌이 있고 순간, 순간에 좋은 장면들이 많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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