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formiz
|
2007-01-26 오후 10:13:54 |
1302 |
[9] |
|
|
영화 '보랏'은 남을 배려하지 않는 영화인 것 같다
지금까지 극장에서 본 영화 중 가장 적나라한 노출을 경험한 충격적인 영상(?)의 불랙코미디를 본 것 같은 느낌입니다. 하지만 충격적인 영상에 비하여 영화를 본 후 느낌이 좋지만은 않습니다. 보랏이 문화적 차이를 경험하면서 좌충우돌 미국인들을 웃겼지만, 영화 '보랏'은 남을 배려하지 않는 영화인 것 같은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영화를 보고 카자흐스탄에 대하여 검색을 해보니 1991년 구 소련으로부터 독립해 우리나라와도 외교관계를 수립하여 현재 10만명 이상의 교민이 살고 있다고 합니다. 아마 구 소련 당시 강제 이주된 고려인으로 판단되는데 왠지 애착이 느껴지네요. 대부분 국민들은 농업에 종사한다고 하며, 종교의 47%가 이슬람교를 믿고 있다고 합니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결혼정보회사에서 우리나라 농촌 총각과 카자흐스탄 아가씨와의 결혼 알선도 하는 것이 보이네요.
영화 내용은 보랏이라는 사람의 미국문화 체험기입니다. 실제로 카자흐스탄에서는 대통령까지 나서 "동(아시아)이든 서(유럽)든 어디든지 가라. 무조건 배워 와라."라고 하면서 젊은 인재들에게 독려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와 같은 배경이 중앙아시아 개발도상국 카자흐스탄이 고속 경제성장을 질주하고 있는 이유이며, 실제로 대통령의 외교정책은 아시아와 유럽을 동시에 포용하는 ‘유라시아 전략’이라고 하니 영화의 설정이 터무니 없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영화의 내용은 카자흐스탄인 보랏의 이야기지만, 영화는 미국에서 미국 감독에 의해 제작되었습니다. 감독은 래리 찰슨으로 뉴욕 브루클린 출신이며 코미디언으로 활동한 경험도 있고 현재 코미디 관련 제작 및 각본에 몸을 담고 있다고 하는데 감독이 어떤 의도에서 카자흐스탄인 보랏을 영화의 매개로 삼았는지는 알 수는 없습니다.
감독은 영화를 통해 미국의 세태를 비꼬는 것 같기도 합니다. 비추어지는 비꼬임은 종교를 비꼬고, 미국의 애국주의를 비꼬고 상류층의 격식을 비꼬는 듯합니다. 한편, 마지막에 보랏이 성형한 아름다움 보다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좋다고 말한 것 같은데, 문화의 상대성에 대하여 이해를 구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부정적으로 본다면, 카자흐스탄 사람들에게 뱁새가 황새 따라 가려다 가랑이가 찢어지니 뱁새답게 살아라,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지 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미국이나 영국에서는 꽤 흥행을 했다는 말도 있던데, 영화를 감상하는 문화적 차이 때문인지 크게 다가오지 않습니다. 사실 코믹 영화로 스크린에 표현된 과장된 표현를 그대로 현실에서의 문화적 차이로 본다면, 이거야 말로 정말 큰 문화적 차이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코미디 영화라고는 하지만, 영화상에서 많은 부분 카자흐스탄과 그 국민들을 비하하는 내용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보랏이 한국인이었다면 어땠을까요.
이 영화를 보는 카자흐스탄 국민들은 어떤 마음으로 볼 것이며, 미국인들은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궁금증이 생기더군요. 미국에서 만든 영화이니 미국 사람들은 긍적적인 선입관으로 보았을 테니 많이 배를 움켜쥐고 웃었겠지요. 미국인들 눈에 비친 카자흐스탄이 어떤 나라인지는 모르지만 앞으로 ~탄자만 들어가면 다 그렇다는 일반론이 각인될까 우려스럽습니다.
카자흐스탄인도 아니고 미국인도 아닌 저에게 여기 대한민국 서울 한복판이 현실이고 소중한 문화입니다. 문화의 당사자에게 그 문화는 가치가 있는 것입니다.
|
|
|
1
|
|
|
|
|
1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