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룩한 계보] 장진 부활의 신호탄???
개인적으로 장진 감독 특유의 유머와 서민 또는 사회의 루저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좋아한다. 물론 사람들마다 보는 시선은 다를 수 있어 극 진행에 굳이 필요하지 않는 그의 엉뚱한 유머 감각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꽤 있긴 하지만.. 어쨌든 장진 감독 작품을 다 봤던 사람으로서 전작 [박수칠 때 떠나라]는 매우 실망스러웠다. 그래서 장진이 뛰어난 기획, 연출가인 건 인정할 수 있지만, 뛰어난 감독인 건 아직 인정 받지 못했다는 평에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했다.
아마도 장진 감독은 자신에게 제기되는 의문점에 대한 이유를 연극적 느낌에 있다고 생각했나 보다. 그래서인지 이번 작품은 전작들에 비해 영화적(?)으로 많이 다가서려고 하는 노력이 보인다. 예를 들면, 주차장에서 CCTV로 지켜보는 장면 같은 것들... 또 한편으로 특유의 유머도 자제하려는 듯 보이기도 한다.
이런 장진 감독의 노력 자체는 시도해봄직하다고 인정하면서도 너무 많이 나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왜냐면 장진이 벗어나려고 시도하는 연극적 느낌과 언어로서 구사되는 시니컬한 유머야말로 다른 감독과 비교해 가장 장진을 돋보이게 하는 장치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암튼, 마치 전라도식 [친구]를 연상하게 되는 [거룩한 계보]는 [박수칠 때 떠나라]로 인해 물음표가 생긴 장진에 대한 신뢰의 끈을 개인적으로 다시 한 번 잡아보게 만든 계기가 될 것 같다. 가끔 등장인물들의 얘기를 하면서 과도한 감정의 과잉으로 인해 지루하게 느껴지는 부분들이 꽤 있긴 했지만(총 상영시간 126분을 100분 내외로 줄였다면 훨씬 짜임새 있지 않았을까 싶다) 특히 엄격한 복종의 상하 관계보다 평등한 민주적 관계의 우수성에 대한 신뢰와 찬사는 정말 '사랑과 우정과 평화'라는 조직명에 가장 적합한 주제라고 보여진다.
엉뚱하게도 개인적으로 가장 아름답게 봤던 장면은 영화의 기본 줄거리와는 좀 벗어나있는 장기수 할아버지가 탈옥을 해서 버스 정류장에서 한 할머니를 지긋이 바라보며 따뜻한 햇볕을 쬐고 있는 장면이었다. 확신범이기 때문에 굳이 탈옥할 이유가 없는 장기수 할아버지의 탈옥신을 넣은 건 아마도 자유란 어느 인간이나 누리고 싶은, 누려야 하는 천부의 인권이기 때문이고, 자유롭고 싶은 것도 알고보면 여유있게 버스 정류장에서 아름다운 여인을 바라보는 것과 같은 작은 이유들에서 나오기 때문일 것이다.
아, 그러고보니, 이 영화가 맘에 들었던 또 하나의 이유는 정준호의 비중이 그다지 크지 않았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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