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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화려한 영상에 묻힌 비애 황후화
tmdgns1223 2007-01-29 오전 12:28:24 873   [3]


* 스포일러 있습니다.

장예모 감독은 미장센이 정말로 뛰어난 감독이다. 아마 전세계를 통틀어 가장 미장센이 뛰어난 감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특히, 장예모 감독의 이전 영화 "영웅"이나 "연인"에선 아예 "대놓고" 자기만의 미장센의 세계를 펼쳐보였고, 이번 황후화에서도 자신만의 환상적인 미장센을 잘 보여주었다. 그러나, 영웅과 연인 모두 화려한 비쥬얼에 치중한 나머지 스토리는 부실하다는 말을 들었는데, 그래서인지 이번 황후화도 내심 걱정을 하면서 관람하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영화는 좋았지만 기대 이하"였다. 그 말은 이번 영화 역시 비쥬얼은 환상이었지만 스토리가 부실하였다는 말이다. 소재가 황실의 정치 암투를 그려서인지 "영웅" 이나 "연인"보다는 괜찮은 이야기가 나오긴 하였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황후화의 스토리는 우리가 (특히 우리나라 드라마!) 흔히 보던 부부지간의 갈등과 거기서 낳은 배다른 형제들의 갈등. 그 와중에 진짜 어머니가 나오면서 새로운 사건이 전개되고, 결국 주인공 모두 비극을 맞게 된다는 말 그대로 "뻔한 스토리"로 영화를 만든 것이다. 더구나나 인물들의 심리 묘사에 능숙하지 못한 장예모 감독이기에 이런 황실 정치 암투극은 장예모 감독에게 맞지 않았던 것 같다.(물론, "홍등"에선 탁월한 심리묘사를 해내긴 했지만...) 그렇기 때문에 최근 장예모 감독에게 가장 문제시 되었던 "인물들의 감정이입"또한 약해졌다. 인물들에게서 공감을 얻지 못하니 자연스럽게 스토리는 부실해지고, 그 부실해진 스토리를 화려한 비쥬얼로 채워 넣으려다 보니 스토리와 화면이 따로따로 노는 것 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거기다가 이미 "영웅"에서 주요 등장인물 5명의 이야기를 1시간 40분 가량의 러닝타임에 담아내어 비판을 받았던 장예모 감독이기에 연인과 황후화에선 그 보다 러닝타임을 조금씩 늘려왔는데, 연인에선 그 늘어난 러닝타임이 너무 길어져서 비판을 받았다면, 이번 황후화는 너무 짧은 감이 있었다. 솔직히 말해서, 황후화와 같은 스토리로 영화를 만드려면 적어도 2시간 30분 정도의 러닝타임은 되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특별한 배경이 없었던 영웅과 연인에 비해 황후화는 "황실"이라는 엄연한 "공간"이 존재하고, 주요 인물도 총 8명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즉, 간단히 수치적으로 계산해본다면, 2시간의 러닝타임동안 한 명의 인물에 대한 정보를 줄 수 있는 시간은 고작 "15분"에 불과한 것이다.(물론, 15분동안 보여줄 수 있는 정보를 한 컷에 보여준 장면들도 더러 있었다.) 이 짧은 시간동안 그 캐릭터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어떻게 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내가 "영웅"을 좋아하는 이유는 바로 "화려한 액션"덕분이었다.(연인도 좋았지만 시간의 비약땜에 아주 좋아하진 않는다.) 하지만 황후화에선 생각했던 화려한 액션도 생각만큼 화려하지 않았다. 예고편에서 보여준 "20만군의 전투"도 예상보다 너무 빨리 끝나서 아쉬웠다. 분명 화려한 전투씬이긴 했지만 왠지 허전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칼 싸움도 물론 좋았지만 영웅에서 보여준 이연걸과 견자단의 검술 대결이 워낙 뇌리에 박혀 있어서 그런지 별 감흥이 없었다.

하지만. 이 영화에 B+를 준 것은 (당연히!) 환상적인 비쥬얼 때문이었다. 개인적으로 "마이클 베이"감독과 "마이클 만"감독과 더불어 "무조건!" 영화관에서 영화를 봐야 할 감독으로 꼽꼬 있는 장예모 감독이기에,(위에 세 감독들의 영화를 집에서 비디오나 DVD로 본다면 그 감흥이 확 떨어진다. 큰 스크린에서 빵빵한 사운드가 있어야지 "진정한"관람을 할 수 있는 감독들이다.)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본 것이다. "영웅"의 컬러가 빨강색. "연인"의 컬러가 초록색 이었다면, 이번 "황후화"의 컬러는 노란색이다. 특히 황실에 걸 맞게 황금빛 의상에 황금빛 궁궐. 거기다가 노란색 국화로 수놓아진 바닥에 황금 갑옷을 입은 군사의 물결을 말 그대로 "장관"이었다. 역시 미장센이라면 세상에 어느 곳에서도 찾을 수 없는 "대가"인 장예모 감독 다웠다.

그 환상적인 비쥬얼과 더하여, 황금색 갑옷과 군사, 내시, 하녀, 자객등등. 많은 인물의 의상또한 너무나도 화려했다.(참고로, 황후화는 제 79회 아카데미 시상식 의상상부문에 노미네이트 되었다.) 또, 궁궐의 외부 세트나, 내부에 노란색 뿐만 아닌 다양한 색깔로 만들어진 내부 세트와 섬세한이 깃들어져 있는 소품까지 모두 최상급이었다. 또, 결이 부드러운 비단 옷이나 잘못 조절하면 카메라의 빛이 흐트러 질 수도 있는 노란색을 너무나도 잘 표현해낸. 아니, 오히려 걱정 이상의 영상미를 보여준 촬영까지. 모두 일품이었다. 물론, 스토리는 아쉽지만 정말 세계 어느 곳에서도 찾을 수 없는 독특한 영상미를 다시 한 번 보여주었다.

이 영화가 과장 투성이라고 하는 분들이 많다. 그러나, 무협영화는 원래부터가 "과장"이다. 사람이 아무리 도가 뛰어나고 무공이 뛰어난들, 어떻게 하늘을 날아다니고 몇 십대 일의 싸움을 이길 수 있겠는가? 애초부터 무협영화를 볼 때 "말도 안되는 장르"라고 생각하고 보아야 할 것이다. 게다가, 무협영화는 장예모 감독의 스타일을 가장 잘 표현해내는 장르이다. 이미지에 중점을 두는 미장센에 주인공이 항상 움직이고 결투하는 무협영화는 정말 제격인 것이다. 하지만, 장예모 감독이 또다시 무협영화를 만드는 것은 반대한다. 장예모 감독은 황후화같은 거대 블럭버스터보다, 홍등이나 책상 서랍속의 동화와 같은 드라마틱한 영화가 더 어울리는 감독이니까.

P.S - 황후와 둘째 아들이 반란에 실패하고 중앙절 축제가 다시 벌어진 후, 황후가 약을 쏟아 버리고, 당나라를 상징하는 표시가 지워지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 건지 도통 모르겠습니다.

20자평 - 점점 진화해가는 장예모표 무협영화. 그러나 역시 밋밋하구나.

유의사항 - 스토리보다 이미지로 승부하는 영화입나다.

비슷한 영화 - "구로사와 아키라"감독의 "란"

이 장면만은 - 중앙절 축제일에 가족간의 비밀을 알게 된 후, 빠르게 진행되는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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