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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대한 결말은 없다 낯선 여인과의 하루
tadzio 2007-02-07 오전 10:49:55 1362   [4]

낯선 여인과의 하루(Conversations with Other Woman,2005)

Directed by Hans Canosa

Starring Helena Bonham Carter, Aaron Eckhart


난 30대도 아니고, 10년간 못 잊을 사랑을 해본적도 없다. 그렇다면 이 영화에 공감할 수 없다고 내칠 텐가? 내가 이 영화에 관심을 가진 것은 비포 선셋 류의 영화라는 것과 텀을 둔 만남을 다루고 있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지극히 당연한 시간과 그에 따른 관계의 변화, 그러한 변화에 휘져어지는 기억이라는 것들은 날 언제나 매료시키는 소재들이다. 가장 흔하고 인간적이면서도 현미경을 들어댄 듯 혹은 다섯 개의 차선 건너편의 사람을 힐끗 보고 지나가는 것 같은 시선의 차이로 인해 무한히 달라질 수 있는 것들이다. 나에게는 이번엔(이 영화가) 어떤 눈으로 이 매력적인 소재를 요리하고 있는지가 관건이었다. 홍보를 그렇게 해서인지 헤어진 연인과 10년 정도 후에 다시 만난다는 설정 때문인지 극장을 나서서도 두 영화가 머릿속에 자주 등장했다.


이 영화의 특이한 점은 분할 프레임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시작부터 끝까지 두개로 갈라진 화면에서 우리는 효과적으로 많은 것을 보게 된다. 포스터에서도 잘 드러나듯이 12년간 지속된 한 연인의 재회라는 건 단순히 로맨틱한 우연이라기보다 두 사람이 서로 없이 살아온 삶의 나날들, 그 속에서 느껴온 각자의 감정들의 접점이다. 두 연인 각각의 입장에서 감정을 개별적으로 그리고 어울림 있게 나타내주는 것이 이 분할 프레임의 단연 돋보이는 역할인 듯싶다. 이 뿐 아니라 한 쪽에서 현재의 38살의 조금 처진 살과 대비되는 과거의 싱그러움을 대비해주기도 하고, 현실과 바람을 어느 것이 진짜인지 구분하기 힘들도록 보여주기도 한다. 직사각형의 긴 스크린에 익숙해있던 나는 조금 불편하기도 했지만 같은 순간인 양 보이면서도 감정적 깊이를 더해갔다 줄여가는 리얼한 연기가 이 불편함을 감소해준다.

 

 

굳이 비교하자면 낯선 여인과의 하루가 비포선셋보다 조금 older인 느낌이다. 물론 캐릭터들의 나이도 많지만 분할 프레임 때문이기도 하겠고 공간의 이동도 적어서인지 다소 답답한 느낌이 얹혀져 있다. 비포선셋에 비해 이 둘의 흐려진 과거와 현재에 대해 조금 더 치밀하게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 가깝게 들여다보지만 처절하거나 무겁지 않게. 담담하게. 그렇다고 깔끔하진 않다. 현실의 인간관계는 절대 깔끔하지 않다. 주렁주렁, 이런저런 자국. 호텔방 안에서 마치 화끈한 원나잇을 즐기러 온 젊은이들처럼, 핑크빛 드레스와 샴페인으로 로맨틱하게 즐겨볼 것처럼 안내하는 영화는 오히려 무채색 빛에 가까운 담담한 어조와 그 뒤에 절제된 감정과 지난 이야기들로 관객을 그 대화 속으로 끌어들인다. 간간히 등장하는 가슴을 찌르는 대사와 감정은 젊지 않다. 반짝이기보다 가슴을 누르고 쓴웃음을 짓게 한다.


음악은 드물다. 기억을 헤집고 다시 흩뿌려놓고 여기저기로 돌파구를 찾으려는 이들에게 화려한 음악까지 맡기기엔 버겁다. 간간히 등장하는 칼라 프뤼니의 허스키하고 담담한 보이스의 곡들이 딱 어울리는 분위기다.


스포일러일지도 모르겠으나, 80분 남짓한 시간 내내 분할 프레임이던 영화는 마지막에 하나의 익숙한 직사각형으로 변한다. 마치 같은 택시 안에 있는 것(technically they are;) 같은 이들의 마지막은 비포 선셋과 조금 닮아있다. 우리의 현실이 꼭 그렇듯이 장대한 결말은 없다. 실마리가 존재하는 듯 안 하는 듯, 여운에 푹 잠기고도 싶어지는 뭐라 점치기 힘든 결말. 밖을 향하는 시선, 줄어드는 말 수, 깜깜해지고 마는 스크린. 이들의 내일은 관여해선 안 될 것 같다. 그저 그렇게 두어야 할 것만 같더라.


덧. 택시 창밖으로 보이는 뉴욕, Other woman이 돌아가게 될 런던. 도시는 시간을 빨리 가게하고 연인을 외롭게 하나보다.

덧2. 주인공들의 젊은 시절 모습의 남자배우가 에단 호크와 닮아서 깜짝 놀랐다.


(총 0명 참여)
snc1228y
많은 남자들의 상상은 비슷한가요??   
2007-02-07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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