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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을 연민한 향수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almega 2001-01-29 오전 11:16:52 937   [3]
조금은 의아하게 생각될지도 모르겠지만, 미야자키 하야오의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를 보면서 나는 솔직히 눈물이 났다.
인간들의 탐욕으로 분노한 오무의 무리가 바람계곡으로
몰려 들자 인류가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자연과의
친화뿐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나우시카는 자신이 처한 운명을
깨닫고 무섭게 돌진하는 거대한 오무 무리 앞에 자신의
몸을 내던진다.

이미 이성을 잃은 오무의 무리는 나우시카를 짓밟고 지나가 버리지만,
나우시카에 의해서 구조된 아기 오무가 나우시카의 진심을 알고
나우시카를 구하려 하자 오무의 무리들은 그제서야 이성을 되찾고
만신창이가 된 나우시카의 몸을 치료해 주는 장면에서 뭐라고 딱히
꼬집을 수 없는 미묘한 감정의 격랑이 목언저리를 강타하더니
저 아랫배의 깊숙한 곳에서부터 밀려 올라오는 불가항력적인 파장은
급기야 안구의 눈물샘을 자극하여 주책스럽게도 눈시울이
붉게 물드는 것을 피할 수 없게 하였다.

한국에 정식으로 들어 오기 훨씬 전에 불법으로 나돌아 나니던
화질 엉망에 번역 제멋대로인 나우시카를 봤었다.
어린 시절 거의 환장할 정도로 열광했었던 코난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는데 감독이 같은 인물이었고, 그 감독이 늘상 그 비슷한
주제-자연에 대한 편집증적인 사랑-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것을 안 것은 훨씬 후였지만.

라퓨타, 붉은 돼지, 토토로를 통해서 그는 나에게 언제나
애니메이션의 상식을 뛰어넘은 경이를 주었고 그것은 그의
작품을 집요하리만큼 지겹게 스토킹하게 하였다.
그러나 원령공주에까지 이르르자 이젠 그의 주제와 캐릭터와
내러티브 구성에서 더이상의 신선함을 느낄 수 없는 매너리즘을
감지한 것은 스토킹의 허상을 깨닫는 것 만큼이나 비극적이었다.

나우시카를 관람료마저 7000원으로 올라 버린 극장에서
새삼스럽게 다시 본 것은 향수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 시절에 대한 향수.
처음 나우시카를 봤을 때의 그 가슴 벅차 올랐던 기억에 대한 향수.
그러한 향수에서 눈물까지 흘린 건 뭣 때문인지 모르겠다.
아마도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그 시절에 대한 그리움이
다시는 그 시절만큼의 감수성을 지닐 수 없게 되어 버린 현실을
연민하였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총 0명 참여)
pecker119
감사해요.   
2010-07-03 08:2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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