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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zz 행복을 찾아서
tngml5615 2007-03-19 오후 2:58:40 1634   [7]
지난 주 토요일 윌 스미스 주연의 '행복을 찾아서'를 봤다. 영화를 보기 전에 대략의 내용을 알고 있었는데 나름대로 기대가 컸다. 오랜만에 아주 푸근한 느낌의 가족 영화 혹은 감동적인 드라마를 경험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이런 이야기를 먼저 꺼낸 걸 보고 벌써 눈치 챈 사람도 있겠지만 영화는 매우 실망스러웠다. 게다가 영화를 보고 난 후에 몇 번 영화를 되새김할 때마다 점점 더 기분이 나빠졌다.


내 기분 나쁨은 영화의 시놉시스나 주제 때문이 아니다. 설정의 당혹스러움과 매우 다른 방향으로 이해될 수 밖에 없는 영화 속 현실 - 혹은 실제 주인공이 현실을 헤쳐 나간 방식 - 때문이다. 내가 기분 나빴던 부분을 요약하면 이렇다.

- 주인공의 일확천금을 꿈꾸는 행위
주인공은 일확천금을 꿈꾸며 의료 기기에 투자를 한다. 의료 기기는 팔리지 않고 그로 인해 가족 전체가 빈곤한 상황에 빠진다. 빈곤 속에서 부인은 몇 달 씩 야근을 하며 생활비를 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은 자신의 재산을 털어 넣은 의료 기기를 팔기 위해 동분서주할 뿐 제대로 된 직장을 구하려 하지 않는다. 물론 원 소설을 읽지 않았기 때문에 실제로 주인공이 어떤 노력을 했는 지 알 수 없지만 무능력한 가장이 아니라 '여전히' 의료 기기를 팔 수 있다는 가능성에 목숨 거는 이기적인 행위를 반복한다.

- 아내가 떠나는 것을 비난한다
아이가 태어날 무렵부터 주인공은 별 다른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자신이 투자한 의료 기기를 판매하는데 몰입한다. 결국 아내는 아들과 함께 주인공 곁을 떠나려 한다. 그러나 주인공은 아들을 맡겨 둔 유치원을 찾아가 아들을 반강제로 납치하다시피 데려 온다. 그리고 아들은 자신이 키우겠다고 주장한다. 그 결과 집에서 쫓겨 나고 잠 잘 곳도 없어 아들과 함께 화장실에서 잠을 잘 정도의 상황에 이르게 된다. 무능력한 아버지의 고집을 정당화하고 살기 위해 아들과 함께 떠나려는 아내를 비난하는 것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는가.

- 또 다시 일확천금을 꿈꾸다
주인공은 길거리에서 멋진 오픈카에서 내리는 근사한 신사를 보고 자신도 그렇게 되기 위해 '주식중개인'이 되기로 작정한다. 그리고 6개월의 무보수 인턴쉽에 지원한다. 영화의 절반은 무보수로 일하며 그가 겪는 고통과 도전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그가 주식중개인이 되려는 결정적인 이유가 과연 가족에 대한 책임감이나 아버지로서 의무 때문이었을까? 아니다. 페라리를 몰고 멋진 표정으로 길거리를 활보하는 사람들을 보며 그도 그렇게 되고 싶어 한다. 멋진 옷을 입고 큰 돈을 벌며 살고 싶은 게 그의 꿈이었다. 한 번 의료 기기에 투자하여 가족에게 큰 피해를 입히고 있는 상황에서 또 다시 일확천금을 꿈꾼다.


또 다른 이유는 주인공이 '주식 중개인'이 되기 위해 인턴쉽을 거치는 회사에서 하는 일도 매우 기분 나쁜 부분 중 하나였다. 6개월의 인턴쉽 기간을 거쳐 최종 선발되는 20명 중 단 1명은 '얼마나 많은 고객을 끌어 오는가?'에 의해 판가름된다. 회사는 인턴들에게 급여를 지불하지 않고 보다 많은 고객을 회사로 끌어 오도록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그리고 최종 1명은 정직원으로 채용되며 정직원은 또 다른 인턴이나 보조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들이 끌어 온 고객의 수익을 수당으로 일부 받는다. 그렇게 큰 돈을 벌 수 있다.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어쩌면 이 영화는 미국판 <자전거 도둑>이 아닐까 아주 잠깐 생각했다. 그러나 <자전거 도둑>의 주인공은 일확천금을 꿈꾸지 않고 그럴 능력도 없고 또한 사회 환경이 그런 가능성도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전혀 다를 영화라는 걸 알게 되었다. 하루 하루 열심히 노력해 부를 축적하고 그것을 통해 행복을 찾는 것은 어쩌면 더 이상 미국적 행복 찾기가 아닐 수 있다. 그러니 '주식중개인'으로 큰 돈을 번 사람의 어려웠던 시절의 이야기가 영화로 만들어 질 정도가 된 것이 아니겠는가. '주식중개인'이라는 직업에 대해 비난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매일 노력하며 성실하게 사는 것으로 행복을 찾을 수 있다고 믿는 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이 영화는 그런 사람들에게 '나도 주식중개인이나 할까?'라는 헛된 희망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절대 추천하고 싶지 않은 영화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 흘러 나오는 그의 현재에 대한 자막에서 - 그는 매우 큰 자본의 회사를 세웠고... 결국 큰 부자가 되었다는 내용 - 결국 이 영화는 1980년대 불황의 시기를 지나 온 미국민들의 행복찾기란 결국 부자되기 이하도 이상도 아님을 증명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이 영화가 비록 미국의 어떤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고 인정하더라도 인간의 보편적 행복에 대한 왜곡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예 대놓고 일확천금을 찾아 헤매는 주인공의 고통과 성공을 다뤘다면 나았을텐데 이 영화는 아버지의 고통이나 가장의 힘든 삶으로 주인공의 삶을 미화하고 있다. 그래서 더욱 이 영화는 좋지 못하다. 윌 스미스와 아들의 연기력에는 별 4개를 줄 수 있을 지 몰라도 원작과 스토리에는 단 하나의 별도 줄 수 없다.


영화를 본 며칠 후 서점에서 트럼프와 기요사키의 새로운 책을 봤다. 부자가 되는 요령에 대한 책이었다. 인덱스를 읽으며 혼자 중얼 거렸다, '똑같은 놈들끼리 책 하나 냈군' 이 영화를 보고 느꼈던 씁쓸함이 배가 되는 책이었다.


- 이 영화를 매우 즐겁게 혹은 감동적으로 본 분들과 대립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영화라는 문화 생산품을 소비하고 난 후의 감상인 '영화 감상평'은 마치 음식에 대한 평과 같아서 개인적인 취향과 세계관에 따라 매우 다른 평가를 내릴 수 있다. 내가 IT 업계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책임져야 할 부분과 영화 이야기를 할 때 책임져야 할 부분의 무게는 매우 크게 다르다는 말이기도 하다. 가장 거대한 아스피린 혹은 블루문이라는 브랜드 때문에 이 영화에 대한 혹평에 마음 상하는 분이 없었으면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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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ynw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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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3-27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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