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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으로 시작해서 가족으로 끝나는 찰리와 초콜릿 공장
mansoledam 2007-03-22 오후 10:56:22 1875   [3]

 로얄드 달 원작을 팀 버튼 감독이 리메이크 한 영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을 보았다. 팀 버튼 감독의 독특한 스타일과 죠니 뎁의 연기도 기대되었지만 정작 나에겐 잘 만들어진 아동 영화 같은 느낌 때문에 끌렸던 영화다. 고전적인 동화에 가까운 이야기를 어떻게 현대적인 느낌으로 표현했는지 궁금했고 그것이 흥행에 성공한 원인이 무엇인지 알고 싶었다. 이 정도면 이 영화를 볼 준비는 충분히 된 것이 아닐까. 그러나 이 영화가 나에게 재미없었다는 사실이 은근히 충격적이었다. 다양한 개인차가 존재하겠지만 다른 이들이 극찬했던 것을 나는 느끼지 못했다는 사실에 안타까움이 들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영화를 잘못 보았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오히려 내가 본 영화를 내가 느낀대로 글을 적어나가는 것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나의 작품을 통해 다양한 감상을 얻을 수 있는 것도 영화의 매력이기에.

 

 그렇다면 무엇이 맘에 들지 않았던 것일까. 먼저 그 전에 한 가지 내 의견을 밝히고 싶다. 이 영화를 두고 많은 사람들이 ‘어린이들이 볼만한 영화다, 아니다’란 논쟁이 계속 되어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거야 어린이들과 부모의 의향에 달린 문제겠지만 굳이 한 쪽을 택하라면 나는 ‘어린이들이 보면 좋을 영화’란 쪽으로 택하겠다. 일단 어린이는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다른 방향으로 내용을 받아들일 것이다. 정작 호러에 가깝다고 어른들이 이해하는 내용은 아이들에게 분명 그와 같이 받아들여지지 않아서 문제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어린이들은 그런 어른들의 세계를 이해하려하지 않고 자신들의 입장에서 영화를 바라볼 것이기에 웬만한 일들은 순순히 받아들일 것이고 그런 측면에서 영화를 보면 무척 흥미진진하고 재미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특히 초반부에 찰리가 초콜릿 공장에 들어가게 되는 사연과 차례차례 견학을 하며 한 명씩 탈락되는 과정이 무척 어린이들 취향에 맞는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나도 어린 시절에 그런 장면들을 흥미진진하게 지켜보던 때가 있었기 때문에 알 것 같다. 하지만 이젠 어른의 축에 속해버린 것일까. 그런 장면들이 너무나 불편하고 유치하게 느껴진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런 불편한 장면들은 계속해서 반복되며 나를 괴롭혔는데 그 때문에 영화에 몰입이 힘들어서 별 재미를 느끼지 못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현실과는 다른 동화적인 내용 전개는 원작에 나온 그대로겠지만 그것을 그대로 영화에 채용하면서 어른들이 느낄 수 있는 재미가 많이 떨어졌다. 또 팀 버튼 감독의 스타일과도 일치하는 부분이 많은 걸 보면 그의 영향도 적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로 인해 ‘빅 피쉬’에 이어 또다시 재미있게 보지 못한 팀 버튼의 작품으로 남게 되었다. 그렇다고 어른들을 위한 요소가 전혀 없었다고는 말할 수 없다. 두 요소가 적당히 혼재되어 있다고 보는 것이 맞겠다.

 

 이 영화의 특징은 앞서 말했던 동화적인 이야기와 함께 시각적인 즐거움, 그리고 윌리의 독특한 캐릭터라 할 수 있다. 먼저 오프닝부터 초콜릿 제조 장면을 CG로 보여줌으로써 시선을 확 사로잡는다. 팀 버튼의 영화답게 촬영 방법의 특별함보다는 미술 장치로 튀는 장면들을 만들어내는 특징을 보인다. 그런 장면들이 영화 내내 쉬지 않고 보여진다. 말그대로 다 쓰러가는 집이나, 초콜릿 강과 폭포, 유리 엘리베이터 같이 그들이 있는 모든 공간이 특별한 장소로 느껴지게 만든다. 특히 초콜릿 공장 내부의 공간들이 그러한데, 실제로 존재하지 않을 것 같지만 CG가 아닌 실제의 공간이라 기묘한 느낌을 자아낸다. 그렇게 동화 속에 직접 들어가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것만으로도 영상적으로 성공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런 영상이 영화의 특징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이유는 영화의 내용 전개와 관련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야기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초콜릿 공장 내부의 견학에서 새로운 공간들을 계속 선보이는데 그 과정은 어떤 새로움에 대한 기대감을 심어주기 때문에 긴장감마저 흐른다. 그 부분에 있어서 단순히 새로운 장치나 캔디 뿐 아니라 시각적으로 완전히 새롭고 놀라운 장면을 계속해서 연출해내기 때문에 효과는 극대화 된다. 이렇듯 영상이 내러티브와 깊은 연관성을 갖고 있고 좋은 효과를 나타내기 때문에 인상적인 장면을 곳곳에서 연출해내는 것이 이 영화만의 특징이다.

 

 윌리 웡카의 캐릭터는 영화에 큰 힘을 불어넣어주면서 연속성을 갖게 하는 중요한 요소다. 극 중에서 가장 긴장감을 자아내면서 사건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인 반면에 극 중에서 가장 허구적인 인물도 윌리다. 사실 정작 이야기의 열쇠는 이 윌리가 전부 쥐고 있기 때문에 그의 행동과 태도를 유심히 지켜보았다. 그는 몸은 어른이면서 어린이의 정신세계를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캔디나 초콜릿 같은 단 것을 좋아하고 가족에게 얽매이는 것을 질색하며 항상 새로운 창조성을 꿈꾸며 살아가는 것이 그렇다. 시간이 지나도 어른이 되지 않는 피터팬을 떠올리게 만들지만 정작 그가 살고 있는 초콜릿 공장은 네버랜드가 아니기 때문에 그는 계속해서 나이를 먹는다. 그 사실이 가장 불편했기 때문에 다시 찰리를 찾아간 것이 아닐까.

 

 결국 윌리가 보여준 영화의 결말은 가족과 사랑이다. 이 부분이 사실 가장 안타까운 부분이었다. 정말 너무도 가족영화에 어울리는 결말과 메시지가 아닐 수 없다. 그것을 평범한 아이인 찰리가 알려주는 것까지 교훈적이어서 나는 결국 이 영화의 주 연령층을 결정짓게 되었다. 윌리가 끝까지 신비감을 유지했으면 더 매력적이었겠단 생각을 해본다. 결말은 원작과 같을지 몰라도 윌리의 과거를 설정하는 부분은 새로 만들어낸 장면이라고 들었다. 윌리는 등장할 때부터 어딜 보아도 허구성이 가득한 신비로운 인물이었다. 찰리의 할아버지가 해주는 얘기도 그러했지만 직접 얼굴을 드러내면서 그런 의혹은 더욱 강해진다. 대체 어떤 사람이길래 이런 공장안에서 혼자 살고 있을까 하고 궁금증이 드는 부분에서 과도하게 친절함을 베풀며 일일이 그의 과거에 대한 설명을 늘어놓는다. 억지로 그의 과거를 만들어서 정해진 결말로 유도하는 것보단 그의 과거를 상상하게 만들어 신비감을 유지하는 것이 더 관객들에게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을 가져 본다.

 

 그런 윌리를 죠니 뎁이 연기한 것은 적합했다. 윌리에 어울리는 배우로 짐 캐리도 있지만 팀 버튼의 기괴한 분위기에는 확실히 죠니 뎁이 잘 어울렸다. 가끔씩 천박할 정도로 가벼운 웃음을 터뜨리곤 하지만 냉소적인 이중적인 모습을 적절히 잘 보여주며 윌리의 캐릭터를 연기 해냈다. 그와 함께 움파룸파가 계속해서 등장하는 것도 큰 즐거움이었다. 매스게임과 같은 율동을 선보이며 상황에 맞는 노래를 부르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보통 인간과는 조금 다른 그들이 등장하면서 더 동화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찰리의 연기가 못마땅하진 않았지만 그의 존재감이 아쉬웠다. 다른 아이들과 대화를 하거나 윌리에게 질문을 하는 장면들에서 그의 어떤 특징도 부각되지 못하고 그저 평범함으로 일관되는 것이 그랬다. 너무 평범함으로 몰고 가서 주인공답지 못했다는 것 때문에 나중엔 그가 어떻게 선택을 받을 수 있었는지 의아하게 생각되기도 했다.

 

 결국 영화는 가족을 말하고 있다. 잘못된 모습의 전형을 보여주는 아이들을 데려다 놓고 심사하면서 결국은 그들의 부모를 탓하고 있는 모습이나 윌리가 찰리를 통해 부모와 가족을 찾게 되는 장면이 그러하다. 억지로 해석하면 윌리도 그런 잘못된 모습 중에 하나라고 볼 수 있다는 결론까지 나오게 된다. 원작의 강한 힘 때문에 팀 버튼 감독의 색깔이 확실히 드러나지 못한 영화였다. 그나마 영상에서 감독이 보여줄 것을 충분히 보여주었다고 생각하며 만족한다. 가족을 위한 영화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유치한 것은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다. 가족으로 시작해서 가족으로 끝나는 신선할 뻔했던 영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이다.

 

 

★★★


(총 0명 참여)
kyikyiyi
조금 아쉽넹   
2007-04-19 23:36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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