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의 설움에다 이리저리 채이는 인생을 얼굴 하나만으로도 표현할 수 있는 배우에 봉태규 아니면 또 누가 있을 수 있을까 싶게 [방과후 옥상]은 그에 의한 그를 위한 영화라 해도 지나친 게 없다. [가족의 탄생] DVD 코멘트에도 그런 얘기가 나오지만 연기를 하지 않아도, 물끄러미 바라만 봐도 너무나 처연하게 불쌍하게 보이는 얼굴에 봉태규만한 배우는 정말 없다. 분장을 해도, 악을 쓰고 연기를 해도 안 되는 걸 그는 할 수 있는 배우다. (물론 그가 강동원 같은 포스를 절대 보여줄 수 없다는 반대의 경우가 있지만 말이다)
이 영화는 십 년도 더 되는 학교 왕따의 문제를 코믹의 화법으로 다루었다. 무심코 뱉은 말은 어마어마하게 부풀려지고 우연의 상황은 절묘하게 다음 상황을 웃음으로 이끈다. 왕따의 삶에서 좀 벗어나고자 했던 학생이 우연에 우연을 거쳐 약한 아이들의 희망과 영웅으로 재탄생되는 과정은 웃기면서도 사회적으로 심각한 병폐를 떠올리면 웃을 수만은 없게 하는 이중의 효과를 낸다.
한편 이 영화는 [싸움의 기술]과 어떤 면에서 겹치는데, 두려움을 이겨내는 건 스스로가 주체가 되어서 그 두려움의 실상과 맞부딪혀야 한다는 것에 방점을 찍고 있다는 것이다. 기술적인 면보다 심리적인 한계상황에서 자신이 이길 때 함부로 비웃을 수 없는 사람이 될 수 있음을 [방과후 옥상]도 주인공의 지난한 심리 전개상황을 코믹한 상황 속에 보여주며...
어떤 문제의 핵심에 깊이 다가가지 못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배우의 장점을 최대한 이용해 코믹학원물이란 장르에 충실한 [방과후 옥상]은 봉태규의 첫 주연작이자 그만이 해낼 수 있는 캐릭터의 장점을 유감없이 보여 준 예가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