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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삶에 대한 인정을... 우리학교
ldk209 2007-04-01 오후 10:37:00 1961   [25]
그들의 삶에 대한 인정을...

 

양영희 감독의 [디어 평양]은 한 가족사를 통해 재일동포, 그 중에서도 조총련 계열 교포들의 살아온 이야기를 그리고 있으며, 그 이야기 중에는 양영희 감독이 조선학교를 다니면서 보고 배웠던 것들과 그것에 대한 반항. 아버지와의 대립과 화해가 포함되어 있다.

 

[우리학교]는 바로 그 조선학교가 재일교포 사이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외부인의 시각에서 그리는 것이 아니라 영화의 제목이 [조선학교]가 아니라 [우리학교]인 것처럼 바로 그들의 시선과 그들의 목소리를 통해 이야기하고 있다. 1945년 해방이 되자, 일본은 자국 내의 재일교포들에게 이미 사라진 조선이라는 국적을 부여했다. 그러나 한일 간의 국교가 정상화되자 조선이라는 국적 하나만 존재했던 재일 교포 사회에 본격적인 분열이 만들어진다. 그 동안 재일교포와 관련된 한국정부의 정책이란 사실상 방임이었는데, 해방 이후 어려울 때 도움 한 번 주지 않다가 본격적으로 시도한 첫 정책이란 게 한국적 취득이었다는 건 재일교포들 사이에 좋지 않은 감정을 일으킬만했다.

 

해방 직후 재일교포들은 남한으로부터는 일본에 혼을 판 친일 분자라며 공격 받았고, 일본에서는 조선인이라며 공격 받는 이중의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 유일하게 그들에게 도움을 주고 손을 내밀어 준 존재가 바로 북한이었고, 김일성이었다. 특히 재일교포들이 후세들의 교육을 위해 스스로 세운 조선학교의 운영자금을 지원해 준 건 재일교포들에겐 결코 잊을 수 없는 은혜였다. 조총련계 1세는 물론이거니와 3세들까지도 이미 체제 경쟁을 끝난 현실에서도 여전히 북을 조국이라고 여기는 역사적 근원이 여기에 있다. 이것을 이해하지 않고서, 아니 이해까지는 아니더라도 인정하지 않고서 조총련을 친북이라 공격하는 건 사실상 그들과의 화해를 추구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그들을 인정하고, 이해한다는 건 우리의 잘못된 과거를 인정한다는 의미와 동일하다.

 

혹가이도 조선학교 학생들은 조선말 습득을 위해 스스로 조를 편성하고 규칙을 만들어 점수로 경쟁을 하기도 한다. 일본말을 사용하면 점수가 내려가기 때문에 조선말을 전혀 못하는 편입생들은 아예 일주일 동안 침묵을 선택하기도 하고, 그러자 나머지 학생들이 편입생들과 대화할 때에는 일본말을 인정한다는 새로운 규칙을 제시하는 등 유연한 모습을 보여준다. 여학생들의 치마저고리 복장에 대해서는 남녀 차별 문제와 결부되어 남녀 학생 사이에 심각한 토론이 벌이지기도 한다.

 

영화는 전체적으로 꽤 유머러스하면서 곳곳에 눈물겨운 감동의 순간들을 잘 배치해 놓고 있다. 노래자랑을 준비하는 학생들의 왁자지껄 때문에 소리내어 웃다가도 원산항을 떠나며 아바이를 외치는 그들의 목소리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흐른다. 무겁고 힘든 주제지만 결코 무겁거나 힘들게 느껴지지 않도로 배려하고 있는 점은 이 영화의 최고 강점이랄 수 있다. 물론, 영화 감상을 끝내고 시간이 흐르면서 그 무게감은 더욱 늘어나겠지만...

 

특히 수학여행으로 북한을 다녀온 학생들이 그곳에서 겪고 경험한 것을 그리워하는 모습은 분명 조국이 되었든 그 어떤 다른 가치가 되었든지 간에 물질적 척도에서만 접근하려는 우리의 자세에 경종을 울리는 감동이 아닐 수 없다. 영화를 보면서 또 하나 감동받은 부분은 '조선학교'의 민주적 분위기였다. 학생들 사이만이 아니라 선생과 학생들 사이도 자칫 위아래가 없다고 할 정도로 평등한 관계가 유지되고 있는 건 매우 특별한 경험이었다. 왜냐하면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기 위한 소수는 보통 단합된 힘을 명분으로 수직 서열화되고 독재화되기 쉽기 때문이다.

 

다만, '조선학교'가 어려운 환경의 도피처 또는 이상향으로만 그려지고 있는 건 아쉬움이랄까? 나사 하나가 빠진 느낌을 주고 있다. 자본주의가 최고로 발달한 일본이라는 국가에서 생활하고 있는만큼 분명 양영희 감독처럼 '조선학교'의 교육에 거부감을 갖는 경우도 분명히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조선말 교육 외에 이들이 사회에 나가 정상적인 사회인으로 활동하기 위한 여타 기본 교육이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도 사실 조금은 의문이다. 편입생의 시간표가 일주일 내내 국어 교육에 한정되어 있다는 것은 그만큼 다른 교육에 소흘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민족주의자도 아니고 민족주의에 대해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기 때문에 [우리학교]가 보여주는 모든 이야기에 100% 동의하기는 힘들지만, 동의하지는 못하더라도 순수한 아이들의 꿈이 이뤄지기를 기대하며, 그들의 삶이 우리 모두에게 인정 받는 날이 오기를 고대한다.

 


(총 0명 참여)
ldk209
재미 있다고 해도 어차피 안 볼 분 같긴 한데..
재미 있습니다....   
2007-04-19 16:34
kyikyiyi
재미는 없을듯하네요   
2007-04-17 20:55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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