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0405]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 우산을 챙겨들고 용산 전자상가로 갔다.
불꺼진 상가들이 밀집되어있는 사이에, 택배를 옮기는 사람들, 가게 문을 닫고 퇴근 준비하는 사람들...
영화 속에서 항상 어떤 중요한 포인트가 있을 법한 장면이랄까... 그 틈을 비집고 랜드시네마로 올라갔다...
동행한 친구에게는 영화 제목을 일러주지 않았다..
비단 '철없는 그녀의 아찔한 연애코치'
이 제목만 일러줬을 경우에 뻔하고 시시할 것 같다며 마다할 것 같았다..
더구나 천둥 번개에 우박까지 내리는 아주 짖궂은 날씨인터라...
이 영화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미국판 '김삼순' 같았다.
스크린 밖에서 관객의 입장에서 보면 주인공은 전혀 노처녀같지 않다.
도리어 유쾌하고 사랑스럽기 그지없는 두 주인공 그녀들이다.
하지만 스스로도 그렇고, 주변 사람들, 가족들........... 왜 왜 왜!?
마치 이번이 아니면 평생 홀로 문고리에 등 긁으며 노년을 보내야만 될것처럼
내게 반지를 끼어주며 프로포즈를 근사하게 해줄 인생의 반쪽을 찾아다닌다...
그녀들에게는 여러명의 남자들이 주변인물로 설정되어있다.
단순하게 한 번 맞선 보고 끝난 극한 엑스트라부터, 로망을 다시 꿈꾸게 하는 남자까지..
하지만 이 영화에는 한 가지 더 추가 된 요인이 있다. 막내 딸을 걱정하는 엄마!! 엄마!! 엄마!!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에서 에리카 역을 맡았던 다이안 키튼이 이렇게 더...
억/척/스럽다니...!!
막내딸을 너무도 사랑하는 엄마와,
아찔한 연애코치인 그 엄마에게서 벗어나 자기 짝을 찾고싶어하는 밀리의 이야기이다.
물론 이렇게 한정없이 간섭하고 뿌리치고만 리싸이클 되는 것은 아니다...!
약간의 실마리와 해결책으로 유쾌하게 마감되는 영화이다.
'이렇게 비가 추적추적 보내는 저녁을 홀로 보내고있는데!
게다가 지나간 연애사와 앞으로의 고민으로 머리가 복잡한데!'
문뜩 엄마의 안부전화가 와버린터,
피곤한 마음에 '알았어!!' 하고 전화를 끊어버린 당신이라면....
이게 비단 나만의 일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겪는 일이란걸 공감받을 수 있을 것이다.
엄마와, 혹은 이런 경험을 마침내 끝나고 만난 오랜 짝지와...
콤보 세트를 먹으며 웃고 동감하는 동안 그 오해도, 쌓여있던 감정도 다 풀릴테니...
무겁지 않은 마음으로 영화관을 나와서, 툴툴 웃으며 용산역에서 장을 보고
집으로 돌아가는 내내 기억에 남는 영화였다..
p.s. : 영화 속에서 '빨리빨리'를 외치는 한국 배우들과
반대로 영어 자막이 나오는 한글 대사를 듣는 것도 쏠쏠한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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