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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학교 우리학교
ppopori486 2007-04-03 오후 4:51:29 1665   [10]
 

2005년, 일본에 있는 <조선학교>라는 곳에 가보지 않겠느냐는 제의를 처음 받았습니다.

무엇보다 먼저 하얀 저고리와 깜장 치마가 생각났습니다.

협박과 폭력, 등교길의 찢어진 치마저고리...뉴스가 나올 때마다 가슴속에선 한숨이,

머릿속에선 비판이 먼저 나오던 참을 수 없이 무겁기만 한 "조선인"의 기호.

명분을 위해 삶에 상처를 내야하는 자학의 기호처럼 느껴졌더랬습니다.

적어도 한국땅에서, 바다 건너에서 바라본 "미디어"속의 치마저고리는.

 

2005년 9월, 일본 땅 <조선학교>에서 치마 저고리의 그들이 내 눈앞에 섰을 때,

"기호"는 비로소 실재가 되었고 내 가슴은 또다시 한숨이었으나 머릿 속 비판은

비탄으로 가득 채워졌습니다.

치마저고리를 버리지 않는 그들, 폭력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차마 입지는 못하고

가방 속에 싸들고 와 교실에서 바꿔 입는 그들,

치마 저고리는 명백하게도 이들의 다중적인 삶 그 자체로 내게 와닿았기 때문입니다.

 

영화 <우리학교>는 바로 그들의 이야기입니다.

내가 나고 내가 자란 이 땅, 낯익은 얼굴과 익숙한 음식, 말과 음식이 그대로 나 자신인 우리들과 달리 그들은 그들이 나고 자란 그 땅, 친숙한 친구의 얼굴과 익숙한 음식, 그들에겐 모어인 말과 글이 자신들의 것이 아님을 알아가는 과정이 곧 성장 과정입니다.

실재인 줄 알았던 현실이,

내 것인줄 알았던 일상이 매트릭스 속의 잘 짜여진 프로그램이었을 뿐임을 알아가는 과정,

그 고통스런 진실과 일상의 삶을 구분짓는 경계로서 그들에게 치마 저고리는 그토록

필요한 것이었는지 모릅니다.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일상을 살다가 학교에 들어서서 비로소 꿈에서 깨기 위해

그들은 치마 저고리를 입어야만 했을지 모릅니다.

옷은 단순히 고집이나 아집이 아니라 삶을 직시하고자 하는 몸부림이었는지 모른다는 생각을

그들의 삶의 현장을 보면서 아프게 느꼈습니다.

 

<우리학교>는 일본 내 소수자로서 조선학교를 다니면서 조선인의 정체성을 지키고자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그들 개인의 이야기이고, 그들 소수 집단의 이야기이지만,

그러나 그들의 이야기는 곧 우리 자신의 이야기이면서 우리 역사의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감정을 배제한 채 볼 수가 없습니다.

위안부라든지, 독도라든지, 하는 단어를 아무런 감정의 변화 없이 떠올릴 수 없듯이

<우리학교>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바로 우리들 자신의 이야기이니까요.

 

영화가 끝나고 한 관객이 이렇게 물었습니다.

"저게 홋까이도학교만의 현실인가요, 아니면 다른 모든 조선학교도 저와 같습니까?"

질문은 많은 걸 내포합니다.

빨갱이 학교, 북한 학교인 줄 알았는데 아니네...?

북한애들처럼 사상적이고 경직되어 있을줄 알았더니 아니네...?

저들도 우리였네...?

 

바로 이 사실을 확인해주는데 영화는 공헌합니다.

2000년 이전까지 접촉이 금지되었던 그들의 현재를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2005년, 우리를 처음 만났을 때 "남한" 사람들은 처음 만나본다는 그들,

남한 사람들의 서글서글한 표준말을 드라마에서가 아니라 실제로 들어보는 게 너무나

가슴 뜨거운 체험이었다는 그들의 삶을, 생활을, 생각을 보여주기에

영화는 참 소중합니다.

사랑하려면 먼저 알아야하기에,

그리고 알면 너나없이 사랑하지 않을 수 없기에,

영화 <우리학교>는 경계를 넘고, 지역을 넘고, 이데올로기를 넘어

한국, 한국인에게 조선, 조선인과 하나되는 감동을 주는 영화입니다.

두 개의 다른 조국을 바라봐야 했던 그들에게, 경계인으로서 남과 북 누구보다 더 강렬하게

하나의 조국을 원했던 그들에게 대한민국에서 "상영 대박"이라는 선물을 주고 싶습니다.

대박이 이해로 이어지고, 이해가 사랑으로, 사랑이 만남과 결실로 이어질 수 있도록

먼저 영화를 본 이로서, 조금 앞서 그들과 만났던 이로서

할 수 있는 작은 힘을 보태고 싶습니다.

<조선학교> 방문을 마치고 돌아온 그날부터,

또 영화 <우리학교>를 보는 내내 그들에게서 치마 저고리를 벗기우는 꿈을 꿉니다.

삶과 지향이, 현재와 인식이 둘이 아닌 온전히 하나인 그 날이 되는 꿈,

더 이상 치마와 저고리가 기호로서가 아니라 단순히 취향으로서 인식될 수 있는 날,

그 날이 오기를...그 날이 어서 오기를...

 

영화 <우리학교>는 그 날이 어서 오기를 기원하는 저같은 사람들의 바램을 담고 있습니다.

김명준 감독, 고맙습니다.


(총 0명 참여)
kyikyiyi
이런 영화도 있나?   
2007-04-17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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