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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사이드 규칙은 점점 완화되고 있다.... 오프사이드
ldk209 2007-04-10 오전 11:55:21 2046   [14]
오프사이드 규칙은 점점 완화되고 있다....

 

그리 자주 접하는 건 아니지만, 내가 접했던 이란 영화들은 대체로 리얼리즘의 테두리 안에 있다는 생각이 든다. 신발을 잃어버려 전전긍긍하는 소년, 시험을 보기 위해 아이를 맡겨야 하는 소녀의 안타까운 여행(?) 등등.. 과연 영화의 소재로 삼을 수 있을까 싶은 아주 소소한 얘기들이 자연스럽게 화면을 장식하면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잔잔한 웃음을 떠올리게 하는 힘이 있는 것 같다.

 

이슬람이 전반적으로 정교일치를 표방하고 있긴 하지만, 이란은 탈레반이 집권했던 아프가니스탄을 제외한다면 가장 근본적인 입장에 서 있는 국가일 것이다. 그 반대편에는 가장 세속화된 정권이었던 후세인의 이라크가 존재했고. 이슬람이 왜 여성을 그 토록 차별하는 가에 대해선 많은 논란들이 있을 수 있지만, 분명한 건 종교적 전통을 자랑하는 이슬람도 변하고 있다는 것이고, 이란도 예외는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많은 이슬람 교도들은 여성을 차별하는 것이 아니라 보호하는 것이라고 말하기는 한다. 영화에서도 그런 입장은 군 사병들의 입을 통해 여러 차례 강조된다. 예를 들면, 경기에 흥분한 남성들이 내뱉는 욕을 들으면 안 된다는 등의 주장들. 아무튼 테헤란에 있는 축구 경기장에는 여성 화장실이 없는 등 당초 여성이란 존재는 고려의 대상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축구에 미친 어여쁜 소녀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직접 경기를 보기 위해 여기저기서 경기장 잠입 작전을 벌인다. 장애인 노인을 부축이는 척하면서 들어가거나, 못들은 척 들어가 보거나, 심지어는 사병 군복을 입고 귀빈석에 앉아서 보는 대담무쌍한 작전을 벌이지만 하나 둘 적발되어 임시 유치장에 수감된다.(?)

 

이들이 경기장에 잠입하는 과정이나 유치장에 수감되어 군인들과 이야기를 하는 장면은 이란 사회의 축소판을 보는 듯 한데, 전반적으로 젊은층은 여성의 경기장 입장에 매우 관대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먼저 다가와 경기장 입장을 도와주겠다고 제안하는 소년도 있고, 경기장에 몰래 들어가려다 군인에게 걸리자 주위의 많은 일반인들은 여성의 입장에 공조하는 듯 보인다. 또 화장실 사용을 두고 옥신각신할 때도 도망갈 수 있게끔 공간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제대를 앞둔 고참 사병과 갇힌 여성 사이의 대화에서 확실하게 드러난다. 그 사병은 여성을 차별하는 것이 아니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변하지만 여성의 반박은 사병의 주장이 얼마나 어처구니 없는 것인지 보여준다. 논리에서 밀린 사병은 남녀유별을 강조하지만 극장은 여성 출입이 된다는 주장에 바로 반박당한다. 결국 사병은 대장의 명령이라며 곤란한 논쟁에서 벗어나려 한다.

 

이란 사회의 여성 차별이 얼마나 근거 없고, 비논리적인가를 축구장 경기 입장 불허에 빗대, 그것도 아주 유쾌하고 흥겹게 풀어내는 감독의 역량은 매우 뛰어나 보인다.

 

경기는 이란이 바레인에 1:0으로 승리하며 독일 월드컵 최종 결선에 진출함으로서 일견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란의 월드컵 본선 진출이 이란 여성 문제를 해결해 주지는 않는다. 아마도 축제 후에 오프사이드 반칙을 범한 이 소녀들은 다시금 차에 태워져 약식 재판을 받고 구치소에 갇히는 운명이 됐을 것이다. 그럼에도 축구에서 가장 어려운 규칙이라는 오프사이드는 점점 완화되고 있으며, 그건 이란 여성들에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총 0명 참여)
ldk209
?????????   
2007-04-20 10:29
kyikyiyi
오프사이드라...ㅎ   
2007-04-17 00:26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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