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검색
검색
 
쉘 위 댄스 훌라걸스
hrj95 2007-04-12 오전 10:16:17 1378   [4]

1

날씨도 분위기도 싸늘한 기운이 감도는 탄광촌. 탄광굴의 깊이만큼이나 오랜 역사로 마을과 함께 해온 탄광. 하지만 이제 탄광산업은 어두운 갱도처럼 사양산업으로 사라져가고, 회사의 정리해고와 함께 마을을 휘감는 음산함과 빛바랜 화면의 서늘함이 그 위에 가라 앉는다. 그렇다면 그들이 마주하고 있는 현실 앞에서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그들이 살아가는 방식은 무엇일까.


2

그리고 그곳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하와이안 센터가 사라져가는 의 빈자리를 메우려 한다. 하지만 그것은 단지 마을의 주된 산업의 변화로 아버지의 일자리가 줄어들거나 바뀌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아버지세대와의 결별이자 새로운 세대와의 조우이며, 그것이 그토록 많은 주민들이 반감을 가지게되는 이유이고, 어머니에게 쫓겨나고 아버지에게 두들겨맞는 이유이다. 배신할 수 없고 외면할 수 없는 아버지 세대에 대한 지극한 존경. 혹은 변화에 대한 두려움.


하지만 아이들(혹은 훌라걸스)은 다르다. 손톱 밑에서 사라지지 않는 석탄가루의 흔적으로부터, 언제나 정해져 있어야 했던 고루하고 남루한 아버지들의 일상으로부터 벗어나 스스로 자신들의 꿈을 꾸고 그들을 가로막는 선탁더미의 굴레로부터 벗어나고 싶어한다. 그럼으로써 당연한 듯 흘러왔던 탄광의 삶에 길들여지고 싶어하지 않는다. 물론 그 안에서 겪어야 했던 많은 갈등과 혼란이 눈물짓게 하지만 선생님이라는 외부인에 대한 적개심을 버리고, 신구세대 사이에 끼어있던 오빠의 응원으로 그들이 그토록 원했던 훌라댄의 유쾌함으로 억지미소가 아닌 진정한 웃음을 지어보인다. 그리고 그 속에서 삶의 변화를 긍정하는 법을 배우고, 자기 자신을 스스로 결정하는 지혜를 터득한다. 이제 점퍼 속에 숨겨둔 하와이안의 욕망을 더 이상 감추지 않아도 되도록. 


그러나 그것이 가능했던 건 단지 그들이 가지고 있던 꿈과 의지, 욕망이 전부가 아니다. 그 안에는 자신과 다른 삶을 살기 원했던 아버지의 소망과(딸을 데리고 오던 아버지) 딸이 추던 춤의 가치를 깨닫고 다가서던 어머니의 사랑과 변화에 대한 무조건적 부정으로부터 서서히 마음을 여는 부모님들의 따뜻한 난로가 놓여있다. 그래서 그들이 기차역에서 추던 춤은 선생님이라는 타자에 대한 화해의 손짓이고, 마지막 무대의 화려한 공연은 이제 떠나보내야할 부모님께 바치는 고마움의 답례이며, 이제 새로 도래한 세대에게 내어놓는 흥겨운 축제이다. 그렇게 그들은 아름다운 훌라춤으로 어두운 갱로에 새로운 빛을 비추고, 주름진 부모님의 손마디에 따뜻한 체온을 건낸다.


3

그래서 그들이 추는 춤은 슬픔과 동시에 기쁨이다. 내년이면 퇴직해야할 어머니의 미소. 어두운 갱도로 들어가며 웃음짓는 오빠. 임종조차 지키지 못했지만 무대에서 영정사진을 마주하던 댄서. 어떤 흐름 속에서 그들이 마주쳐야할 거대한 벽. 그 거대한 벽을 관통하는 순간, 그런 즐거움과 안타까움은 황량한 석탄더미 앞에서 찍었던 사진의 불협화음처럼 전혀 어울리지 않을지 몰라도 결국 그것이 모두의 웃음으로 나아갈 수 있는 장이 된다면, 그 춤은 그들이 흘렸던 땀방울의 소중한 열매가 될 것이다. 크리스티나 옆에 피어있던 빨간 꽃처럼. 소중히 귀에 꽂았던 친구의 빨간 꽃처럼. 그래서 그들과 함께 기꺼이 함께 추고 싶은 춤이다.


(총 0명 참여)
kyikyiyi
아직 안봣는데 한번 보고싶은 영화네요   
2007-04-16 02:04
1


공지 티켓나눔터 이용 중지 예정 안내! movist 14.06.05
공지 [중요] 모든 게시물에 대한 저작권 관련 안내 movist 07.08.03
공지 영화예매권을 향한 무한 도전! 응모방식 및 당첨자 확인 movist 11.08.17
50385 [눈부신 날에] 재미있는 반전이 있다. 그리고 박신양과 서신애의 연기가 돋보인다. (5) newface444 07.04.12 1405 4
50384 [일루셔니스트] 일루셔니스트 기억으로 3월15일?... (1) hrj95 07.04.12 1194 2
현재 [훌라걸스] 쉘 위 댄스 (1) hrj95 07.04.12 1378 4
50382 [고스트 라..] 볼거리많은 영화 (1) egg0930 07.04.12 1208 4
50381 [그 여자 ..] 귀여운 남자 휴그랜트! 영국식... (1) hrj95 07.04.12 1357 3
50380 [한니발 라..] 너무 밍기적 거림 (1) hrj95 07.04.12 1442 5
50379 [행복을 찾..] 너무 뻔해 좋은 (1) hrj95 07.04.12 1321 5
50378 [눈에게 바..] 반에이 경마....처음 들어봤다. ... (1) hrj95 07.04.12 1202 4
50377 [눈부신 날에] 억지감동. 모든 배우 중에 서신애양의 연기가 제일이네요.. (4) jy9983 07.04.12 1291 9
50376 [천년학] 한국적......그러나.... (2) youl3478 07.04.12 2274 8
50375 [스튜어트 ..] 리틀 가족 이야기 1편 (1) joynwe 07.04.12 1880 4
50374 [눈부신 날에] 파송송 계란탁이 생각난다... (2) joynwe 07.04.12 1208 6
50373 [극락도 살..] 살인.... (2) cutechoo 07.04.12 1204 7
50372 [고스트 라..] 참 당황 스러운;; (1) cutechoo 07.04.12 1386 3
50371 [뷰티풀 선..] 상상못할 반전!!최고~!! (1) cutechoo 07.04.12 1820 4
50370 [눈부신 날에] 받는 것 없이 모든걸 다주는 아이 (3) jihyun83 07.04.12 1279 3
50369 [동갑내기 ..] 2시간의 런닝타임을 채울필요가 있었을까? (35) maymight 07.04.12 33450 28
50368 [눈부신 날에] 왜! 영화제목이 "눈부신 날에" 일까? (2) fornest 07.04.12 1353 8
50367 [가을로] 가슴 아픈 우리의 과거를 아름다운 영상으로 담아내다... (1) joynwe 07.04.12 1577 4
50366 [철없는 그..] 기본은 했다 그걸로 끝~(스포일러 약간) (2) kgbagency 07.04.11 1619 7
50365 [극락도 살..] 갖가지 다양한 느낌의 체험!! (24) julialove 07.04.11 31946 19
50364 [연애의 목적] ...두 배우에게 마이너스 작품... (1) joynwe 07.04.11 2352 11
50363 [비밀의 숲..] 기대한것과 많이 틀린영화 하지만.. (2) hrj95 07.04.11 1346 2
50362 [1번가의 ..] 사실 별 기대는 하지 않고 봤다 (3) hrj95 07.04.11 1482 3
50361 [복면달호] 기대하지 않았다,, 네티즌이 잼... (1) hrj95 07.04.11 1305 5
50360 [샬롯의 거..] 브라보 아역 (1) hrj95 07.04.11 1182 6
50359 [사랑해, ..] 10분이라는 제한 시간내에 다양... (1) hrj95 07.04.11 1519 4
50358 [클럽 진주군] 씨네콰논 홈피에서 발견 (1) hrj95 07.04.11 1690 4
50357 [천년여우 ..] 여러 분은 혹시 여우비라는 영화... (1) hrj95 07.04.11 1306 3
50356 [로보트태권V] 우리 표절에 대해...약간만 생각해봅시다 (1) hrj95 07.04.11 1536 5
50355 [미스 리틀..] 주말에 날씨는 좋고 딱히 나가서... (1) hrj95 07.04.11 1254 3
50354 [극락도 살..] 강추강추~!! (1) dudnrose 07.04.11 1061 3

이전으로이전으로1306 | 1307 | 1308 | 1309 | 1310 | 1311 | 1312 | 1313 | 1314 | 1315 | 1316 | 1317 | 1318 | 1319 | 1320다음으로 다음으로




1일동안 이 창을 열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