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실망스럽다.
뭐가?
포스터가.
영화의 포스터와 예고편은 완전히 딴 판이다.
사실. 포스터와 예고편이란, 영화를 대변해 주는것인데.
요즘 한국의 영화계는 이런 묵시적 약속을 무시한다.
실제, 이 영화는 포스터나 예고편과는 전혀 다르다.
그러나, 내용만으로 놓고 볼때 이 영화는 재미있다.
포스터나 예고편을 보며 생기발랄한 코미디를 예상했다면 큰 오산이다.
이 영화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영화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오랜만에 묘한 코미디다.
평상시 불성실한(?) 언행과 몸사리기 고수의 이대로 형사.
그러나, 어느날 농담처럼 뇌종양 말기 선고를 받고 3개월 시한부 인생임을 알게된다.
첫사랑에게서 떠넘기듯이 넘겨받은 딸 현지를 위해 10억짜리 보험을 들고, 사고사로 죽기위해서 몸을 내던진다.
하지만, 그럴수록 위험한 사건들을 처리하여 오히려 만인의 추앙을 받는 영웅 형사가 되어 매스컴에 오르내린다.
애인 정애에게 현지를 맡기고 세상을 뜨려하지만, 정애가 오직 자신의 돈만 바라고 있다는 것을 알게된 이대로는 첫사랑인 현지엄마에게 돌아와 달라는 고백을 하고, 그렇게 세상을 떠난다.
얘기는 상당히 진부하다.
그러나, 반전이 있다.
반전이란..
의례 이런 영화(? 소위 코디디 또는 가족영화?)에서는 일반적으로 '시한부선고' 가 '오해' 였다는 설정이 많은데, 오해가 아니라 정말 죽는다는 설정이다.
내게는, 이런점이 오히려 반전처럼 느껴진다.
이범수.
나름대로 많은수의 코미디 영화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귀엽게 생긴 얼굴이지만, 작은키 때문에 한동안 변두리를 맴돌다가, 진지하면서도 웃긴 캐릭터를 잘 소화해내는 연기력덕에 연륜이 쌓일수록 주연급을 맡으며 좋은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분위기 자체는 '임창정' 과 비슷하다.
최성국,손현주,강성연.
저마다 개성이 강한 배우들인데, 영화속에서 각각의 인물들이 매칭이 잘되어 그럴싸한 연기호흡을 맞추고 있다.
영화에서 서로의 캐릭터들이 잘 어울리기란 쉬울일이 아니다.
오랜만에, 혹은 낯설게 영화계에 얼굴을 내민 이 세사람은, 마치 원래 그 인물이었던것처럼,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역시, 좋은 영화는 좋은 시나리오와 훌륭한 연출,감독, 자연스러운 연기와 각 인물의 매칭이 중요하다.
삼박자가 골고루 맞아 떨어진 영화.
이 영화는 분명 잘 만들어진 영화이다.
잘 만들어진 영화임에는 분명하지만, 아쉬움은 남는다.
아주 소소한 아쉬움인데, 말로 표현하기는 아주 애매한 부분이다.
뭐랄까.. 강렬한 느낌이랄까?
그런 느낌을 내는것은, 영화가 잘 만들어지는것과는 또다른 별개의 문제인것 같다.
영화가 강렬한 느낌을 갖기 위해서는?
도대체 어떤것이 강렬한 느낌을 주는가?
대체적으로 파격적인 영상이나 스토리일것이고, 카리스마 넘치는 인물일수도 있겠지.
그러나, 강렬한 느낌을 주기위해, 예컨대 '올드보이' 처럼 만든다면, 파격적이긴 하겠지만, 영화가 너무 한쪽으로 치우쳐 버리는 느낌을 주게 될것이다.
그런점에서, 이 영화는 무난하면서 어느 한쪽으로 너무 치우친듯한 느낌을 주지 않고 균형을 잘 유지하고 있다.
파격적인 것과 균형미는 서로 상등의 관계인가?
카리스마 넘치는 인물을 묘사하기 위해서는, 배우자체가 풍기는 카리스마가 있어야 하겠지?
그런면에서, 배우의 태생적 한계를 벗어나지는 못할것이다.
그것은 배우자체가 풍기는 분위기가 강렬하지 않다면, 절대 표현할 수 없는것이므로.
강렬하진 않지만, 안정적인 스토리와 조화로운 연기, 한편의 가족코미디를 보는듯한 편안함과 소소한 즐거움들이 느껴지는 잘 만들어진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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