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s World, 남자들만의 세계는 분명 존재한다. 그들만의 문법은 비장하게 때로는 격렬한 사랑처럼 느껴질 정도로 뜨겁게 자신들의 아우라를 불태운다. 그들이 서로를 받아들이는 방식은 여자들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 그들은 탐색전 없이 곧장 친해지고 단순할 정도로 감정의 찌꺼기를 남기지 않는다. 절체절명의 순간에 연인과 가족보다 우정을 선택하기도 하고 곧 죽어도 멋으로 살며 자신의 선택에 좀체 후회하지 않고 앞을 향해 걸어간다.
BUT. 그러나. 21세기에 접어들면서 그 양상은 180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약 130도 정도 달라졌다. 여성과 남성의 문법이 모호해진 것이다. 여성의 남성화, 남성의 여성화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방위에 걸쳐 21세기를 아우르는 가장 두드러진 현상이다. 예쁜 외모의 남성이 대중을 사로잡고 중성적인 매력을 은밀히 선호한다. 더 이상 남자들은 인간관계에 있어서 '남자답게' 대범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며 온갖 권모술수로 적을 치졸하게 몰아간다. 그래서인지 이 시대의 여성다움, 남성다움은 고전의 향기까지 끌어당겨 더욱 완벽한 아름다움을 구가한다.
............여기까지가 이제야 <무간도>1편을 본 나의 구구절절한 변명조 감상평이었다.
그래서 말하자면 <무간도>시리즈는 그 남자다움을 말하는 남자의 영화다. 더 정확히는, 비련의 여주인공을 꿈꾸는 여자들처럼(그 비련이라는 것이 가져올 괴로움은 제쳐두고), 거스를 수 없는 운명에 대한 비장함을 꿈꾸는(역시 비장함이 초래할 고통스런 불운은 제쳐두고) 남자들의 이야기다.
하지만 이러니저러니해도 역시 <무간도>의 최대 매력은 '상황의 역전이 주는 아이러니!'일 것이다. 본래의 나는 싸그리 부정되고 '가면 쓴 나'가 리얼이 되는 어딘가 어긋난 시간을 뚜벅뚜벅 말없이 걷는 두 남자.
경찰의 스파이로 들어간 범죄조직의 유덕화가 결국 두목을 배신하고 경찰의 삶을 선택한 것이 자못 유익하게 그려지는 것은 권선징악의 이분법이 내뿜는 남자다움 때문일까.
이 영화가 자기 안에 내포하고 있는(물론 뒤바뀐 운명에서 파생되는) 수많은 엔딩을 생각해보면 조금 아쉽다.
아...양조위의 상처받은 얼굴...
↗ 요런 장면, 남자다운 영화에 참 많이 나온다.
<야수>도 그랬고 최근에 본 <뷰티풀 선데이>도 그랬고...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