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도 평범하고 건조한 나날을 보내는 정혜. 그녀에겐 우체국의 일과, 고양이, 동료들과의 퇴근 후 맥주 한잔 등... 그리고 과거의 아픈기억들만이 자리하고 있다. 그 아픈기억은 그녀에게 치유되기 힘든 상처로 자리잡았고 사랑이란 감정을 증발시켜버렸다.
영화는 그녀의 평범하고도 지독하리만큼 평범하고 한편으론 외로운 일상으로부터 잔잔하게 변화해가는 그녀의 심리와 행동을 섬세하게 묘사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핸즈헬드(카메라를 고정하지 않은 채 손으로 들고 촬영하는 기법)로 그녀와 마치 마주보고 대화하는 정도의 간격을 유지하며 그녀를 관찰하기도 이해해주기도 심지어 그녀에게 투영되기 쉽도록 만들어준다. 어머니의 죽음과 고모부로 부터의 성폭행으로 인한 상처! 그런 그녀에게 사랑이 찾아오는데...모든 사람들은 살아가며 상처받고 또 치유되고 그러기를 반복한다. 때로는 가해자로 때로는 피해자로...정혜는 피해자의 입장으로 철저하게 자신에 갖혀 사는 인물로 스스로를 위로하고 상처를 마주하고 희망을 가짐으로써 보는이들에게 간접적인 메세지를 전한다. 마지막에 황정민이 "정혜씨"라고 부를때 정혜는 의미심장한 표정을 짓는데...그렇다 그녀는 정말로 자신을 되찾은 것이다. 평범하지만 그 자체로도 가치있는 한 사람으로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