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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막장에서 드러난 인간의 동물본능 사생결단
mchh 2007-05-07 오후 5:11:42 1385   [4]
 

사실 이 영화의 관객으로서가 아니라도 일반인들 이상의 것을 알고 있었기에 난 이 영화가 나오기를 너무나도 손꼽아 기다렸다. 결과는?... 절반의 만족과 절반의 고민을 안겨다 주었다. 실망이 아닌 고민을 얻은 것은 영화촬영장을 몇 번이나 찾은 나의 눈을 믿기 때문이다. 극중 전국구 마약계 거물 장철(이도경)의 오른팔로 나오는 영남(김진혁)과의 인연 덕분에 다큐로 찍다가 두 번이나 들렀고 이외에도 개인적인 친분으로 인해 몇 번이나 촬영장을 구경할 수 있는 행운을 누렸다. 사실 언론에 알려진 것과는 다르게 블록버스터를 논하기에 너무도 적은(?) 30억의 제작비로 만들어졌다. 최호 감독님의 전작의 모든 작품이 실패의 쓴잔을 봐서인지 촬영장은 언제나 고요하고 진지했다. 배우들의 대본과 촬영 콘티만 봐도 그 어떤 영화들 것보다 디테일하고 준비를 많이 한 흔적이 역력했다. 그리고 부산의 배경을 보다 잘 살리기 위해서 주연급 배우들을 제외하곤 부산에서 공개 오디션을 통해 배우들을 캐스팅하였고 장소헌팅에만 3년을 투자했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실망보다는 고민이라는 표현을 쓰고 싶다.

  이 영화의 첫 번째 매력은 배우들의 연기이다. 대한민국 대표배우 류승범, 황정민을 투톱으로 내세웠고 이도경, 김희라 등의 연기력이 검증된 조연들, 여기에 최고의 찬사를 받고 있는 추자현까지 엄청나게 열정을 쏟아 부은 배우들의 노력에 박수를 먼저 쳐주고 싶다. 현장에서 본 상도(류승범)는 촬영 들어가기 전과 후가 정말 다른 배우였다. 과연 서울 토박이가 사투리 연기를 잘 해낼 수 있을까 했지만 결코 도경장(황정민)에게도 뒤처지지 않을 만큼 열연을 했다. 그리고 실제 투병중인 이택조-상도삼촌(김희라)는 그 자체로도 캐릭터가 되었다. 또한 남자 냄새 가득한 영화에서 지영(추자현)은 실제 마약을 한 듯한 리얼한 연기를 보여주며 여장 파워를 느끼게 해주었다.

  두 번째는 영화의 메시지이다. 우리가 알고 있었던(싶지도 않았던) 부산의 마약관련범죄를 마치 현미경으로 분석한 듯한  이 영화는 서로 돕고 도와주는 척 하지만 결국엔 서로 등을 돌리는 이상한 공생관계를 취한다. 오직 장철을 잡는 것이 목표인 도경장은 상도의 죄를 눈감아주면서 까지 달려든다. 상도는 벤쳐사업가를 자처하며 마약을 팔지만 결국 그에게는 가족도 의리도 아무것도 없다. 그가 데리고 있는 성근(온주완)조차 그를 결국 배신하는데 복잡하게 엮여 뒤로 칼을 겨누는 관계에서 ‘피는 물보다 진하다’라고 말하는 이택조만이 이 오묘한 ‘악어와 악어새’의 관계에서 빠져있었다. ‘세상에 믿을 놈 하나 없다’란 슬로건을 건 이 영화는 너무나도 피부에 와닫게 슬픈 현실을 그려내고 있다. 영화 시작부터 야망에 차 더러운 이빨을 드리우며 사납게 달려들던 이들은 마지막 연결고리인 수갑이 끊어지고 상도의 죽음으로 인해 비로소 막을 내리는데 이는 가장 슬픈 장면으로 기억된다. 약육강식의 법칙, 악의 지배 속에서도 선과 악의 모호한 잣대, 상대를 쉽게 인정하지 못하고 믿지 못하는 암울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비춰내고 있다.

  마지막으로 살아 숨 쉬는 리얼리티이다. IMF시절 마약으로 찌들었던 부산의 모습을 여과 없이 드러내고 있다. 그 당시 중학생이었던 내 눈에 비춰졌던 것 이상의 것들. 무너진 현실의 틈을 삐집고 들어 온 더러운 약의 향기가 진동을 하는 듯 했다. 실제 그들의 생활 속 언어까지 빌려와 은어와 욕설들이 난무하지만 실제적이란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사생결단’이란 제목처럼 극단적인 영화이다 보니 단점들도 쉽게 눈에 띄었는데 너무 많은 것을 보여주려 한 흔적이 역력했다. 2시간의 런닝타임을 의식한 것이었을까? 쉽게 말해 템포 조절은 실패한 것 같다. 자동차 경주에 비유하자면 황정민과 류승범의 힘찬 레이싱 중에 느닷없이 날아가던 새가 배설물을 토해 낸 겪이다. 그것을 닦고 나서야 다시금 달릴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전체적인 속도 또한 너무 빨라서 자칫 영화에 집중하지 않으면 감정이입이 힘들 수도 있었다. 그리고 황정민이 장철을 죽이지 않았으면 아님 그전에 류승범이 죽음이 아닌 다른 선택을 하였으면 하는 개인적인 아쉬움 또한 남는다.

  死生決斷! 즉, 죽고 사는 것을 가리지 않고 끝장을 내려함을 말한다. 그간 보여줬던 자기반성에 각성을 하며 결론 지어졌다면 이 영화는 결코 특별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란 세 살짜리 어린이도 아는 그런 메시지도 주지 않는다. 철저하게 현실과 괴리감 있는 나쁜 놈과 더 나쁜 놈이 세상을 이용해 자기 뱃속을 채우려 함을 봄으로써 인간의 나약한 모습을 반성하게 한다. 추악한 욕망은 결국 모두를 파국으로 몰아넣었다. 속고 속이는 더러운 세상! 하지만 세상에 대한 삿대질이 아닌 개인적인 반성과 생각을 하게 한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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