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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돌 속에 꽃이 피어나다 크래쉬
mchh 2007-05-07 오후 5:18:04 1276   [3]
 

볼거리가 많은 것도 좋지만 난 첫째로 영화의 완성도는 시나리오에서 찾는다. 2006년 아카데미 수상작인 이 영화는 다양한 인종이 가지는 상처와 치유에 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같은 시간에 일어난 사건을 역추적하는 방식의 이야기는 ‘범죄의 재구성’이나 ‘11시 14분’ 같은 영화와 닮아 있다.(난 반전과 많은 이야기가 나와 생각을 하게 하는 영화가 좋다) 하지만 그건 단지 형식의 닮음일 뿐 36시간이라는 짧은 시간의 다양한 이야기는 감동이란 선물과 함께 내게 왔다.

  이 영화는 LA를 배경으로 한다. 이곳은 전세계에서 가장 다양한 인종들이 모여 사는 곳으로써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겠다라는 설득력을 높여준다. LA교외의 한 도로에서 시체가 발견하고 현장에 도착한 수사관 그레이엄의 표정이 당혹감과 슬픔으로 교차하는 순간. 이야기는 36시간 전, 15명의 삶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우연과 필연 혹은 운명으로 만나게 되는 이들은 너무나도 나약하게 부딪치고 깨지고 다시 모인다.

  지방검사 릭과 그의 아내 진이 차를 강탈당하는 밤, 진은 멕시칸 열쇠 수리공 대니얼과 가정부에게 괜한 투정을 부린다. 같은 시간 흑인이자 방송국 PD인 카메론과 아내 크리스틴은 릭의 강도당한 차와 같은 차종이란 이유로 백인 경찰 라이언과 핸슨에게 심문을 당한다. 이 과정에서 라이언에게 성적 모욕을 받은 크리스틴은 자신의 지위에 위협이 올까봐 아무런 저항도 반항도 하지 않았던 남편을 비난한다. 한편 라이언에게는 병환이 깊은 아버지가 있는데 힘든 병 수발로 인해 폭력성이 짙어진 것이다. 핸슨은 자신의 파트너인 라이언에게 불만을 가지고 다른 파트너로의 교체를 요구한다. 이란인 파라드는 자신의 가게를 지키기 위해 총을 사고 열쇠를 고치지만, 도둑이 들게 되고 열쇠 수리공 대니얼 때문이라며 찾아 나서게 된다. 살인현장을 보고 있는 그레이엄은 백인사회에서의 성공을 위해 가족으로부터 스스로 소외를 선택했다.

  이러한 수많은 등장인물과 그들이 벌이는 사건들. 영화의 전체적인 흐름은 초반부엔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지만 갈수록 시선은 눈높이에 맞춰간다. 즉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며 투영하고 적나라하게 꼬집는다. 영화는 철저하게 백인들과 성공한 소수의 흑인들만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그들에게 비춰지는 다른 유색인종들과 이민자들은 단지 경멸의 대상이자 열등한 존재들이다. 하지만 그렇게 끝을 맺었다면 시대의 흐름상 상을 타기는 커녕 비판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처음부터 갈등을 빚을 수밖에 없는 상황들을 만들어 하나하나씩 풀어 나간다. 이것은 단순한 갈등의 해결이 아닌 구원이라고 표하고 싶다. 자신이 성희롱했던 여자를 극적인 사고의 순간에서 구하고 경멸의 대상으로 여겼던 이들에게 자신의 유일한 친구라고 고백을 한다. 너무나도 극적이고 감동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내가 이 영화에 찬사를 보내는 원초적 이유는 아직 그 구원이 미완성이라는 점이다. 만약 모든 것이 완벽했다면 이제껏 봐왔던 영화들과 똑같은 느낌이었을 것이다. 영화의 초만능적인 기술 대신 현실을 직시한 것이다. 언뜻 보기엔 모든 갈등의 씨앗이 사라진 것도 같지만 ‘크래쉬’란 제목을 배신하지는 않았다. 파라드는 자신의 가게가 털리자 열쇠수리공 대니얼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곧장 총을 들고 찾아가는데 그 안에 든 것은 공포탄이었지만 다섯 살의 딸이 아버지 대신 몸을 던지고 그만 가족들은 절규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니얼이나 그 가족들은 파라드에게 대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서로 감싸 안으며 집으로 급하게 들어간다. 결코 세상을 향해 외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안전한 곳으로 숨는 것이다. 그리고 핸슨은 선배 라이언의 행동에 분노하는 의기를 갖고 있는 인물이지만 그도 결국 한사람의 흑인 남자를 죽인다. 분노하지 않아도 될 상황에 분노하는 것은 그 안에 내재된 편견과 선입견임을 보여준다. 끝까지 냉정함과 흥분 속에서 갈팡질팡 하지만 결국엔 내재되어진 본성에 따른다.

  설령 이것뿐만이 아니라도 현실에서 존재하는 인종간의 갈등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쉽게 말해 영화 속 2시간 안에 지구촌 삶의 모습을 여과 없이 드러낸 것이다. 그 속에서 현실직시를 통한 자기반성과 그 벽이 무너지는 순간엔 진한 감동과 새로운 메시지를 전달한다.

  ‘크래쉬’는 보기에 따라 자극적일 수도 감성적일 수도 있다. 중요한 건 분명한 사실을 담아내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공존하는 이민자들이 사는 사회의 곪아터진 치부를 건드린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우리나라에선 그리 큰 주목을 끌지 못했다. 아무래도 정서적인 차이와 미국에 비해 이민자들로 인해 발생하는 이질감과 대립 등이 부족하지 않아서일까 생각이 든다. 그래서 어쩜 나도 보고 나서의 잔상보다는 보고 있을 때의 감동이 컸던 것이 사실이다.

  ‘충돌‘을 통해서 사랑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은 어찌 보면 지극히 정상적이면서 슬픈 현실이다. 영화 속 인물들처럼 우리는 어떠한 공간에서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른 체 살아간다. 서로와의 충돌이 어떤 사랑을 가져올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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