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정확히 20년 후인 2027년. 인류는 18년째 불임의 시대를 이어오고 있으며, 전 세계가 테러와 전쟁의 혼란 속에 무너져 내리고 오직 영국만이 국가다움을 유지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테러와의 전쟁을 빌미로 한 불법 이민자 사냥에 모든 역량을 투입하고, 이에 맞서 피쉬단 등 저항 조직은 테러와 납치 등 모든 수단을 동원, 정부에 맞서려 한다.

클라이브 오웬이 맡은 주인공 테오는 한 때 저항 조직의 일원이었지만, 아들이 죽고 이혼한 후 모든 희망을 버린 채 공무원으로 적당히 살아가고 있다. 어느 날 피쉬단에 납치 당한 테오는 부인이었던 저항단체 리더 줄리언(줄리안 무어)을 만나 그녀로부터 이민자인 한 흑인 소녀의 통행증을 만들어 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과거의 인연 탓에 부탁을 받아 들인 테오는 줄리언, 흑인 소녀 키이, 키이를 보호하는 중년 여인, 피쉬단의 고위급 인사와 함께 자동차를 이용, 바닷가로 가기 위해 이동하지만 정체모를 집단의 공격을 받게 되고 이 과정에서 줄리언이 사망한다. 그들은 공격을 피해 피쉬단의 거처로 숨어 든다.

이 곳에서 테오는 흑인 소녀의 임신과 줄리언의 사망이 아기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피쉬단 내부의 음모임을 알게 되고 정부와 피쉬단, 양쪽의 추적을 피해 키이를 데리고 과학자들이 인류의 유지와 미래를 위해 만들었다는 휴먼 프로젝트로 가기 위해 국경의 바다를 향해 나간다.

희망 없는 미래에 대한 경고를 '더 이상 아이가 없는 세상'으로 표현한 <칠드런 오브 맨>에 나오는 미래의 모습은 아주 우울하며 절망적이다. 무엇보다 인류가 서서히 멸종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설정은 그 자체로 충격적이며, 그런 디스토피아의 세계에 비치는 한 줄기 희망의 빛이 불법 이민자이며 배우지 못하고 가난한 흑인 소녀의 임신이라는 사실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정부군과 저항단체의 격렬한 전투의 와중에 태어난 아기의 출산과 그 아기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마치 예수의 탄생을 보는 듯 하다.

무엇보다 이 영화가 끔찍한 건 영화에서 묘사되고 있는 미래의 모습이 사실은 현재와 거의 동일하다는 점이다. 다른 민족과 인종에 대한 거부, 공격, 테러, 전쟁, 공포, 혼란... 서로에 대한 증오와 죽음, 관타나모 수용소를 연상시키는 이민자 수용소가 존재하는 곳이 바로 알폰소 쿠아론 감독이 그리고 있는 가까운 미래의 모습이다. 그리고 쿠아론 감독은 현재 유럽사회의 가장 큰 이슈인 이민제한 정책을 직접 거론하고 공격함으로서 이 영화가 가상의 미래를 다룬 영화가 아니라 바로 동시대적인 성찰을 담고 있으며, 자욱한 안개 속에 불안한 듯 보이는 불빛과 흔들리는 배를 비추며 끝나는 마지막 장면은 영화 이후의 미래가 여전히 불안함을 말해주고 있다.

이 영화가 주는 커다른 즐거움 두 가지를 꼽자면, 우선 음악인데, Deep Purple의 <Hush>, Rolling Stones의 <Ruby Tuesday>, King Crimson의 <The Court Of The Crimson King>의 움장함이 화면을 뒤덮고, 테오가 통행증 발급을 부탁하기 위해 찾아간 거대한 건물은 Pink Floyd의 걸작 앨범 [Animals]에서 묘사된 민중을 착취하는 공장의 모습이며, 그 위로 자본가를 풍자하는 날으는 분홍색 돼지(<Pigs On The Wind>)가 둥둥 떠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촬영감독 엠마누엘 루베츠키가 창조한 12분에 달하는 롱테이크 및 원테이크로 촬영된 추격신과 전투 장면은 카메라 앞에 묻은 핏방울과 함께 잊을 수 없는 경이로움을 선사한다.

2007년 2월에 열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색, 촬영, 편집상 후보에 오른 이 영화는 미국 개봉 당시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극장에서 막을 내리자 마자 '새로운 걸작 SF 영화'로 평가 받고 있다. 한국에서는 아예 개봉관에 걸리지도 못한 채 DVD로 직행했는데, 얼마 전 끝난 전주영화제에서 상영됐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