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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기는 방식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못말리는 결혼
jimmani 2007-05-11 오전 2:16:36 15946   [14]

드라마나 영화 속 주인공들은 결혼이라는 일을 앞에 두고는 어디까지나 사랑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끝까지 신념을 굽히지 않지만, 현실에서도 마냥 그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 사랑으로 맺어지는 인연이기에 그것을 이루는 데에 사랑이 가장 중요한 요소임은 분명하지만, "인륜지대사"라는 거창한 별명이 붙은 만큼 결혼은 두 사람 뿐 아니라 두 집안이 결합하는 일이기에 사랑 이외에도 현실적으로 따져야 할 것이 은근히, 아니 대놓고 많을 것이다. 이처럼 삶에 있어서 중요한 과정 중 하나기에 결혼을 둘러싼 두 집안의 갈등은 앞이 뻔히 보이는 소재이면서도 드라마나 영화에서 숱하게 많이 등장하기도 한다.

이러한 익숙하기 그지없는 소재가 또 한번 영화로 모습을 드러내었다. 부모들은 결혼을 말리고 싶어 안달하지만 결국 어떻게 될지는 제목에 뻔히 나와 있는 영화 <못말리는 결혼>. 집안과 집안이 마주하는 결혼이라는 중대한 일을 놓고 젊은 배우들 뿐 아니라 중견배우들까지 대등한, 혹은 그 이상의 비중으로 힘을 합쳐 결혼을 둘러싼 한바탕 가족소동극을 벌인다. 아침드라마나 일일연속극에서나 볼 법한 진부한 소재임에도 출연진들의 면면은 이 영화가 엄한 긴장감 대신에 폭소를 가져다 줄 것을 예감하게 한다. 영화를 본 결과, 정말 그랬다. 다만 그 폭소가 그렇게 풍부하지 못한 것이 아쉬웠을 뿐.

여기 상반되는 두 집안이 있다. 억척스럽게 살아온 게 서러워서 최대한 교양있게 살려 노력하지만 구수한 본성은 어디가지 못하는 강남부자 심말년(김수미) 여사 집안과 상대적으로 집안 형편은 떨어지지만 전통적 가치관을 바탕으로 누구보다 교양있게 살아온 박지만(임채무)씨 집안. 그러던 중 말년의 아들인 왕기백(하석진)과 지만의 딸인 은호(유진)가 우연히 만나 티격태격 다투던 끝에 사랑에 빠지지만, 서로의 형편이나 행실이 영 맘에 들지 않는 두 집안 어르신들은 서로 못잡아 먹어서 안달이다. 거기다 설상가상으로 말년의 골프장 프로젝트에 유일한 걸림돌이 되고 있는 땅주인이 바로 지만이라는 사실이 밝혀지고 난 후, 이 결혼은 반대라는 두 집안 어른들의 생각은 확고해진다. 이에 말년과 지만은 기어코 서로 힘을 합해 기백과 은호의 결혼을 막기 위한 계획을 꾸민다. 과연 그들의 결혼을 말릴 수 있을까? 설마... 제목부터 "못말린다"고 호언장담하는데...

우선, 2~30대의 젊은 배우들 뿐 아니라 중견배우들까지 대등한 혹은 그 이상의 비중으로 모였다는 점에서 출연배우들의 면면이 눈여겨 볼 만하다. 포스터에 나온 배우들의 이름 순서에서 젊은 배우들인 유진과 하석진이 먼저 나오지 않고 김수미씨와 임채무씨가 나온다는 건 그만큼 이 영화가 젊은 배우들을 위주로 한 영화가 아니며, 또한 이 중견배우들의 비중이 매우 크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일게다. 영화를 보니 이것은 확실했다. 유진과 하석진의 알콩달콩 러브스토리 이전에 관객들의 이목을 확실히 사로잡는 것은 경력 면에서 비교도 안되는 중견배우들인 김수미씨와 임채무씨의 팽팽한 기싸움이다.

특히 이 영화의 풍성한 출연진들 중에서 김수미씨의 존재감은 막강하다. <마파도>와 <가문의 위기>, <가문의 부활>같은 일련의 코미디 영화에서 그녀의 카리스마가 얼마나 강렬했던가는 두말하면 입 아플 일. 이 영화에서 그녀는 기존의 억척스런 욕쟁이 캐릭터에 살짝 변화를 준다. 물론 본성은 여전히 욕쟁이 아줌마같지만 끝까지 교양있어 보이려 애쓰는 여인의 모습이 그것인데, 영어 개그가 그것이다. 기존의 걸쭉한 욕설이 포함된 하이톤의 코믹한 발성에서부터 어설픈 영어를 섞어 우아하게 보이려는 로우톤의 얌전한 발성까지 자유자재로 오가며 똑같이 뻔한 대사라도 듣는 순간 웃음이 나오게 만드는 김수미씨의 저력은 역시나 코미디에서 제대로 진가를 발휘한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샤랍", "쉣"과 같은 단순과격한 영단어에다가 "해피 쉣"과 같은 신조어까지 만들어내며 느낌 잔뜩 실은 코미디 연기를 보여주는 그녀의 모습은, 거짓말 하나 보태지 않고 그녀가 등장할 때마다 빠짐없이 웃음이 나오게 한다. 그만큼 이 영화가 주는 웃음 중에서 8할 이상은 김수미씨의 몫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와 함께 임채무씨의 근엄한 듯 때때로 긴장을 살짝 풀어주는 코믹연기도 볼 만하다. 고지식한 이미지를 고수하다 뜬금없이 본인의 인기 CF를 패러디하는가하면, 어느샌가는 동물성 콜레스테롤이 가득한 듯 느끼한 목소리로 김수미씨와 더빙 연기까지 하기도 한다. 김수미씨가 왁자지껄한 웃음을 안겨줬다면 임채무씨는 그 와중에서 최대한 자제하면서도 살짝살짝의 망가짐으로 임팩트를 주며 큰웃음을 주었다. 영화의 로맨스 축을 이끌어가는 유진과 하석진의 연기도 무난하다. 이제 연기하는 모습이 전혀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는 유진은 첫 스크린 데뷔작인 이 영화에서도 자연스러운 연기로 무난한 신고식을 치른 듯하고, 하석진 또한 기존의 과묵한 반항아 이미지에서 벗어나 여자 밝히고 허세만 잔뜩 들었으면서도 유들유들한 성격의 마마보이로서의 변신을 무사히 치러냈다. 그외에도 두 집안의 측근으로서 근엄한 집안에서 돈과 여자에 대한 갈증을 은연중에 내비치는 은호 삼촌 지루 역의 윤다훈과 엄마의 그늘에서 너무 오냐오냐 자란 나머지 된장녀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애숙 역의 안연홍이 펼치는 감초 연기도 볼 만하다.

이 영화의 장르를 정의해본다면, 로맨스와 가족 코미디의 중간 지점이라고 해도 될 것이다. 초중반에는 전혀 다른 환경에서 자란 은호와 기백이 어느덧 사랑에 빠지게 되는 과정이 묘사되며 로맨틱 코미디의 면모를 보이고, 중반부를 넘어서며 가족들 간의 방해공작이 본격화되면서 가족 코미디로서의 모습을 보인다. 한동안 한국 코미디하면 조폭 코미디만 너무나 익숙해져 있던 차라, 결혼을 둘러싼 집안간의 충돌이라는 소재가 다소 진부해보이긴 해도 영화에서는 그래도 반갑게 느껴졌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막상 영화를 보니, 웃음을 주는 방식이나 이야기 전개에 있어서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인상을 주었다. 가만 보니 작가진들이 <가문> 시리즈에 참여했던 이들이었다.

물론 이 영화는 조폭을 소재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폭력적이거나 가학적인 유머는 없다. 다만, 그 부분을 빼고 나더라도 웃음을 주는 방식은 이전 <가문> 시리즈에서 많이 보아 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 특정 배우의 개인기나 말빨에 의존한다거나, 인기 CF나 브랜드를 패러디해 웃음을 준다거나 하는 방식 말이다.(또한 <가문> 시리즈 역시 결혼을 소재로 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결혼을 둘러싼 대비되는 두 가족의 충돌이라는 설정에서 출발해 다양한 캐릭터들의 개성이나 상황의 아이러니 등으로 좀 더 깔끔하면서도 새로운 웃음을 주기를 기대했지만, 조폭 소재는 걷어냈다해도 코미디의 방식은 여전히 배우의 개인기나 화려한 말빨에 치중되거나 다소 뜬금없는 패러디를 이용하고 있어 좀 아쉬운 느낌이 들었다.

또한 앞서 얘기했듯, 청춘남녀의 로맨스와 가족 코미디를 한꺼번에 그려내려다 보니 이야기 전개에 있어서 많이 헐겁다는 인상도 주었다. 한 분야를 갖고 영화 한 편을 만들어도 모자랄 판에 두 분야를 한 영화에 함께 담았으니, 남녀가 사랑에 빠지는 과정도 어쩌다가 저들의 감정이 저렇게까지 발전했는지 쉽게 납득하기 어렵고, 가족간의 갈등이 어떻게 저렇게 우연한 기회에 순간적으로 확 해소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는 부분들이 많았다. 순간순간의 웃음의 강도에 주목하다보니, 정작 이야기 구성에 있어서 관객으로 하여금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데에는 힘을 싣지 못했다고나 할까.

이처럼 웃음의 강도에만 너무 힘을 주다 보니 캐릭터의 현실성과 참신성도 좀 떨어지는 듯했다. 더구나 결혼이라는 살면서 한번은 있어야 할 일을 소재로 한 만큼 관객들의 공감대를 적잖이 형성해야 할 영화는 만화적으로 느껴질 정도로 대비되는 두 집안을 내세움으로써 웃음을 극대화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한다. 돈과 교양만 중시하는 성격이라 소박함을 모르는 집안과 반대로 소박하지만 근엄하고 고지식한 집안이라는 극과 극의 대립은 그 설정의 극단성으로 인해 웃음은 쉽게 이끌어낼지 몰라도 현실적으로 공감을 하기란 쉽지 않다. 일례로, 은호 아버지인 지만이 말년의 집에 가서 벌이는 비데 에피소드는 마치 원시인이 현대 문명을 처음 접하기라도 하는 듯 왁자지껄한 소동을 일으켜 전통적 가치관을 지닌 사람을 너무 바보처럼 희화화시키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만화적인 두 캐릭터들간의 대립은 물론 캐릭터의 개성을 극대화시켜 웃음을 이끌어내긴 쉽지만, 현실적 공감이 필요한 소재에 있어서 그런 공감대가 다소 결여되어 있다는 점은 아쉽다.

더불어 후반부 가족애를 강조하며 감동을 이끌어내는 부분도, 물론 부모님의 지극한 사랑을 이야기하기에 감동적이긴 하나 흔히 부모님의 사랑을 이야기할 때 많이 꺼내는 관용어구와 같은 대사들이 등장하며 감동받는 와중에도 "또야?"하는 인상을 주는 것이 사실이었다. 이렇게 감동을 주는 과정에 치중되면서 갈등이 갑자기 눈 녹듯이 풀리는 것도 좀 당황스러웠다.(가족 코미디에 있어서 후반부에 훈훈한 감동은 어느 정도 필수 불가결의 요소일 수 있기에, 결말에 또 감동을 집어넣었다는 것에 대해서 굳이 꼬집지는 않겠다.)

모처럼 질릴 대로 질린 조폭 소재를 걷어내고 가족간의 문제에 대해 코믹하게 풀어낸 영화가 나타났다는 점에서 <못말리는 결혼>은 반가운 영화임은 분명하다. 누가 주연급이고 누가 들러리고 할 것 없이 나이불문하고 다양한 연령층의 배우들이 의기투합해 보여주는 꽤 안정된 앙상블도 보기 좋아서, 가정의 달에 온가족이 함께 보아도 손색이 없는 코미디인 것도 분명하다. 하지만 비현실적 폭력이나 오버 액션을 걷어내고 가족이라는 현실적 소재에 접근했다면, 이야기 전개 방식이나 웃기는 방법도 거기에 맞게 좀 더 현실적이면서도 새롭게 짜 줬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크게 남았다. 하지만 본격적인 여름을 맞아 아무 부담없이 웃음과 감동을 무난히 함께 얻고 싶다면 이 영화도 나쁘지는 않은 선택일 듯 싶다.


(총 2명 참여)
kyeong93
웃겨요..
  
2007-05-23 22:07
kyeong93
못말리는 결혼 봤는데 재미있어요..   
2007-05-20 12:44
szin68
싸구려 영화에 몰입하는 관객들...그렇게 좋을까?   
2007-05-19 00:34
jazzmani
그래도 나름 성적 좋은 것 같네요   
2007-05-18 17:34
H31614
별로일듯..   
2007-05-14 19:51
maker21
코미디치고는 너무 식상하다는 느낌이 들긴 했는데....ㅋㅋ.. 리뷰 잘 봤습니다....   
2007-05-14 10:59
sexyori84
아 이영화도보고싶어요 첨에는 너무가볍지않을까싶었는데 임채무씨 김수미씨팬이여서~~   
2007-05-11 14:55
kgbagency
그냥 가볍게 웃기에는 좋은 영화였어요^^(생각하면서 보는거 절대 금지)   
2007-05-11 12:37
1


못말리는 결혼(2007)
제작사 : 컬처캡 미디어, 엠넷미디어 / 배급사 : 롯데쇼핑(주)롯데엔터테인먼트
공식홈페이지 : http://www.weddingnon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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