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50년대 고아 출신의 명화가 장승업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영화이다. 그의 일대기를 <하류인생>과 마찬가지로 아주 빠른 전개를 통해 전한다. 동시에 한국화와 시대배경을 고풍스러운 멋과 섬세하게 그려내어 아주 잘 버무려져 있다. 여자와 술이 없으면 붓을 놀릴 수 없는 장승업! 한 곳에 머무를 수가 없다. 술에 취해야 흥이나고 흥에 취해야만 붓을 놀릴 수 있던 그. 하지만 그는 스스로의 한계를 넘어서 작품세계에도 변환점이 필요함을 깨닫는다. 가능성만 보이던 모습에서 차츰 명화가로 변해가는 과정을 아주 간결하면서도 절도있게 표현하였다.
영화는 철저하게 장승업만을 따라가고 있다. 당시의 언론에서는 주제의식이 흐리다고 말들이 많았지만 장승업의 미술혼을 바탕으로 한 뚜렷하지 않은 주제의식이라 난 사실 더 마음에 든다. 당시의 시대배경이나 인물의 감정은 철저하게 뒤로한다. 그의 말과 행동에 일체의 이유나 설명을 덫붙이지 않는다. 영화 속 모습 그대로 흡수하게 되 버리는 것이다. 온갖 전국을 떠돌며 기행을 일삼다가도 다시 그림세계로 돌아오고 그것을 반복한다. 그리고 결국 백발이 되어 어느 작은 마을에서 도자기 속 그림을 그리며 마지막을 준비한다. 그리고 도자기를 굽는 불구덩이로 들어가 자신의 삶을 마감한다. 불같이 살아 온 자신의 삶 속으로 몸을 던진 이 장면이 오래오래 기억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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