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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톤의 이데아와 모차르트 마술 피리
ioseph 2007-05-17 오전 1:03:53 1039   [1]

<일곱번째 봉인>으로 유명한 스웨덴 출신 잉마르 베르그만 감독 영화입니다.

물론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모차르트의 동명 오페라를 영화화 한 것입니다.

 

이 오페라에 대한 이야기는 여느 웹페이지에서 찾아보면 너무도 자세히 나와 있으니 생략하고 여기서는 영화 이야기만 할 것입니다.

 

이 영화는 여느 오페라 공연을 찍은 오페라 공연 실황과 사뭇 다릅니다.

즉 철저하게 영화로(!) 만들겠다는 감독의 의지가 담겨져 있습니다.

물론 오페라의 희곡적인 요소를 최대한 살리면서 말이지요.

이 감독은 이 오페라를 무진장 좋아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무대연출경험과,

영화제작 경험을 살려 아주 재미난 영화를 만듭니다.

이 오페라는 독일어로 만들어졌고, 이 영화에서 몇몇 원곡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독일어 원곡 그대로 부르고 나머지는 모두 스웨덴어로 번역해서 노래를 부르고 있습니다.

 

이 영화를 재미있게 보는 방법은,

첫번째, 어디까지가 연극이고, 어디까지가 영화인가를 구분해서 보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Singin' in the rain> 같은 작품 처럼. 미국영화들을 보면, 뮤지컬이 성공해서 그것을 영화로 만들고 그것 또한 크게 성공하지요. 이 영화는 이런 뮤지컬 영화와 많이 다릅니다. 영화를 보고 있는 사람은 계속 묻게 됩니다. 이게 공연실황인가? 영화인가?

감독은 왜 이런 식으로 영화를 만들었는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두번째는 오페라에서 놓치기 쉬운 배우들의 표정들을 읽어가는 것입니다. 이 영화는 오페라 배우가 출연하지 않고 영화, 연극배우가 출연했습니다. 그들은 당연히 오페라 배우만큼 노래를 못 부르니, 립싱크를 하는 것은 당연하고요. 감독은 립싱크를 해서라도 영화적인 요소를 살리겠다는 것을 것이지요. 고음 처리와 정확한 발음 전달을 위해서 표정연기를 제대로 할 수 없는 부분을 과감하게 버립니다. 그리고는 꽤 많은 장면에서 배우의 얼굴만을 보여주면서 등장인물들의 섬세한 표정을 보여줍니다. 이 부분을 꼼꼼히 보는 것도 이 영화를 재밌게 보는 방법 가운데 하나입니다.

 

세번째는 여느 영화와 마찬가지로 카메라 움직임을 유심히 보세요. 이 감독의 카메라 쓰는 재능은 영화 지망생들에게는 거의 교과서적인 모범답안을 제시할 만큼 탁월합니다. 아마도 영화 종사자들에게 이 감독은 철학적인 문제를 대중적인 영화로 표현한 거장으로 소개되기 보다는 카메라 워킹과 편집의 탁월한 천재로 기억될겝니다. 이 재능은 이 영화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예를 들어 유명한 밤의 여왕 아리아 부분에서 일반 오페라 연출 출신이 작품이었다면 분명 열심히 그 특유의 고음 노래부분에서 화면을 밤의 여왕 모습에 고정시킬 것입니다. 하지만, 이 감독은 어머니의 그 명령에 갈등하는  파미나를 화면에 비춥니다. 또한 이중창, 삼중창에서의 카메라 움직임도 꽤나 재미납니다. 영화를 보면서 확인해 보시고.

 

네번째는 오페라에서는 느낄 수 없는 섬세한 조명들 - 화면을 만들어내는 빛의 처리에도 관심을 가져볼만 합니다.  색깔을 쓰는 것에 대해서는 오페라나 영화나 크게 차이가 없겠지만, 영화는 한 부분만 특별하게 보여줄 수 있고 그것을 기준으로 화면을 옮겨갈 수 있으니, 단순한 무대 조명을 카메라의 움직임만으로 화면 전체의 색깔을 바꿀 수 있습니다. 이 점을 참 잘 이용합니다.

 

다섯번째는 영화 외적인 왜 이 감독은 이 오페라를 그렇게 집착했고, 그 오페라의 사상적 배경과 감독의 창작의지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도 함께 살펴보면 재밌습니다. 참고로 오페라 <마술피리>는 모차르트 말년에 돈이 궁해서 만든 서민 오페라입니다. 물론 철학적으로 계몽주의 - 인본주의와 만나 모차르트의 심오하고, 가장 도덕적인 그의 철학이 표현된 작품이라고도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인문학관점에서 본 것이고, 음악적인 관점에서 볼 때, 레퀴엠이 그의 죽음에 대한 성찰에서 만들어진 작품이라면, 이 작품은 그의 삶에 대한 성찰에서 만들어진 작품이라고 보면 딱일 듯싶습니다. 때로는 장난끼 가득하고, 때로는 엄숙하고, 때로는 선동적이고, 때로는 한없이 감미롭고, 때로는 웅장한 온갖 색깔들이 이 오페라 속에 녹아나있습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잉마르 감독의 이 영화도 마찬가지입니다.

 

종교적인 입장에서 본다면, 이 영화는 꽤나 나쁜 영화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완벽한 호교론자인 이 감독이 이런 자신의 종교와 상반되는 영화를 왜 만들었을까를 고민해보는 것도 재미난 부분 가운데 하나입니다.

 

시간 나실 때 일단 전체적인 스토리라인을 이해하기 위해서 편하게 즐기면서 한번 보시고, - 물론 오페라를 충분히 알고 있다면, 즐기면서 보기보다는 숙제하는 마음으로 꼼꼼히 보시면 되고요 -

편한 시간에 맑은 머리로 위에서 언급한 부분들을 짚어가면서 꼼꼼히 보시면 이 영화를 한결 재밌게 볼 수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

 

즐 감상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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