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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영화는 아니다 넥스트
jimmani 2007-05-17 오후 4:31:29 14276   [12]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 지 알 수 있다면 살면서 후회라는 걸 알 리가 있을까. 지금 하는 일이 나중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예측할 수 있다면, 늘 원하는 대로 하루하루가 풀리고 그렇다면 살면서 실패나 좌절이란 없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인간은 그럴 수 없기에 살면서 많은 후회와 실패를 경험하고, 그렇게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기에 더욱 더 흥미진진한 삶을 살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내일 일, 다음 주 일과 같이 내다 볼 수 있는 시야가 넓은 것도 아니고 정말 말 그대로 "한 치 앞"만 내다볼 수 있다면 이것 또한 꽤나 골때리는 일일지도 모른다. <수면의 과학>에서처럼 단 몇 초 앞으로 갈 수 있는 타임머신을 만든다면 무슨 구간반복도 아니고 몇 초 간격으로 똑같은 행동을 반복하게 되는 경우가 생길테니 말이다. 영화 <넥스트>의 주인공이 이런 골때리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건 앞을 내다보는 것 같기도 하고, 못보는 것 같기도 한 능력이다. 꽤 난감하면서도 흥미로운 설정인데, 아쉽게도 <넥스트>는 이런 멋진 설정을 덜 익은 요리로 내놓고 말았다.

크리스 존슨(니콜라스 케이지)는 더도 덜도 말고 딱 2분 뒤의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능력을 어쩌다가 지니게 된 인물이다. 하지만 <엑스맨> 시리즈에서도 알 수 있듯 초능력은 경외와 동시에 배척의 대상이 되는 곳이 이 사회인지라, 크리스는 자신의 능력을 드러내지 않고 라스베가스에서 "프랭크 캐딜락"이란 이름의 그렇고 그런 마술사로 살아간다. 그러던 중 크리스는 평생을 그리던 이상형을 만나게 되는데, 바로 리즈(제시카 비엘)라는 여인. 그녀에게 운명과도 같은 끌림을 느낀 크리스는 이와 함께 단 2분 앞만 내다볼 수 있는 그의 능력이 그녀와 함께라면 더 확장될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한편, 러시아 핵탄두 도난 사건을 놓고 FBI 요원 패리스(줄리앤 무어)는 크리스를 찾기 시작하는데, 바로 그의 능력을 이용해 핵탄두가 어디에 있는지를 알아내 되찾기 위해서다. 예상치 못한 큰 사건에 휘말린 크리스. 곧 리즈까지 불미스러운 일에 말려들게 되는데, 그는 과연 미래를 내다보고 미래를 구할 수 있을까.

연기파 배우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니콜라스 케이지는 최근 유독 제작비가 많이 들어간 액션영화에 자주 출연하는 편인데, 그럼에도 여전히 이 영화에서 그만의 전형성에서 약간 엇나간 듯한 히어로 캐릭터는 꽤 잘 살아있는 편이다. 초능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스스로 세상으로부터 소외당하길 원하고 일부러 비뚤어지길 원하는 남자의 모습이 그여서 잘 어울리는 듯 싶다. 하지만 그럼에도 <웨더 맨>과 같은 몇몇 최근작처럼 액션보다 연기를 보여줄 수 있는 영화를 더 많이 찍었으면 하는 것이 개인적인 바람이긴 하다. 그의 곁에서 서로 다른 여성상을 보여주는 줄리앤 무어와 제시카 비엘은 그동안 연기해 온 캐릭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듯한 모습이지만 무난한 호흡을 보여준다.

사실 이러한 SF 액션영화에서 관객들이 기대하는 것은 배우들의 연기보다는 허무맹랑한 듯하면서도 관객의 뒤통수를 꽤 후련하게 칠 만한 참신하면서도 탄탄한 전개일 것이다. <블레이드 러너>, <마이너리티 리포트> 등 숱한 SF 영화의 원작소설을 만들어 낸 SF소설의 거장 필립 K. 딕의 소설을 역시 원작으로 했다는 <넥스트>는 하지만 듣기로 기본 설정만 따 오고 이야기는 거의 새롭게 바꾸었다고 한다. 역시나 원작에서 가져온 주인공에 대한 설정은 상당히 흥미롭다. 내일 이후의 먼 미래를 보는 것도 아니고 고작 2분 앞을 내다볼 수 있다는 것은 주인공에게 특출난 능력을 제공함과 동시에 또 다른 의미의 족쇄를 채운다는 점에서 관객들에게 조금이나마 더 강한 스릴을 줄 수 있는 요소가 된다.

아니나다를까, 초반부에 펼쳐지는 크리스의 능력은 상당한 재미를 선사한다. 2분 후에 구체적 상황을 예측할 수 있는 크리스가 자신을 쫓는 이들의 이후 동선을 정확히 파악해 도주에 성공하는 모습은 소소한 스릴을 제공하고, 이상형이었던 리즈를 앞에 두고 어떻게 접근해야 할 것인지 이후에 벌어질 온갖 상황 예측을 통해 가늠해 보는 모습에서는 로맨틱 코미디같은 아기자기한 재미도 준다. 이거 꽤 흥미롭게 흘러갈 수도 있겠는 걸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전개다.

하지만 아쉽게도 영화는 끝까지 흥미롭지는 못하다. 중반부 크리스가 리즈와 함께 도주하는 동시에 패리스가 이들을 쫓는 부분은 분명 흥미진진하게 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소 한적하고 조용하게 진행된다. 추격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는 좀 뭐한 느낌이 들 만큼 좀 느슨한 전개를 보여주는 것이다. 나름 장르가 SF 액션인지라 좀 스케일이 큰 액션 장면들이 많이 등장해주기를 기대했지만 그 기대도 잘 충족되지 않는다. 크리스와 패리스 간의 추격 장면에서 크리스가 온갖 것들이 굴러 떨어지는 절벽을 타고 내려오며 자신의 예지력으로 떨어지는 사물들을 요리조리 피하는 장면에서 그럴 듯한 파워가 있는 액션을 보여줄 뿐, 오히려 후반부 클라이맥스에 가서는 액션 장면들이 너무 힘없이 전개된다. 주인공이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측할 수 있어서일까. 온갖 상황들을 예상해 가면서 위험 요소는 피해가고, 그 때문에 주인공은 편할지 몰라도 보는 사람은 긴장감이 그만큼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위험 요소와 맞닥뜨려야 관객이 더 스릴을 느끼는 법인데 말이다.

클라이맥스에 가서 상상력을 뒷받침하는 영상의 표현이 다소 유치해지는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극중 크리스가 여러 통로가 있는 길에 다다르자 어느 곳에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지 모든 경우를 따져보는 장면이 있는데, 이것이 크리스에게서 마치 분신과 같이 여러 크리스가 나타나 각각의 길을 따라가는 식의 장면으로 전개된다. 사실 긴장감이 넘쳐야 할 부분에서 갑작스럽게 복제인간마냥 크리스가 곳곳에서 뻗어나오니 살짝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역시 예지력을 통해 총알을 피하는 장면에서는 <매트릭스>의 요원들처럼 몸을 상하좌우로 돌려가면서 순식간에 총알을 피하는데, 이 역시 멋있다기보다는 뜬금없이 나오는 만화적 표현에 웃음을 자아냈다. SF 장르에서 영상혁명을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는 <매트릭스>처럼 그냥 생각하면 좀 유치할 수 있는 장면이라도 영상으로 어떻게 옮기느냐에 따라 아주 멋있는 장면으로 탈바꿈할 수도 있는데, 그런 노력에는 좀 소홀한 것 같아 아쉬웠다.

또 하나 지적하고자 하는 것은 흥미로운 초반 설정을 상황에 따라 자유자재로 변화시키는 것이 오히려 이 영화만의 개성을 반감시킨다는 것이다. 크리스는 본래 2분 뒤에 일어날 일만 예측할 수 있지만, 리즈와 관련된 일은 훨씬 나중의 일까지 예측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초능력의 가변성은 게임에서 특수 아이템을 장착했을 때 특별한 힘을 얻게 되듯이 주인공에게 초능력의 범위를 보다 확장시켜줄 수 있겠지만, 그만큼 2분 뒤 미래만 볼 수 있다는 처음의 흥미로운 설정이 주는 매력은 퇴색되고 만다. SF 영화에서 미래를 예측한다는 설정은 흔하디 흔한데, 그나마 이 영화에서 주인공은 단 2분 앞만 볼 수 있다는 것이 제약이자 독특한 매력으로 다가오는데 이 설정마저 유동적이라면 이 영화만의 독특한 매력은 당연히 희미해 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크리스의 대사 중 흥미로운 말이 있다. "미래는 알게 되는 순간 변하기 때문에 미래가 아니게 된다"는 얘기. 그 얘기처럼 현재와 미래 사이에서 왔다 갔다 하는 사람의 모습을 통해서 현재와 미래라는 시간이 가지는 거부할 수 없는 역학에 대해 나름 흥미로운 시각을 보여줄 수 있었던 영화가 <넥스트>였다. 그래도 결말의 갑작스러운 반전은 이전까지 밋밋했던 영화의 분위기를 단숨에 뒤집으며 적당한 선에서 마무리를 지어주지만, 전반적으로 영화는 눈이 번쩍 뜨일 만한 소재를 너무 평범하게 요리한 듯 싶다. 제목은 의기양양하게 미래지향적 어조를 띠고 있지만, 영화는 그다지 미래지향적이지 못한 것 같다. 절대적으로 봤을 때 아주 못 만든 영화는 아니지만, 원작의 힘과 귀가 솔깃한 소재의 힘을 생각하면 실망스러운 영화다. 그러고 보면 같은 작가의 원작에 비슷한 소재를 가지고 만든 <마이너리티 리포트>나 <데자뷰>는 참 잘 만든 영화였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총 0명 참여)
egg2
멋진 장면도 있지만, 끝이 안조아~~   
2007-05-21 02:09
kyeong93
2분후를 볼 수 있다면 과연 어떤 기분이 들까요?   
2007-05-20 12:45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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