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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론으로나 가능한 한 뮤지션의 죽음... 그 마지막 날들... 라스트 데이즈
ldk209 2007-05-21 오후 6:25:30 1302   [14]
추론으로나 가능한 한 뮤지션의 죽음... 그 마지막 날들...

 

[엘리펀트] 다음으로 나온 구스 반 산트 감독의 [라스트 데이즈]는 전작과 동일하게 특정 사건의 해석에는 아무런 관심을 두지 않는다. 전작보다 더 깊게 장면 하나 하나에 천착해 들어간 듯한 이 영화는 분명히 스토리로 이해되는 영화는 아니다. 세세하게 묘사되기는 했지만 실제 커트 코베인이 그랬다는 어떠한 증거도 없다. 사실상 완전한 상상 속의 시간이 존재할 뿐이다.

 

1994년 4월 8일 Nirvana의 Kurt Cobain이 죽은 시체로 발견되었다. 자살로 발표되기는 했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그의 자살을 선선히 받아 들이지 못하고 있다. 그건 악녀로 낙인 찍힌 Courtney Love의 존재 때문인데, 이 영화에서 그녀(혹은 그녀라고 생각되는)는 잠깐의 목소리로만 비춰진다. 얼마 전 일요일 아침에 MBC에서 하는 <서프라이즈>에서는 커트 코베인의 죽음을 다루면서 마치 커트리 러브가 살해한 듯한 느낌을 주기도 했다. 어쨌든 그의 유서로 발표된 편지에는 "서서히 소멸되는 것보다 순식간에 타오르는 것이 낫다"는 말이 적혀 있었고, 이것은 지금까지도 그를 따르던 많은 팬들의 가슴을 적시게 하고 있다.

 

기타/베이스/드럼의 3인조라는 최소 편성으로 이루어진 Nirvana의 리더였던 커트 코베인. 너바나는 철저하게 비주류에 머물던 그런지, 포스트 펑크, 또는 인디-롹이 언더에서 나와 메인 스트림을 초토화시키고 스스로를 주류로 몰고 간 유일한 그룹이었다. 이들의 음악은 어릴 적 부모의 이혼으로 불우하고 혼돈된 시기를 보냈던 커트 코베인의 영향으로 현실에 대한 분노, 좌절, 삶에 대한 자조 어린 평가들을 파격적인 펑크 록을 통해 분출하고 있다.

 

이들에게 엄청한 인기를 안긴 대표적인 앨범 <Nevermind>는 그러나 비주류가 주류의 반열에 올라섬으로써 비주류가 비판하던 상업주의에 흔들리게 된 비극의 서막을 연 작품이기도 했다. 자본주의, 상업주의를 비판하던 커트 코베인은 <Nevermind>의 성공으로 그 자신이 자본주의 상품으로 전락했음을 괴로워했다. 그는 Funk의 근원으로 돌아가자는 의미의 <In Utero>를 발표하기도 했지만, 그가 다시 비주류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언더에서 갑작스런 오버그라운드로의 성공과 인기를 누리기에 이들은 너무 순수했고 그런 괴로움을 이겨내기 위한 방법을 과도한 헤로인 복용 외에는 찾을 수 없었던 여린 영혼들이었다. 팬들의 성원과 그룹의 명성이 높아지는 것과 비례해 커트 코베인의 정신적인 질환과 갈등은 커져만 갔고, 약물 복용으로 인해 몇 번의 혼수 상태를 경험하기도 했다.

 

이런 질환과 갈등의 나날을 겪고 있는 한 청년이 숲을 방황하고 있다. 아마도 요양소에서 탈출한 이 성공한 뮤지션은 그를 찾아오는 사람들이 끊임 없이 문을 두드리고, 소리쳐 부르지만 어느 누구와도 소통하지 못하며 결국 온실에서 시체로 발견된다. 영화에서 보여지는 건 이게 전부다. 숨막일 듯한 갑갑함 속에 영화는 흘러가고, 그렇게 커트 코베인(영화에서는 블레이크)은 죽음을 맞이한다.

 

이 영화는 커트 코베인의 존재, 그의 괴로움, 그의 사유를 사전에 알지 못하고 보는 사람에게는 이토록 불친절한 영화를 다시는 경험하기 힘들 정도로 아무 의미없는 지루한 장면의 연속일 것이다. 그가 누구인지, 그가 왜 숲 속을 헤메고 있는지, 분명 친구들이 거주하고 있고 계속 사람이 찾아오는 그 커다란 집에서 왜 그토록 처절한 외로움을 겪어야 하는지 이 영화는 설명하지 않는다. 한번쯤은 폭발할 것 같은 분위기에서도 커트 코베인은 알아 듣기 힘든 웅얼거림을 반복할 뿐이다. 추론으로 밖에는 구성힐 수 없는 한 천재 뮤재션의 마지막 날들은 그렇게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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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dk209
미국 독립영화의 기수...   
2007-05-28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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