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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인이 본 밀양의 재해석 밀양
salgun 2007-05-27 오전 4:20:44 1441   [5]

창 밖으로 보이는 하늘을 배경으로 시작한 영화는 어느덧 땅에 내리쬐는 햇빛과 함께 막을 내린다.

2시간 20분이라는 길게 느껴진다면 긴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한시도 눈을 뗄 수 없었고 숨조차 죽이면서 보았던 밀양은

엔딩크레딧이 올라간 후 멍하니 앉아있었던 내 모습을 발견할때쯤 그 세계에서 겨우 빠져나올 수 있었다.

여러가지 상념이 교차했다. 도대체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서 던지고자 하는 메시지가 무엇일까?

영화를 통해 감독이 주는 메시지가 나의 실존에 어떻게 닿았는가?

 

밀양이란 영화는 아주 근본적이고 원초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땅 위를 살아가는 인간이란 무엇인가?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지배하는 질문은 초월적 존재를 향하는 인간에 관한 질문도 아니며

이웃들과 어울려 살아가는 인간에 관한 질문도 아니다.

그저 땅 위에서 홀로 자신의 두 발을 내딛고 살아가는 인간의 존재에 대한 물음이다.

 

이신애는 우리네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담고있는 한명의 인간이다.

그녀의 삶 속에서 여러가지 인간사의 모습들이 담겨있다. 속물, 자기과시, 부모애, 질투, 아픔, 괴로움 더불어 영화의 중반부부터 조명하는 인간의 한계에 부딪칠 때 찾게되는 신적인 존재에 대한 의존성 또한 담겨져있다.

초반부에 등장하는 신애는 서울사람이라는 미명아래 '속물'인 인간이다. 신애에게 유일하게 남아있는 인간적인 감정이라곤 자식을 향하는 부모애이다. 그런 신애에게 '준'이라는 아들은 너무나 소중한 어느것과도 바꿀 수 없는 존재이다. 그러나 감독은 잔인하게도 그 존재를 지워버린다. 신애에게 있어선 유일하게 의존가능한 존재였던 아들을 잃은 뒤 신애의 모습은 고통에 울부짖으며 현실을 살아가는 인간상을 그대로 보여준다.

영화는 여기서 한단계 더 발전적인 메시지를 던진다. 인간이 현실속에서 감당할 수 없는 고통을 가지고있다면은 그때의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하는 것일까?

이러한 질문에 대한 해답으로서 감독은 초월적인 존재의 개입을 유도한다. 하지만 문제는 초월적인 존재를 의지한다고 하더라도 신애의 가슴속에 품고있는 아픔은 해결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교회에 다니면서 혼자 밥을 먹으며 아들 생각에 눈물을 흘리는 그녀의 모습은 종교안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결되지 않은 마음의 문제를 암시한다.

그리고 해결되지 않은 채 초월적인 존재를 통해 혹은 종교를 통해 잘 포장된 '자신이 그렇게 믿고 싶었던 모습(자신의 아픔이 해결되었다고 생각하는)' 신애의 모습은 아들을 죽인 살인자와의 1:1의 면담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종교라는 멋드러진 포장지에 쌓여있던 그녀의 모습은 대화하던 내내 평안을 유지하던 범죄자의 모습에 폭발해버린다.

그리곤 그녀는 울부짖는다. 누가 용서를 해요? 나는 그 사람을 용서할 수 없어요, 이미 하나님이 용서했다는데 누가 용서를 해요?

그 후 그녀의 방황은 너무나도 인간적이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기에 당연히 나오는 모습들을 보여준다.

용서와 화해라는 질문을 던지기도 전에 그녀의 삶은 감당할 수 없는 아픔에 잠식되어 있다. 그 아픔을 폭발하고 절정에 이르러 다시 영화는 평온을 되찾는다. 수십번 하늘을 쳐다보았던 그녀에게 집으로 내려온 뒤 남아있는 것은 땅을 비취는 햇빛이며 그녀는 그것을 바라본다.

 

감상평

영화에 대한 감상평을 쓴다는 것은, 어떠한 영화가 모든 이들에게 공감을 줄 수 없듯이, 평을 쓰는 사람의 세계에 의해 발설되는 말이므로 지극히 주관적이다. 그래서인지 밀양에 대한 영화평은 내가 가지고 있는 사상과 관념, 세계관을 통해 발설되기에 주관적인 평가라는 전제를 담고있다.

평을 쓰기전에 한가지 당부해둘 사항은 필자는 기독교인이다. 더불어 기독교 계통의 전공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그래서인지  종교의 대표성으로 한국의 기독교를 내세운 감독의 의도와 더불어 영화 곳곳에 산재되어있는 초월적 존재에 대한 의존성에 대해서는 많은 생각을 해볼 수 있었다.

1. 한국의 종교성과 기독교

이창동감독의 종교에 관한 접근은 감독자체를 비판할 수 없다. 그것은 타인들의 시선에 비친 기독교의 모습이며, 그러한 시선을 갖도록 만든 장본인은 기독교인들이기 때문이다. 감독이 초월적 존재를 향한 인간의 의존성의 대표격으로 기독교를 내세운것은, 그만큼 한국의 기독교자체가 초월성에 국한되며 결국은 초월적 존재를 향하는 인간의 의존성이 담겨져 있다는 것을 반영하는 내용인 것 같다.

하지만 과연 기독교 자체가 그것일까? 이창동감독이 보아온 기독교와 일반인들이 보아온 기독교가 기독교 자체가 그런 것이 아니라 한국적인 상황에 독특하게 적용되어온 한국적인 기독교라면 어떨까? 그때부터 영화의 해석은 조금 다르게 변해야하지 않을까? 이러한 관점에서 나의 개인적인 영화평은 시작한다.

기독교는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초월성이 강조된다, 더불어서 인간에게 있어서 '신'이란 초월적 존재에 대한 동경과 의존성 또한 분명히 담고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독교는 현실의 삶을 무시하지 않는다. 땅을 딛고 이리저리 치이며 행복에 웃으며 고통에 울부짓는 인간의 모습을 초월성이란 전제로 깔아뭉개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독특하게도 한국의 기독교는 과다하다 싶을정도로 초월성에만 국한되어 현실의 삶을 무시한다. 인간의 결단과 실존적인 부분까지도 소위 초월성이란 전제하에 깔아뭉갠다. 이것은 영화를 통한 감독의 시선이 아주 잘 드러내준다.

아이를 잃은 신애의 고통은 '신'에 대한 의존성으로 해결될 수 있다! 라는 접근은 초월성을 전제로 한 종교가 내포하고있는 모습일 것이다. 거기에서는 인간이 감당할 수 없는 문제해결을 위한 용도로 신이 쓰임받는다.

그러나 인간적으로 몸부림치며 울부짖으며 그 고통을 부정하지 않고 감내하여 받아들임과 동시에 그 자리에서 신과 함께 가는 접근은 본래의 기독교가 지닌 모습일 것이다. 기독교는 현실의 삶 가운데 신을 향하는 종교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기독교의 신이 문제해결의 신이 아님을 반증한다. 기독교는 현실의 삶을 사는 종교이지 현실의 삶을 부정하고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문제를 신이라는 이름을 빌려 해결하는 종교가 아니기 때문이다. 기독교인에게 있어서 신의 의미란 문제해결의 수단적 도구가 아닌 그저 현실에서 함께하심이고 그로 인해 인간의 생명이 되는 것이다.

기독교는 초월성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하나님이라는 신만을 향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 속에서 하나님을 향하는 종교라는 것이다. 그래서 기독교인의 실존은 세상속에서 신을 향함에 놓여있다.

2. 초월적 존재를 통한 문제해결의식

영화는 애초부터 초월적 존재에 대한 의존성만을 가지고 기독교를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교회를 다니지만 마음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그리고 종교라는 허울로 자신의 모습을 포장하는 신애의 모습을 간간히 비추며 동시에 아들을 죽인 범죄자와의 만남을 통해 포장되었던 신애의 모습을 산산히 부서뜨린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사실은 범인 또한 기독교를 알게되었고 신을 믿게되었다는 사실이다.

신애와 범죄자와의 만남에서 대립하는 부분은 '용서'에 관한 부분일것이다. 신애는 초월적 존재에 의존하여 범인을 용서하려고 간다. 그런데 범인은 신을 믿게되었고 그 신을 통해 이미 용서를 받은 상태이다.

이창동감독이 의도하였든지 의도하지 않든지 그에게 비춘 기독교라는 종교의 모습은 초월적 신에 대한 의존성이다. 다시 말해 세상속에서 신을 향하는 인간이 아니라 세상을 무시한 채 초월적인 면만을 추구하는 인간이다. 그래서 범죄자의 모습 또한 초월적 존재에게 용서를 받았으므로 신애앞에서 평안해도 된다는 식의 모습을 담고있다.

신애와 범인과의 면회장면은 초월성에만 국한된 기독교의 편협성을 날카롭게 드러내어준다.

만일 인간적으로 자신이 죽인 아들의 어머니가 자신을 만나러 왔다면, 그리고 용서한다고 말한다면 정신이상자가 아닌 이상, 그 앞에서 잘못했다 용서를 비는게 정상일 것이다.

그러나 범인은 이미 초월적인 신이란 존재에게 용서를 받았다. 문제는 용서를 받았는데 그건 신에게 용서를 받은것이지 현실을 살아가는 인간에게 즉 아이를 잃어버린 신애에겐 용서를 받지 않았단 사실이다. 현실속에서의 인간은 전혀 배제된다. 소위 초월성이란 전제하에 나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현실성은 무시되는 것이다. 

하지만 기독교인은 세상을 살아가는 인간이다. 앞서 지적했듯이 초월적 존재에 대한 의존성만이 기독교인은 전부가 아니라 그와 함께 세상에서 살아가는 인간이라는 사실이다. 따라서 진정한 기독교를 가지고 있다면은

세상사람들이 취하는 위의 태도보다 더욱 절실히 그 앞에서 용서를 빌어야 한다.

단순히 신께 용서를 받았다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신께 용서를 받았다는 것은 자신의 모습이 얼마나 악한가를 깨닫게 되었다는 것인데, 그것은 마음의 평안을 주기보다 나의 모습을 직시하게 하여 나를 발견하게 하는 것임과 동시에 내가 피해를 주었던 나의 이웃의 아픔까지 함께 깨닫는 것이기 때문이다.

신애앞에서 신께 용서를 받았다고 평안히 서 있는 범죄자의 모습이 감독에게 왜곡되어 비친 한국의 기독교의 현실이라면

본래적인 기독교인의 모습은 그 앞에서 진정으로 잘못을비는 모습일 것이 분명하다.

결론

앞서 지적한 두가지의 모습만 살펴보아도 감독이 보았던 기독교는 기독교가 아닌 초월적인 존재에 대한 동경을 담고있는 종교성 자체를 암시하려는 것 같다. 더불어 기독교가 종교의 대표격으로 선출된 이유는 한국의 기독교자체가 감독이 드러내는 모습을 가지고 있기때문이 아닌지 생각해본다. 감독으로 인해 기독교가 곡해된 부분이 있지만 사실 한국기독교의 현실이 그러하기에 어느정도는 수긍할 수 밖에 없는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이 영화가 주는 메시지가 무엇일까?

결국 인간은 땅을 딛고 살아가는 인간이란 것이다. 어떠한 초월적인 존재에 대한 의존성으로 살아가는 인간이 아니라 현실가운데 현실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이 인간이란 것이다. 종찬이라는 케릭터는 신애 곁에 남아있는 이웃을 잘 드러내준다. 신애가 비극적인 삶 가운데 목숨을 끊지 않고 살아있다면은 보이지 않는 초월적인 존재에 기인한다기 보다 눈에 보이는 종찬이라는 이웃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인간은 홀로살아갈 수 없는 존재이다. 그래서 인간은 어느쪽이든지 의존성을 지닌다. 그것이 신이든지 혹은 인간이든지 말이다.

밀양의 엔딩부분에서 보여주는 인상은, 인간은 신에대한 의존성보다는 인간이기에 인간을 통한 의존성이 올바르다는 사실이다.(땅을 향하는 카메라의 시선) 혹자는 이것을 통해 감독의 시선이 지나친 인본주의적인 색을 품고있다고 할지 모르겠으나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그만큼 우리의 이웃, 주위의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삶이 결국 인간적인 삶이며 그러한 존재가 인간이라는 것을 보여주었다는데 큰 의의를 둔다.

 


(총 0명 참여)
ddffs
님들은 저 글씨가 보여요?
너무 작아서 보기가 힘들어요   
2007-06-05 09:23
riosniper0
기독교의 새로운 면모를 보게되었습니다. 신선하군요   
2007-06-02 05:54
baekka
음~ 공감이 많이 가는 내용인듯 하네요~ 잘 봤습니다.   
2007-05-30 11:14
riohappy
또다른 시선의 해석이네요, 내용 좋았습니다.   
2007-05-27 23:36
1


밀양(2007, Secret Sunsh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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