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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가 있는 영화 ‘밀양’ 밀양
mozartist 2007-06-01 오후 2:25:25 1206   [7]

 

영화의 포스터 메인카피처럼 이 영화에는 ‘비밀이 있다’.
우선, 이글은 필자가 발견한 영화속의 ‘비밀’을 말하는 스포일러 글임을 미리 밝혀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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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인간의 삶에 관한 영화이지만, 단순히 한 인간의 삶 자체만 다루는 영화는 아니다. 만약 그런 평범한 영화였다면 여느 다른 인생에 관한 영화와 별반 차이가 없을뿐 아니라 오히려 지루하게까지 느껴지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인생 자체만 놓고 본다면 고통과 슬픔만 이야기할뿐, 고통을 통해 끄집어낼려는 인생사는 법에 대한 얘기 또한 왠만큼 인생을 산 사람한테는 그렇게 고달픈 일도 있는 것이 인생이라는 뻔하고 식상한 스토리이기 때문이다. 사람과 더불어 사는 것이 인생이라는 것은 다 알고 있지 않은가.

이 영화에는 종교가 등장하고 있다. 그래서 철학적 깊이가 있는 영화다.
종교라는 민감한 주제에 대해 이창동 감독은 화두를 던지고 있다.
종교와 우리 인생과의 관계에 대해 ‘밀양(密陽,secret sunshine)’이라는 영화를 통해 말하고자 한 것 같다.
이 영화를 반(反)기독교적, 혹은 종교회의론적인 영화라고 보는 사람들이 많은데, 엄밀히 말하면 이들도 영화를 완전히 이해한 것은 아닌것 같다. 영화의 깊이 만큼이나 종교에 대한 신앙의 깊이 또한 개인차가 있기 때문에 그렇게 영화를 해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사실 이 영화는 종교의 중요성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기독교를 등장시킨 이유는 이창동 감독이 말한바와 같이 우리나라에 ‘정말 많은’ 크리스천들이 있고, 그 세력을 무시하지 못할만큼 우리나라에서 비중이 정말 큰 종교이기 때문이다. 이창동 감독은 기독교라는 이 종교의 중요한 주제중 하나인 ‘사랑’에 대해 말하고 있다. 신의 사랑과 인간의 사랑 모두 말이다. 또한 이 영화는 인간의 한계(지적,육체적,경제적)와 따뜻한 이웃사랑을 통한 신의 섭리를 말하고 있다.

이 영화가 왜 종교와 관련된 영화인지 일례로 몇가지 질문을 던져보자.
1. 영화제목 ‘밀양(密陽)’의 ‘밀’을 왜 본래 ‘빽빽할 밀’이 아닌 ‘비밀 밀’로 풀이했을까? (물론 같은 한자이다)
2. 약사의 대사중에 “한줄기 햇빛에도 하나님의 뜻이 있는거지예.”라는 대사가 왜 있었을까?
3. 왜 신애가 지렁이를 보고 놀라는 장면이 나올까?

우선 ‘밀양(密陽)’이라는 지명은 ‘빽빽할 밀’에 ‘볕 양’자로, ‘햇볕이 빽빽하게 아주 잘드는 곳’이라는 뜻이 본래 의미이다. 그런데, 신애는 밀양이 어떤곳이냐고 물어보고 한자를 ‘비밀 밀, 볕 양’이라고 풀이한다. 영어로는 ‘Secret Sunshine’. 나름의 의미가 있는 해석이라고 필자는 생각했다. 사실 이 밀(密)자는 ‘은밀할’ 때로도 쓰이고, 빈공간이 없는 상태인 ‘빽빽할’ 때도, 그리고 "가깝게","세밀하게’로도 쓰이는 다중해석이 가능한 한자라서 더욱 흥미롭다. 더 놀라운 사실은 이 밀(密)자의 어원도 신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이 영화에서는 또 ‘빛(陽)’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영화의 도입부분에서 햇빛이 가득한 맑고 파란 화창한 하늘과 햇빛을 보여준다. 그리고, 영화의 끝에서도 그늘아래 빛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영화의 처음과 나중에 나오는 이 ‘빛’이 영화에서 말하고자 하는 핵심메시지인 것이다. 이 빛은 아들의 피살현장에서도, 아들을 화장(火葬)한 장례식장 앞에서도 강하게 내리쬐고 있다. 그런데 이 빛에 대해 약사는 이렇게 말한다. “한줄기 햇빛에도 하나님의 뜻이 있는거지예.” 감독은 빛을 통해, 약사의 대사를 통해 신의 섭리를 계속 이야기한다. 이 비밀스런 빛(密陽)은 어디에서든지 우리와 가까이 있고, 매일 비추고 있음을 말이다. 밀양이 어떤 곳이냐는 신애의 질문에 종찬은 이렇게 대답한다. “뭐다를게 있습니꺼. 사람사는 곳 다 똑같지예.” 밀양만이 갖고있는 지역특성 이야기가 아닌, 너무나 평범하고도 싱거운 그의 답변이지만, 여기서도 어디서나 똑같이 작용하는 신의 섭리에 대한 메시지를 담고있는 듯 하다. 종교적으로 보면 ‘빛’은 진리를 의미하기도 한다. 빛에 대한 얘기를 더하자면 너무 길어지고 종교적인 내용이 다소 포함될 것 같아 여기에서 이만 줄이겠다.

셋째로, 이 영화는 절대자 앞에서의 인간의 한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남편과 아들을 잃은 신애와 같이 우리는 살면서 가족, 배우자, 친구, 직업, 돈, 명예, 건강 등을 잃을 때가 있다. 소유의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신애는 기독교신앙을 체험한후 기쁨의 삶을 살면서 너무나 기쁨에 젖은 나머지 원수를 용서하라는 신의 말씀을 실천해보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살인범이 이미 신한테 용서받았다는 말에 충격을 받고 배신감을 느낀다. 신애는 왜 꼭 자기가 용서해야 한다고 생각했을까. 우리는 종교나 신앙을 가지고 있어도 늘 자기위주로 생각하고 자기합리화한다. 종교를 단지 자기위안이라고만 여길뿐, 절대자를 생각하지 못한다. 많은 신앙인들의 자기중심적인 왜곡된 신앙관을 꼬집고 있는 것이다.

“주님께서 용서하라고 하셨쟎아요… 그래서 용서하러 갈려구요”
신이 용서하라고 한일이므로 신한테 용서받으면 된것인데 자기가 용서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인간이라는 존재. 우리는 얼마나 이기적인 존재이고, 편협한 사고를 하는 존재인지… 그렇게밖에 생각을 할 수 없다고 단정짓는 한계적인 존재가 바로 인간임을 보여준다. 그리고, 쉽게 타락한다. 신에게 분노하고 반항하지만, 죽음 앞에서는 “살려주세요…”라고 두려워하며 구원을 요청할수 밖에 없는 불완전한 존재인 것이다.

지렁이를 보고 놀라는 신애. 우리는 사자가 아닌 지렁이를 보고도 놀라는 나약한 인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런 지렁이에 놀라는 신애가 절대자에게 반말을 하며 반항한다. 너무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또 흥미로운 점은 신애는 절대자에게 반항하지만, 절대자를 부인하고 있지는 않다는 점이다. 절대자에 정면으로 맞서는 신애의 반항장면은 교회당, 교인들 모임방문, 부흥회방해, 간음,유혹신 등 여러곳에서 상당한 러닝타임을 할애하여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간음신에서 보여주는 신애의 거꾸로 비추어진 모습. 절대자와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거꾸로가는 추악하고 잘못된 인생임을 말하고 있는듯 하다. 하지만 마지막에 극단적인 방법으로 자살을 시도하고 정신병원을 퇴원한후에는 이제 절대자와의 대항을 포기하고 어쩔수없는 나약한 인간임을 인정하는 모습으로 돌아온다. 신애의 인생은 신을 만나기 이전의 삶으로 돌아갔지만, 신은 신애를 외면하지 않는다.

퇴원후 찾아간 미용실에서 살인범의 딸과 다시 만나는 설정은 인간에게 있어 ‘용서’라는 행위는 결코 쉽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살면서 ‘용서’를 해야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굳이 그 살인범이 아니더라도 말이다. 이 설정이 다소 억지성이 있다고 느껴지지만, 그만큼 이 부분에서도 신의 섭리를 이야기하고 싶었던 감독의 의도가 아니었을까 싶다. 그래서 이 영화가 단순한 인생영화, 그리고 반종교적인 영화가 아님을 여실히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도 삶의 낙을 잃은 신애(신이 사랑하는) 곁에서 밝게 살아가는 종찬(끝까지 돕는)을 남겨두는 복선을 통하여 신의 섭리와 사랑이 계속될 것임을 암시하며, 맨마지막에도 그늘진곳에 비추어진 한줌의 ‘빛(陽)’을 보여주며 영화는 끝이난다.

신애의 대사처럼 이 영화를 보고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를 인간에게서만 찾았다면 영화의 반을 본것이고, 그 배후에 있는 ‘빛’을 발견했다면 나머지 반을 발견한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것이 바로 비밀스런 빛, 밀양(密陽, secret sunshine)이다.

영화를 보는 관점이 각자 다르듯 필자가 본 영화의 관점도 주관적인 해석일 따름이다.
이밖에도 필자가 발견하지 못한 절대자의 섭리에 관한 다른 비밀이 분명 또 있을것이다. 장면 한장면 한장면, 대사 한마디 한마디가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고, 카메라는 절대자의 관점에서 신애의 인생을 조명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종교는 알면 알수록 정말 심오하다. 그래서 이 영화가 쉽지않은 영화이고, 깊이있는 영화인 것 같다. 그저 인생의 관점만이 아닌 종교적 관점에서도 이 영화를 볼 수 있는 것이 이 영화만이 갖고있는 진정한 매력과 비밀이 아닐까 싶다.


사족.

전도연의 고통연기와 송강호의 사투리연기는 깐느영화제 스타로도 전혀 손색이 없을만큼 정말 훌륭했다. 전도연의 수상소감처럼 그것을 가능케하고 많은 고민을 한 이창동 감독에게도 박수를 쳐주고 싶다.


(총 0명 참여)
joynwe
두 배우 연기는 정말 너무나 훌륭했습니다...
이 영화 보고 송강호 씨 이전보다 훨씬 더 좋아졌습니다...   
2007-06-17 08:39
skbfm
무슨 인생씩이나   
2007-06-03 20:04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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