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게 사랑하는 그들....
인권은 달리 생각하면 익숙함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익숙하지 않음에서 나타날 수 있는 배척의 정서. 여성의 사회생활, 장애인, 외국인 노동자, 게이 또는 레즈비언으로 불리는 성정체성의 문제 등.... <후회하지 않아>는 실제 동성애자인 이송희일 감독이 한국에서 처음으로 동성애자의 사랑이야기를 전면에 내세워 제작한 첫 장편 영화로서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이야기를 보여준다는 점 하나 만으로도 의미 있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이 영화에는 단지 성정체성이 남들과 달라 고민하고 힘들어하는 문제 이외에 계급이라고 하는 또 다른 문제도 둘의 사랑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사실 계급의 차이 만으로도 둘의 사랑이 받아 들여지기 힘든 사회 구조 속에서 더군다나 동성의 사랑이라니..
물론, 국내 처음이라는 이 퀴어 멜로 영화의 스토리 만으로는 마치 70년대 호스티스 영화의 변주처럼 보이기도 하고, 드라마에서도 익숙하게 접하는 부잣집 남자와 가난한 여성 노동자의 사랑 이야기를 떠올리게 하기도 한다. 당연히 그 자체가 나쁘다거나 의미 없는 건 아니다. 왜냐하면 사랑이란 이성의 사랑이든, 동성의 사랑이든, 똑같은 무게와 존재감을 갖는 사랑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비극으로 끝날 것 같았던 예상을 깬 마무리는 새로운 희망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단순한 남녀 멜로 영화의 동성애적 변주라거나 70년대 호스티스 영화의 변주로 한정하기는 힘들 것 같다. 거기에 개인적으로는 한동안 뜸하던 김정화의 얼굴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좋았다.(작은 영화에 출연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한국에선 인정 받아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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