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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칭의 사랑 봄날은 간다
lovclara 2002-01-02 오전 10:30:56 3192   [27]


사람의 감정은 상대적이다
그러나 모든 경우는 아니다
사람의 감정은 일방적이기도 하다
이것이 비극의 시초이다
게다가 사람은 변하기도 한다

그토록 목숨이라도 걸듯이
사랑을 다짐하면서 사뭇 강조하던 사람들의 사랑이
어떻게 깨어지는지....
드라마는 늘 그랬다
놀라운 감동으로 시작되는 사랑을 보여주고
한 쪽의 사랑이 변해가면서
너무나 자연스레 그들의 사랑이 싫증날 수밖에 없음을 또 보여준다
관객은 희미해져 가는 그들의 사랑을 다소의 감상적 취향으로 음미한다
더러는 자신을 감정이입시키면서
그 비극성을 감상한다

그렇다
사랑은 非對稱이다
현대 시장의 논리가 비대칭이듯이
사랑의 정감도 비대칭이다
한 사람이 준 것만큼의 사랑을
또 다른 한 사람도 동시에 주리라는 것은
애당초 인간의 속성을 無化시킨 기대가 아닐까?
이 非對稱의 不均衡을 수용하는 이의 반응에 따라 드라마의 색깔이 결정된다
그들이 자신의 의지가 아닌 어떤 힘 때문에 불균형을 초래했을 때
특히 그것이 운명이라는 옷을 입을 때
그들의 사랑은 수채화 같은 아름다움으로 미화된다
기울어진 한 쪽이 그 불균형을 수용할 수 없을 때
그들의 사랑은 끔찍한 복수극으로 어둡게 얼룩지기도 한다
또 어떤 사랑은 눈물로 장식된 멜로 드라마의 색깔로 관객을 유인한다

야외 녹음 기사인 상우는 작업을 함께 하는 동안
지방 방송국 피디인 은수와 가까워진다
검은 오버코트에 새빨간 머플러를 맨 여자
하품도 아무렇게나 하지만
잠 든 동안에도 눈 오는 기척에 잠을 깨는 여자
- 라면이나 먹을래요?
하고 가볍게 집으로 부르는 여자
상우는 은수에게 점점 몰입하지만
한 번 결혼에 실패하고 자유롭게 사는
은수는 상우와의 미래에 가능성을 둘 수 없음을 안다
상우는 그리움으로 밤차를 몰아 강릉까지 달려가기도 한다
즐거웠던 그들의 사랑도 삐걱거리기 시작하고
은수는 새로운 상대를 찾는다
- 날 사랑하니? 사랑이 변하기도 하는 거니?
상우는 안타깝게 묻는다
기인 아픔의 시간을 지나고
문득 상우를 찾아온 은수가 다시 시작하자 말한다
상우는 말없이 은수가 건넨 화분을 도로 건네며 조용히 손을 흔든다
갈대밭에 선 상우는 바람 소리를 녹음하며 웃음짓는다

30대의 이혼녀와 20대의 청년
바다가 보이는 아파트의 삶과 막다른 골목 속에 자리한 오래된 한옥의 삶
자유로운 독신의 삶과 치매 걸린 할머니를 모시고 사는 전통적인 가족의 끈끈한 삶
아니다
이런 것은 다만 차이일 뿐이다
그들의 비대칭은 이런 것이 아니다
사랑에 전체를 던지는 상우
사랑이 가볍기만 한 은수
선과 악이 아니다
비대칭일 뿐이다
울기도 하고 소리질러 노래도 하고
강릉까지 달려가서 그녀의 집 앞에서 밤을 새기도 하다가
겨우 다른 남자와 콘도로 들어가는 연인을 발견하는 아픔이 상우에게 절망이라면
속도를 내며 해변을 달리는 자동차처럼
경쾌하게 손을 내밀어 악수를 할 수 있는 것이 은수의 사랑이다

그러나 사랑은 눈멀어 오는 것
아무도 사랑의 출발점에서 그 비대칭의 불균형을 알아채지 못한다
그러나 서서히 엿보이는 틈새로 고통이 스며든다
고통이 대나무 숲 바람소리처럼 갈대 바람소리처럼
가슴을 휘젓고 지나가면
쓰러졌던 갈대가 일어서듯이 또 그렇게 쓸쓸한 웃음으로 서기도 하는 것을.....
누가 눈을 뜨고 그 첫 순간에 이 비대칭의 비극을 알아볼까?

젊음
그 풋풋하고 서툰 길에
우리는 또 이런 눈 먼 사랑으로 얼마나 아프게 헤매었던가?

절제된 연기
절제된 대사
절제된 음향 효과
지루하리만큼 사실적인 장면
허진호 감독은 비대칭의 아픔을 이렇게 아름다운 절제로 그려냈다
관객들이 차마 일어서지 못한 채 남아 있는
객석에도
<봄날은 간다>
그 쓸쓸한 여운과 함께........
한 순수한 젊은이의 사랑의 향기와 함께.........
우리의 젊음이 가고 있었다

연분홍 한복을 곱게 차려 입고
화사한 꽃그늘의 봄길로
머언 나들이를 떠나는 상우의 할머니처럼
우리 모두에게
봄날은 간다
할머니가 걸음을 멈추고 고요히 돌아보는 순간
지난 날 아픈 사랑이 뭉클 가슴을 치고
가는가
눈물이 진다





(총 0명 참여)
jhee65
비대칭의 사랑   
2010-08-31 20:3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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