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락도가 극악도가 된 사연. [극락도 살인사건].
너무도 살기 좋은 섬이라하여 '극락도'
이 영화의 장르를 뭐라고 해야할까...
우선 살인사건이라고 하니 '스릴러'?. 귀신이 나오니 '공포'?, 또는 '코미디'?
모든게 한데 어우러진 '컬트'?.
영화는 기존 스릴러의 틀을 벗어버린 색다른 스릴러를 보여준다.
마치 [살인의 추억]의 연출방식을 보는 듯 하다.
영화는 어느 낚시꾼에게 극락도에서 떠내려온것으로 추정되는 사람의 부패한 머리가 걸리면서 시작한다.
극락도로 형사가 파견이 되고, 난장판이 된 극락도의 보건소에서 몇 글자가 지워진 메모가 발견되며 시간은 과거로 흘러간다.
때는 1980년대. 주민 17명뿐인 '극락도'. 모든 사람들이 평화롭게 살아간다.
김노인의 칠순잔치. 다음날 송전반 직원 두명이 변사체로 발견된다. 같이 화투판에 있었던 덕수가 용의자로 지목받지만
결국 그도 토막시체로 발견된다. 외부의 출입이 어려운 곳이라 용의자는 마을 사람 중에 있다.
마을 사람들은 서로를 의심하기 시작하고, 이장은 뭔가 숨기고 있는 것 같다.
영화는 육지와 떨어져있어 외부와의 왕래가 어려운 어떻게 보면 고립되어있는 곳이다.
마을 사람들은 모두 순박하게 살고 있어서 그 누구도 살인사건이 일어나리라고는 생각못한다.
하지만 살인사건은 일어나고 갑자기 열녀귀신이 목격되는일이 발생하면서 사건은 미궁으로 빠진다.
이 영화의 개성은 여기부터 나타난다. 순박한 마을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나 마을 사람들은 모두 긴장하고
불안에 떤다. 하지만 이를 긴장감있게 담지 않고 섬 주민들의 순박함을 코믹함으로 승화시켜 전개한다.
그리고 열녀전설을 첨부하면서 초자연적 공포심을 넣어 긴장과 릴랙스를 번갈아 보인다.
위에서도 말했듯이 영화의 분위기는 [살인의 추억]이지만, 추리하는 과정을 보면
영락없는 [소년 탐정 김전일]이다. 김전일의 명대사 "범인은 이 안에 있어"는 여기서도 나온다.
그리고 아무도 출입할 수 없는 고립된 지역이기도 하고, 알 수 없는 단서가 하나씩 발견된다.
이 두작품을 상당히 재치있게 도입하면서 섬 주민들의 얽히는 이야기와 알 수 없는 '열녀 귀신'의 등장으로
영화는 예측불가능의 전개를 이어간다.(필자는 어느정도 예상했다.)
영화 포스터를 보면 박해일이 주인공인 듯 싶지만 막상 영화를 보면 주인공은 박해일이 아닌 성지루 같다.
대부분의 추리를 이끌어가는 것은 박해일이지만 영화를 이끌어 가는 것은 성지루다.
영화상에서 그의 연기를 종종 봐왔지만 불쌍하게 겁에질린 연기로 그와 맞설 연기자는 별로 없을 듯하다.
그의 신들린 듯한 연기로 박해일은 이미 희미해져버렸다. 사실 박해일이 영화에선 그냥 무난한 정도였다.
사실 반전은 없다고 봐야겠다. 추리적 성향이 있는 영화라 끝까지 추리해 범인을 찾아낸는 것이지
누군가를 범인인듯 찝어놓고 상황전개를 하다가 갑자기 제3의 인물이 범인이 되는 그런 식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영화를 보면서 머리를 굴리면 범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필자도 그렇게 해서 찾았다.)
반전 영화를 많이 좋아하는 관객들은 어느정도 실망하는 부분일지도 모르겠다.
열녀포상을 받기위해 청상과부가 된 여인을 굶어죽여 열녀로 만들어버려 포상을 받았지만,
그집안에 열녀저주가 붙어버렸다는 '열녀전설' 이것은 영화의 또하나의 이야기이다.
이 열녀귀신은 마을 사람들에게 종종 목격되면서 또 하나의 공포심 유발 소재로 떠오른다.
등장시에 '크르르르'하는 음향효과는 관객들을 긴장하게 만든다.
영화는 종반까지 마을 사람들이 하나둘씩 살해당하고, 범인이 밝혀질듯 안밝혀질듯하며 긴장감을 유지시킨다.
그리고는 범인이 밝혀지면서 그간의 일들을 설명한다. 그런데 이 설명부분이 너무 상세하고 길다.
이게 흠이다. 그간 바짝 들어있어 긴장감이 이 뒷이야기가 흐르는동안 모두다 풀려버리면서 뒷맛을 잃었다고나 할까...
스릴러를 보고 난 다음 영화가 끝나고 크레딧이 올라갈때 긴장감이 풀어지는 그런 느낌이 이 영화에선 별로 없었다.
그 긴장감을 너무 빨리 풀어지게 만든것이다.
아무래도 [살인의 추억]이 가장 많이 떠오르지만 신선함이 묻어나는 괜찮은 영화였다.
특히나 출연 배우들의 연기가 너무 좋았다. (개성이 별로 없었던 박해일 빼고)
화려하게 장편에 데뷔한 김한민 감독.
왠지 다음 작품도 기다려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