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우리가 어렸을 때 가졌던 소망을 이야기하자면 과거로 돌아가고픈 타임머신이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었을 것이다.

내가 원하는 시간대로 돌아가 잘못된 과거를 되돌리고픈 생각말이다.

작년 부산영화제와 올해 시카프(SICAF)에서 사랑을 받은 몇 작품을 뽑으라면 당연히 빠지지 않는 작품이 있다.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시간을 달리는 소녀'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츠츠이 야스타가의 원작인 이 작품은 드라마로도, 영화로도 수 없이 많이 리메이크된 일본인이 사랑하는 소설작품 중의 하나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뒤늦게 알려짐으로써 이 작품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2006년 애니메이션으로 재탄생된 이 작품은 원작의 주인공인 케이코가 성년이 된 이후로 넘어간다.

물론 케이코의 존재는 후반에 마코토의 이모라는 인물로 바뀌어지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마코토는 평범한 소녀이다.

야구를 좋아며 덜렁대며 항상 지각을 하는...

그러나 사랑스럽고 야구친구들인 치아키와 코스케와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에 늘 행복하기만 하다.

과제물을 내러 얼떨결에 과학실로 들어가고 특이한 현상을 경험하게 된다.

의문이 생긴 마코토는 이모이자 박물관에서 유물을 복원하는 직원인 케이코에게 이 사실을 이야기하고 이모는 아무렇지 않듯 그것이 '타임리프'라는 사실을 알려주게된다.

원하는 시간으로 여러번 넘어갈 수 있지만 그만큼 누군가는 불행해질 수도 있다는 경고도 잊지 않는다.

마코토는 절벽을 뛰어넘고 떼구르르~ 굴러 시간을 되돌리지만 그녀가 정작 시간을 되돌리기 위한 이유는 단순하다.

노래방 이용시간 늘리기,  몇 일전에 먹었던 맛있는 반찬 다시 먹기, 쪽지 시험 다시보기, 코스케를 짝사랑하는 후배를 위한 사랑의 큐피트 역할 등등이다.

하지만 치아키가 고백을 하고 마코토는 난감해하면서 시간을 여러번 되돌리지만 그럴수록 그녀의 팔뚝에 그려진 충전 게이지를 나타내는 숫자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 작품은 매우 감성적이다. 그리고 현실적이다.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그 시절로 가고픈 소망은 누구나 갖게되는데 그것은 아무리 되돌리고 싶어도 되돌릴 수 없으며 설령 그것이 되돌아온다고 하더라도 누군가는 또다른 슬픔을 맛봐야 한다는 것이다.

시간을 자꾸만 되돌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많이 영화화 되었다.

'수면의 과학'에서는 몇 초전의 상황으로 돌아오는 타임머신이, '나비효과' 시리즈는 불행한 과거를 다시 되돌리고 싶어하는 주인공의 고전분투가 그려진다. 이 외에도 최근작 '타임어택'에서도 이런 소재로 그려지기도 한다.

하지만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본인 자신이 타임머신이다.

물론 호두모양의 매개체의 도움이 컸지만 그동안 우리가 보아왔던 시간 역행 이야기를 담은 이야기에서는 누군가가 도와주거나 아니면 어떤 물체를 통해 순간이동을 하는 경우를 보게 된다.

시간 이동은 주인공들의 위기에서 벗어나게 하지만 돌이킬 수 없는 또다른 사고를 일으키면서 자꾸 다시 되돌리기를 반복한다. 앞에 열거한 작품들도 그렇고 '시간을 달리는 소녀' 역시 마찬가지이다.

시간의 수레바퀴를 지나 그녀는 어딘지를 모를 다른 세상에서 떼구르르~ 구르면서 현실로 왔다.

처음에는 여동생이 훔처먹었던 푸딩을 다시 먹을 수 있다는 기쁨에 행복해하지만 그것이 남용되어지면서 사건을 걷잡을 수 없이 변한다.

만약 정말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그것을 되돌릴 수 있어서 행복했는지 묻고 싶다.

마코토는 평범한 여고생이다.

하지만 그녀가 직면한 문제는 이런 시시콜콜한 문제만은 아니었다.

그녀에게 사랑이 찾아왔고, 그녀에게 선택의 갈림길에 서게 된다.

문과로 가느냐 이과로 가느냐의 진로 결정도 마찬가지이다.

이것이 마치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은 것은 마치 우리의 현실처럼 느껴져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사연이 많은 작품이다.

호소다 마모루 감독은 당초 지브리에서 작품을 만들기로 했지만 사정상 그 곳을 나오게 되었다.

'원피스' 극장판(오마츠리 남작과 비밀의 섬)으로 어느정도 갈증을 풀었지만 쉽게 해소되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지브리에서 '게드전기'가 개봉을 앞두고 있었고 '시간을 달리는 소녀'도 개봉을 앞두고 있었다.

그러나 예상외로 승리의 여신은 '시간을 달리는 소녀' 제작진들에게로 돌아갔다.

이 작품은 그림은 하나하나 섬세하고 정밀하다.

골목길이라던가 강변다리에서 자전거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 등등 사물에 우리가 그냥 지나치기 쉬운 사물의 모습들을 섬세하게 그려냈다는 점에서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재능은 크게 인정을 받지 않았나 싶다.

이 작품은 어린 친구들에게는 미안한 소리이지만 몇 번을 봐도 이해하지 못할 작품이 될지도 모르겠다.

그건 아마도 나이를 먹고 성인이 되어 이 작품을 보게 된다면 이해가 가지 않을까 싶다.

시간을 되돌리는 소망을 누구나 갖지만 현실은 너무나 냉혹하고 잔인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우리가 이렇게 사는 것은 혹시나 하는 행복한 미래에 대한 기대 때문이라고 본다.

힘들고 고통을 받는 이들에게, 희망을 찾고자 전진하는 이들에게, 희망이 없다고 좌절하는 어른들에게도 이 작품은 힘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절벽으로 폼나게 뛰면서 '타임리프'를 외칠 수는 없다.

하지만 행복해지기 위해 우리가 고민하고 노력한다면 세상을 후회없이 살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하지만 그래도 힘들고 괴롭다면 그냥 속으로 외치는 거다.

타.임.리.프.

혹시 모른다. 소망하던 일이 이루어질지도...

마코토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