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 영화의 개봉 이야기가 나왔을때 많은 화제였던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정식 상영도 쉽지 않았던 작품이기도 했다.
영상물 등급 위원회(영등위)와 영화 진흥 위원회(영진위)의 의견차이가 너무 컸기 때문이다.
영등위는 남성의 성기가 등장한다는 점, 정액분출, 동성애 등의 이유로 이 작품의 상영을 금지시켰다.
물론 제한상영가라는 이름으로 상영되는 것이지만 사실 국내에 제한상영가라고 이야기된다면 성인 전용극장에서만 상영이 가능함을 의미하는 것이며 이것은 사실상 국내에서 상영을 포기하라는 소리나 다름이 없다.
하지만 영진위의 생각은 달랐다. 예술적 가치도 있기에 이 작품을 일시적으로 상영하도록 하자는 것인데 실제로 영화제에 출품되는 작품일 경우 등급 심사절차를 생략하고 개봉이 가능하도록한 규정이 있어서 이번에 '숏버스'는 구사일생으로 상영이 가능하게 되었다.
그러나 사실 이 작품은 이 작품을 수입 배급한 스폰지가 주관하는 '시네휴 오케스트라 특별전'의 공식 상영작은 아니었다. 급하게 이 작품을 리스트에 추가하면서 이 작품은 상영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헤드웍'으로 독특한 영상과 음악을 선사했던 존 카메론 미첼 감독은 이번에도 범상치 않은 작품을 관객들에게 선보였다. 사실 왕가위의 '해피 투게더'(춘광사설)이나 지금은 고인이 된 스텐리 큐브릭의 '아이즈 와이드 셧'의 경우도 국내 개봉에 많은 어려움을 겼았던 점을 생각한다면 이 작품 역시 그런 진통을 겪고 개봉하게 된 점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영화는 젊은 남녀들의 성에 관한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다.
제임스와 제이미는 서로 사랑하는 동성애 커플이지만 아직 서로에게는 깊이 다가서지 못하는 관계이다.
그러던 그들이 찾은 곳은 소피아가 운영하는 성문제 고민 상담소...
하지만 정작 이 곳을 운영하는 소피아는 남편과의 섹스에서 오르가즘을 느끼지 못한다.
그들에게 돌파구를 마련하기 힘들었던 그녀는 제임스와 제이미의 소개로 비밀 클럽 '숏버스'를 만나게 된다.
거기에 또다른 여성이 있었으니 채찍을 휘둘면서 돈을 받는 콜 걸 출신의 여인인 세브린이었다.
하지만 그녀 역시 왜 이 일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그냥 빨리 이 일을 끝내고 소박한 삶을 살고 싶을 뿐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클럽 '숏버스'가 의미하는 것은 말그대로 짧은 버스를 의미하지만 모자란 사람, 혹은 남성의 성기를 지칭하는 단어이기도 하다.
비밀 클럽 '숏버스'는 우리가 상상하지 못하는 것들이 모두 행해지고 있다.
집단 섹스는 물론이요, 동성간의 섹스, 그리고 헐벗은 자들의 공연과 행위예술이 반복되고 있는 장소이다.
뉴욕 한복판에 조용이 영업을 하지만 아무래도 시선도 만만치 않은 것은 사실이다.
영화가 나오는 중간중간에는 뉴욕의 모습이 비춰지는데 건물들의 모습이 하나 같이 규격화된 모습으로 등장한다. 마치 싸구려 박스로 건물 미니어처를 만든것처럼 보이기까지도한 이 장면은 획일화된 남녀의 성관계(섹스)를 의미하는 것처럼 보인다.
정전이 되면서 온 도시가 암흑으로 되는 장면은 마치 획일화되고 무미건조한 섹스로 인해 살아가는 인간들의 모습처럼 보인다. 반대로 클럽 '숏버스'를 중심으로 전력 공급이 다시 시작되는 장면은 그 반대의 의미를 지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숏버스'가 보여주는 것들은 대부분이 실제 모습들이다.
실제 성관계를 맺고 실제로 정액이 튀어나오는...
그래서 심지어 엔딩 크레딧에는 실제 성관계를 맺는 장면을 보여준 연기자들의 이름도 당당하게(?) 들어간다.
이런 과감함은 앞에도 이야기한 존 카메론 미첼의 전작 '헤드웍'에서 이미 보여준 적이 있다.
성전환 수술을 한 고독한 락커의 이야기를 담은 '헤드웍'은 음악도 최고였고 영상(특히 애니메이션 장면들...)도 최고였었다.
'숏버스'는 그보다 장면들이 과감해지기도 했지만 여전히 영상들은 아름다웠고 후반에 들어서는 클럽 '숏버스'에서 음악들이 연주되면서 이들을 하나로 뭉치게 만드는 역할을 하게 만들기도 했다.
(그래서 그런지 이 작품의 OST가 최고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는 항상 섹스에 관한 이야기는 좀 조심스러운 편이다.
사랑을 해보지 않은 나에게 진정한 섹스는 무엇인가라는 의문은 아직도 남는다.
우리는 섹스가 그냥 육체적 쾌감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
모두들 낭만적인 '원 나이트 스텐드'를 꿈꾸지만 역시 그건 영화같은 소리임에 분명하다.
결혼은 환상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결혼후의 성관계에 대한 불만이 크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가 아닐까 생각되지만 우리는 아직도 섹스를 그냥 육체적인 관계로 생각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딘다.
진정한 사랑을 이루면서 그것의 결실이 바로 섹스인데 말이다.
영화 홍보를 하는 사람들은 이런 작품들을 두고 '충격영상'을 강조하면서 많은 이들이 극장을 찾길 바란다. 하지만 극장을 찾는 것은, 그리고 영화의 작품성을 결정하는 것은 분명 관객의 몫인 것같다.
제한 상영가라는 헨디캡이 오히려 크게 작용한 이 작품...
관객들의 평가가 더 궁금해지는 작품이다.
PS. 영화에서 소피아로 등장하는 배우는 동양적인 느낌이 드는 배우이다.
맞다, 동양인이다. 사실 그녀가 한국인이다, 중국인이다 말이 많다.
소피아 역을 맡은 이숙인은 중국계 케나다인이며 영화 '헤드웍'에서도 등장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밴드 맴버중에 한국인 맴버로 등장했던 사람이 바로 그녀이다. (이제 기억이 나시는지?)
아참, 존 카메론 미첼이 '헤드웍' 콘서트를 위해 한국에 내한한다는데 그의 추종자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까 싶다. 뮤지컬 '헤드웍'도 참 보고 싶은 작품이었는데 기회가 된다면 정말 이 콘서트도 개인적으로 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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