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가 라이트 감독은 영국 TV 코미디물로 이름을 날리다가 첫 영화인 좀비 패러디 [새벽의 황당한 저주로 재능있는 감독으로 떠올랐습니다.
자신이 재미있게 본 여러 영화를 짬뽕 패러디해내던 타란티노 처럼 여러 영화들을 원용하거나 노골적일 정도로 직접적으로 차용해 영화 매니아들에게 더욱 환호받을 만한 작품을 선보입니다.
런던 경시청의 잘나가는 경찰 니콜라스 엔젤(사이몬 페그)은 너무 잘 나간다는 이유로 범죄율이 가장 낮은 한적한 시골인 샌포드 경찰서로 전보됩니다.
이 마을은 백조를 잃어버렸다는 신고에 경찰이 출동할 만큼 범죄가 없고 조용해서 모범 마을 표창까지 받을 정도이니 피끓는 엔젤 경사는 좀이 쑤셔 괴로워합니다.
그러나 겉으로 조용해 보이는 마을에 사고처럼 보이는 살인사건이 일어나는데 주민들과 경찰은 모두 단순 사고로 처리하려 하지만 엔젤 경사는 동물적인 감각으로 타살임을 직감합니다.
어리버리 뚱뚱하고 사람좋지만 다소 멍청한 대니(닉 프로스트)와 파트너로 사건에 접근하려 하지만 그럴수록 보이지 않는 거대한 음모의 그림자가 드리웁니다.
일단 빠르고 감각적인 편집으로 지루할 틈이 없습니다.
초반부터 작정하고 선보이는 여러 코믹 코드들로 유쾌하게 빠져들어 화끈한 결말까지 집중이 지속됩니다.
내용도 그렇지만 형식도 독창적이어서 장면의 구도나 화면전환, 카메라 워킹까지 자유자재로 조종하는 탁월한 재능을 보여줍니다.
멍청한 대니지만 할리우드 영화 [폭풍속으로]와 [나쁜 녀석들]을 신봉하고 그 영화의 장면들은 이 작품속에서 노골적으로 반복되는데 귀여워서 웃음이 나올 지경입니다.
대니가 백조 울음 흉내를 내는 장면이나 좀도둑 추격 장면, 술집에서의 해프닝, 어눌한 발음의 노인 진술 2중 통역 등 기억에 오래 남을 장면들이 많습니다.
007 시리즈 주연까지 맡았던 티모시 달튼이 악역으로 나와 한없이 망가지는 모습은 좀 처량하기까지 합니다.
오락영화 내지는 상업영화에서도 이렇게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영화를 보고 있자니 예술영화와 상업영화의 이분법을 두고 우열을 따지자는 태도가 못마땅하고 한국 영화들의 만듦새에 대해 아쉬움을 많이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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