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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불이 꺼지면 관객에겐 스파이더 릴리
redface98 2007-06-28 오후 2:27:22 1289   [3]

20070627 씨네큐브 11:20, 혼자

 

슬픔도, 기쁨도, 분노도, 질투도, 애정도 온갖 감정은 사람에게서 피어나 사람에게 가 닿는다. 사람의 마음 속에 누가 또 할 일 없이 돌멩이를 던지면, <검은집>의 히로인이었던 싸이코패쓰가 아닌 이상 누구나 마음속에 흔적이 남는다.

 

영화 <스파이더 릴리>는 분명 아픈 과거를 바탕으로 힘든 사랑의 모습을 이야기하는 영화였지만 내 마음에는 좀체 흔적이 생기지 않았다. 아픔도 상처도 사랑도 분명 저기서 저렇게 보여주고 있는데도 그것이 정말 아프거나 절실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퀴어영화는 그 속성상 어쩔 수 없이 동성을 사랑하게 되면서 겪게 되는 아픔이 저절로 배어나오게 마련이지만 이 영화는 그런 부분은 일부러 보여주지 않는다. 그런 점은 좋았다. 동성간의 사랑이나 이성간의 사랑이나 다 똑같은 사랑이라는 것을 메시지로 전달하려는 게 아니라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이성간의 로맨스 영화인 듯 처음부터 시침 뚝 떼고 동성애에 대한 우리들의 고정관념을 아예 계산에 넣지 않는다. 이성간의 사랑이 우리에게 아무런 거리낌없이 일반적인 것으로 느껴지는 것처럼(받아들여지는 게 아니라 자연적으로 느끼는 것이다) 영화는 동성애를 자연스레 그 범주에 넣는다.

 

문제는 표현법이다. 분명 다케코에게는 어릴 적 지진으로 인해 아버지를 잃고 사고가 일어나던 밤 같이 있어달라는 동생을 뿌리치고 첫사랑 여자아이와 밤을 보냈던 것이 여자에게 있어 동생의 해리성 기억상실과 함께 크나큰 상처였고 평생 죄책감에 시달려야 했던 일이었을 것이다. 화이링 역시 지진 때 엄마가 오빠만 데리고 떠나버리고 할머니와 혼자 남겨져 생활했던 어린시절과 그 시절동안 몰래 짝사랑했던 다케코에 대한 감정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영화 내내 두 사람은 아파하고 고민한다.

 

하지만 그 모든 것들이 관객에게는 전혀 힘들게 느껴지지 않는 건 왜일까. 그건 아마도 진실성이 부족해서가 아닐까. 눈으로 분명 보고 있는데도 현실이 아닌 것 같은 비현실감. 꼭 화이링이 일을 하는 자신의 허상뿐인 화려한 방처럼. 그것이 문제였을 것이다.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영화는 무척 상징성이 강한 영화지만 마음속에 강한 흔적을 남긴다. 하지만 이 영화는 상징을 내세운 것도 아니면서 상징적이고 게다가 모든 의미가 불분명하다. 일단 극장불이 꺼지면 관객에겐 눈 앞에 펼쳐지는 영상속의 세계만이 오롯이 현실인 것이다. 인물들 간의 관계도 왠지 겉돌고 이야기는 지지부진하다. 하나하나 작은 것부터 현실성을 주고 거기서 영화의 환상성을 덧입혀 깊이를 주는 것이 이 영화의 숙제인 것 같다.

 

‘스파이더 릴리’란 저승 가는 길에 피어 있다는 피안화를 대만에서 부르는 다른 이름이다. 이 영화는 이 꽃이 상징하는 것에 시작부터 끝까지 쓸데없이 매달려 있다. 진정한 주인공은 이 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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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더 릴리(2007, Spider Lilies)
배급사 : CNS
수입사 : CN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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