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영화는 참 무섭다.
엄밀히 말하자면 참 잘 놀래킨다.
시각적으로든 청각적으로든 참 잘도 놀래키고
관객은 그것을 공포로 생각한다.
그러나 과연 공포=놀라는것 인가?
여기에 참 잘 만들어진 공포영화가 한 편 있다.
어느 시사회나 다 그렇듯, 공짜표라는 안도감에
큰 기대 없이 본 <해부학교실>은 참으로 잘도 만든 공포 영화이다.
공포영화라는 장르가
본래 참 만들기도 어렵고 관람하기도 어려운 것 같다.
그래서 인지 그렇다하게 내게 인상을 준 공포영화는 손으로도 꼽을만 하다.
소름끼치는 기묘한 소리가 심장을 압박하는 <링> 이랄지.
숨쉬는 것도 버거울 만큼 분위기 자체에서 공포가 묻어나는 <알포인트> 랄지.
사람마다 그 기준이 다르겠다만
공포영화라 하면 '공포'라 불리울 만한 분위기가 내 몸을 짓눌러야 제맛이다.
그것은 놀래키고 놀라는 것과는 전혀 다른 감정이다.
<해부학교실>은 참으로 잘 짜여진 시나리오에
2시간동안 집중도를 전혀 떨어뜨리지 않는 연출력에
적절한 타이밍에 온몸을 수축하게 만드는 음향효과에
여기에 손끝부터 올라오는 닭살이 말해주듯, 온몸이 거부하는 '공포'가 더해져
끝난뒤에도 생각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참 재미있는 작품이다.
평소 놀래키기에 급급한 공포영화(특히 한국의 그것)에 신물이 난 내게
<해부학교실>의 공짜표는 참 행운인 듯 싶다.
<화려한 휴가>랄지, <디워>랄지
이름부터 부담스러운 대작속에서
<해부학교실>의 흥행을 조심스레 점쳐본다.
이 정도의 영화라면 관객수가 백만단위로 쉽게 넘어가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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