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SA 공동경비구역'이라는 처음의 박찬욱감독 작품을 대했을 때 우리나라에도 이런 감독이 있구나 하고 내심 뿌듯해 했다.
그리고 차기작인 '복수는 나의 것'과 '올드보이'에서 보여준 또 다른 장르의 영화를 보면서도 역시나 하는 마음이 있었는데 그로인한 이번 '친절한 금자씨'에 대해 높은 기대감은 영화를 보는데 오히려 장애가 되었다.
전작의 우수함으로 인한 상대적 폄하의 시각이 은연중 작용한 듯 싶다.
복수를 소재로 한 내가 본 최고의 영화 '복수는 나의 것(이 영화 다시 보기 무척 두렵고 떨린다 )', 그리고 어찌됐건 관객이 증명했고 유수의 영화제가 인정한 영화 '올드보이'에 이은 박찬욱 복수극의 완결편이라고 이미 알려진 이 영화는 철저한 마아케팅으로 관객으로부터 강한 궁금중을 불러 일으키는데는 성공했다.
그러나 우선 올드보이에서의 촘촘한 스토리라인과 극적 반전을 기대했던 나로서는 실망할 수 밖에 없었다.
몇가지 관람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장르가 모호하다.
드릴러? 호러? 블랙코미디? 전체적인 화면의 분위기는 올드보이를 그대로 옮겨놓았다. 벽지는 주로 어두운 벽돌색을 주로 사용했고 다량의 소품으로 극적 분위기를 살리려 했다. 마지막 복수의 정점에서 '조용한 가족' 분위기의 블랙코미디가 느껴지는가 하면 지나친 피의 흘림은 호러를 떠올리게 한다.
둘째, 카메오의 남발이 심하다.
송강호(공동경비구역, 복수는 나의 것), 신하균(공동경비구역), 유지태(올드보이), 윤진서(올드보이) 등이 카메오로 출연한다. 이들의 출연료를 산술적으로 합친다면 수억원이 되겠지만 감독과의 친분으로 돈이 안들었다고 한다. 카메오의 종합선물세트같은 느낌은 영화의 집중도를 오히려 떨어뜨렸다. 물론 주연인 이영애(공동경비구역), 최민식(올드보이)도 박찬욱 사단의 핵심맴버들이다.
셋째, 친절한 금자씨, 불친절한 찬욱씨
금자씨는 친절했다. 이영애도 친절했다. 그러나 감독 박찬욱은 불친절했다. 올드보이에 이르기까지 보여줬던 치밀함이 그 기력이 다한듯 꾸준히 유지하지 못한채 영화를 마무리한다. 그리고 나는 불친절함을 느끼게 된다.
박찬욱은 훌륭한 감독임에 틀림없다. 이영애도 예쁘고 연기가 훌륭하다. 그다지 비중은 없는 역이지만 최민식의 연기도 빛을 발한다. 수많은 무게감있는 카메오도 보는 눈을 즐겁게 한다. 그런데 뭔가 아쉬움이 많은 영화다. 뭔가 허전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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